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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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도 野도 검찰까지 놀란 조국 전격 수사... 윤석열 '살아있는 권력'에 칼 빼나
김명지 기자 본문듣기 기사 북마크 기사 공유 글꼴 크기
입력 2019.08.27 10:40 수정 2019.08.27 15:43
청문회 앞두고 의혹 강제수사는 이례적
상급 기관장 후보 수사도 극히 드문 일
윤총장 과거 론스타 수사로 '사모펀드'에 해박
정치권 일부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관측도
검찰이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정치권은 여야(與野) 가릴 것 없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정식 취임하면 검찰을 지휘·감독하게 될 법무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검찰이 그와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강제수사에 들어간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 범위는 조 후보자 딸 입시 부정 의혹을 비롯해 조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와 웅동학원 관련 의혹 등 전방위적이었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직접 나섰다. 검찰이 조 후보자 사건을 단순 형사사건을 넘어 특별수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지가 실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 안팎에서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치권도 미리 내다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당혹해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검찰의 압수수색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실제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며칠 전부터 조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를 넘어 검찰 수사를 촉구해왔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자녀 입시부정에다 부동산 차명거래, 사모펀드 투자 논란, 사학재단 재산 빼돌리기 의혹 등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강제수사를 통한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수사 정석(定石)대로 움직인 것이란 얘기다.
검찰도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명의로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월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 검찰은 조 후보자 지명 이후 연일 터져나오는 각종 의혹을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후보자 딸 부정 입학 의혹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촉발한 정유라 부정 입학 의혹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도 그 파장을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박 전 대통령 특검수사팀장을 맡았다. 이 수사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윤 총장은 일약 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 수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처럼 국정농단 수사의 상징성을 가진 검사인 윤 총장이 국민들 사이에서 정유라 이화여대 입시 부정 사건과 비교되며 대학생 촛불시위까지 불러온 조 후보자 딸 사건을 관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한 검찰 소식통은 "권력 실세에 대한 국민적 의혹 사건에서 검찰이 머뭇거렸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윤 총장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검찰 주변에선 윤 총장이 과거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수사에 참여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사건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비싸게 되팔고 나가, 사모펀드의 이른바 '먹튀 투자' 논란을 부른 사건이다. 윤 총장은 '탐욕 자본주의'에 휘둘린 국부(國富) 유출 사건으로 꼽힌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사모펀드의 운용 방식 등에 상당한 배경 지식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검사장은 "수사를 해본 검사들은 유사 사건을 마주했을 때 직감적으로 느끼는 감(感)이 있다"며 "윤 총장이 조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 문제를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렇다 해도 검찰이 곧 임명될 수도 있는 자신들의 상급 기관장 후보를 겨냥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더구나 윤 총장은 취임한 지 한달을 갓 넘겼다. 아무리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온 그라 해도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그런데도 윤 총장이 조 후보자에 대한 강제수사에 이렇게 빨리 나서자 정치권에선 "윤 총장이 조 후보자를 법무장관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검사들의 기류가 만만치 않다고 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검사 출신 한 전직 의원은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사실상 검찰의 힘을 빼고 경찰에 힘을 실어준다는 인식이 검사들 사이에서 퍼져 있었다"며 "검찰에 개혁의 매스를 대겠다는 조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해 검사들 사이에서 중대한 의문이 이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수사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윤 총장이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야당 일각에선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윤 총장이 칼을 거꾸로 잡은 것이냐"는 말도 나왔다. 윤 총장은 사실상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수사를 실무적으로 주도한 검사였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윤 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때 예상보다 강공을 가하지는 않았다. 그 배경을 두고 황교안 대표가 법무장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팀장이었던 윤 총장과 불편한 관계를 거론하는 사람이 적잖았다. 하지만 당시 한국당 내부에선 윤 총장에 대해 "그래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현직 대통령을 무너뜨렸던 윤 총장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권력에 손 댈 수 있는 인물 아니냐"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반면 검찰의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권력 실세이자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조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과연 진짜 칼을 들이댈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합의된 직후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것이 오히려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여권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조 후보자 논란은 검찰에 넘기고 일단 임명하자"는 식으로 그의 임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오히려 조 후보자 임명 가능성을 더 어렵게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물론 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조 후보자도 자신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해왔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장관이 되더라도 임기 시작부터 검찰의 중요 피의자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 전직 고검장은 "검찰 개혁을 내건 법무장관이 갖가지 혐의로 부하 검사들의 수사를 받는 상황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윤 총장의 이번 선택은 현 정권 핵심부에 상당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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