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9.08.29 00:04
김태우 전 수사관은 ’검찰의 조국 의혹 수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전혀 아니라고 본다. 제대로 수사해 끝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동 기자
‘조국 사태’에 가장 할 말이 많은 사람 중 하나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일 것이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1년 4개월간 조국 민정수석실의 특감반원으로 활동한 그는 지난해12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및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하면서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섰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지난해12월말 국회에 출석해 김 전 수사관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모른다”고 일축하면서 김 전 수사관을 ‘비위 혐의자’로 몰아세웠다. 김 전 수사관은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재판받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조 후보자가 사모펀드·입시비리 등 각종 의혹으로 관련자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처지가 됐다. 김 전 수사관이 제기했던 의혹들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과도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는 그를 만나 가까이서 본 조 후보자의 면모와 검찰의 수사 향방에 대해 들어봤다.
윤석열 끝까지 간다…구속도 가능
검, 민정수석 시절 비리도 보관 중
파스타 회식 중 박·문 정부 비교도
‘문재인 시계’ 돌리며 충성심 과시
- 검찰이 조 후보자 의혹 관련 인물들을 압수 수색하면서 본인은 뺐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의혹이 제기되는데.
-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다. 우선 수사 대상은 일차적으로 조 후보자가 아니라 대학이나 재단 관계자등 주변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국의 연루가 드러나면 그때 영장을 발부받아 조국을 수색하면 된다. 윤석열 총장이 면죄부 주려고 칼 뽑을 사람이 아니다. 뽑았으면 반드시 끝을 보는 사람이다. 내가 검찰 중수부에서 7년 근무하며 윤 총장을 사건으로 두어번 모셨다. 정권 눈치볼 사람 아니다. 내 등을 툭 치며 ‘수사는 멋있게 하는거다. 자금 추적은 비수처럼 쑥 들어가서 내장을 끄집어 내는거다’라는 얘기를 해준적이 있다. 또 고위공직자 금품수수 수사가 한창일때 대가 관계 이야기가 회식자리에서 회자되자 ‘공무원이 돈 받으면 일단 나쁜 놈이지’라며 단순 명쾌하게 수사 의지를 독려했다. 그런 리더쉽이 있는 사람이다.”
- 한국당에서 ‘조국 청문회’ 보이콧을 검토 중인데.
- “조 후보자는 사실상 피의자다. 피의자 수사 중인데 왜 청문회를 여나. 면죄부 주는 것이다. 수사 결과 혐의 확인되면 구속영장도 청구 가능하다고 본다. 그동안 조 후보자의 행동을 보면 반성보다는 자기 합리화나 또는 부인하는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 지금 거론되는 건 조 후보자의 교수 시절 의혹들이다. 민정수석 재직시 저지른 불법행위 의혹은 어느 정도인가.
- “내가 언론에 폭로하거나 공익 신고한 것만 35건에 달한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기관 블랙리스트다. 2017년7월 민정 특감반 출범 직후 이인걸 특감반장이 전국 공공기관 330여 개에 소속된 친야 성향의 인사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감찰 세평을 기재해오라고 지시해 다들 따랐다. 나의 경우 첩보를 제외한 동향 보고서를 100건이 훌쩍 넘게 작성했는데 그 파일 제목이 기재된 업무 컴퓨터 화면을 촬영한 것이 있어서 검찰에 제출했다. 민간인 사찰도 엄청나다. 내가 민정에 근무한 16개월간 상사의 지시나 승인아래 거의 매월 빠지지 않고 언론사주나 정치인 등 민간인 사찰 보고서를 올렸다. 민간인 첩보를 사정기관에 이첩시켜 하명 조사까지 시킨것도 상당하다.”
- “검찰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기소했고 아직 상당수를 손에 쥐고 있다. 무혐의 처리한 것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수사할 수 있다.”
런칭 한달만에 구독자 16만 명을 돌파 한 ‘김태우TV’. 최정동 기자
- “유재수 부산시 부시장이 금융위 국장 시절 금융기관으로부터 금품과 청탁을 받은 첩보를 접수하고 감찰을 진행했지만 ‘윗선’에 의해 무마된 사건이다. 유 부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재직하며 문 대통령과 친한 사이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그가 왜 처벌을 받는 대신 명예퇴직하고 민주당 전문위원으로 갔다가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의 부시장이 됐는지 의혹을 밝혀야한다. 유 부시장은 춘천 출신이다. 누가 그를 오거돈 부산시장에 천거해 부시장에 오르게 했는지 미스터리다. 사안이 중하니 검찰도 무혐의 처리를 못하고 있다.”
- “1년4개월간 지내면서 점심 3번, 저녁 2번 회식을 했다. 그 중 4차례를 청와대 인근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했다. 조 후보자가 파스타와 와인을 좋아해서다. 조 후보자는 식사에 앞서 참석한 멤버들 프로필을 준비해와 한명씩 돌아가며 얘기한다. 내가 이명박·박근혜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 때문인지 ‘지난 정부 특감반에서 일할 땐 어땠나’고 묻더라. 딱 느낌이 왔다. ‘지난 정부는 권위적이라 힘들었는데 이번 정부는 민주적이라 일하기 좋다’는 답을 듣고 싶었던 거다. 그렇게 대답해버리면 나는 너무 비참해지지 않나? 그래서 ‘일하는 건 어느 정부나 똑같다’고 냉정히 얘기했다. 조 후보자의 표정이 굳어버리고 얼굴을 숙이더라. 옆에서 ‘그게 아니고…’하면서 주워 담느라고 난리였다. 안된 느낌이 들어서 ‘과거 정부에서 일하기가 힘들긴 했다’고 해줬다.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응, 입이 무거워야지’하더라. 그런데 폭로 이후엔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난(박근혜) 정부 욕을 했다는 허위 내용을 언론에 흘리더라. 날 음해하려는 목적 아니겠나.”
- 조 후보자가 중용된 이유가 문 대통령에게 워낙 충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 “민정수석실은 소속 직원이 생일을 맞으면 ‘문재인 시계’를 하나씩 줬다. 나도 2017년 8월에 생일을 맞아 시계를 받았다. 그런데 이인걸 특감반장이 아침마다 나를 포함한 수사관들과 회의하면서 조 후보자의 말을 전했다. ‘나도 시계를 받았지만 안 차고 다닌다. 문 대통령이 10~20년 뒤에도 위대한 대통령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몸 바쳐 도와, 그때 가서도 추앙받는 대통령이 되면 차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절절히 느껴지는 발언 아닌가. 그런데 국민에 대한 충성이라기보다는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이란 느낌을 받았다. 또 어떻게 들으면 시계 차고 다니지 말라는 얘기 아닌가? 그래선지 내 주변에 그 시계 차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나는 장인에게 시계를 드렸다.”
- 청와대 비리를 폭로하고 관직을 떠난뒤 협박당한 적이 있나.
- “미행당하는 느낌이 많았다. 한밤에 문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해 나가보면 아무도 없는 경우도 꽤 된다. 둘째 아이가 두 돌을 막 지났을 때다. 피눈물 나더라.”
- “난 공익제보자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정보수집이다. 실직하면서 보고할 대상이 없어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결심했다. 평생 돈 못벌어도 할 것이다. 보수가 집권해도 잘못하면 박살낼 것이다. 유튜브에 김태우TV를 7월30일 런칭했다. 한달도 안 돼 16만 명 넘는 구독자가 몰릴 만큼 반응이 뜨겁다. 3평짜리 사무실에서 홀로 밤새 촬영한 동영상을 편집하여 올린다. 오늘(27일) 방송분의 경우 5시간만에 11만 명이 봤는데 댓글이 1100건, ‘좋아요’가 3만1000개에 달한다. 그만큼 구독자들이 열성이다. 청와대와 검찰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선지 깊이가 다르다는 평이 많다. 당장 26일 방송에서 ‘조국 비리 의혹 이제는 증거와 참고인들을 확보할 때’ 라고 했는데 하루만에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예언이 적중했다. 사모펀드 관련자 잠적설에다 교수인 조 후보자의 배우자가 총장 전화도 안 받는다는 얘기가 나왔지 않나. 수사해본 사람이라면 비리 덮기 위한 술수가 시작된 상황임을 금방 안다.”
- “검찰에 적개심이 너무 강한 것으로 보였다. 사적으로 그를 만난 한 인사는 ‘검찰이 결기가 있는 조직이다. 변창훈 검사는 스스로 목숨까지 끊지 않았나’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래도 조 후보자는 마음을 안 바꿀 것으로 생각된다.”
강찬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조국, 평소 검찰에 적개심 강한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