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인 기자
2019.08.26 22: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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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논문은 “유학 도움”
부산대 장학금 “면학 독려”
공허한 “법·제도 지켰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는 딸 조모씨(28)의 입시 특혜 논란에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안이함과 불철저함”을 고백하면서도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는 단서는 붙였다. 계속되는 논란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자리한다. ‘조 후보자 딸에게 주어진 기회들은 법과 제도 범위 안에 있었는가’ ‘조력자들이 주장하는 선의는 과연 정의로웠는가’ 같은 물음이다.
■ 법·제도 지켰다?
조씨가 ‘제1저자’가 된 단국대 의학논문에는 논문 수록 기준 등 연구윤리, 의료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돼 있다. 조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2주간 인턴으로 활동한 뒤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인물이 맡는 논문 ‘제1저자’가 됐다. 대한병리학회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는 ‘단국대 의학연구소 소속’으로 기재됐다. 소속이 바뀐 채 기재되면서 교육부의 ‘교수 자녀 논문 저자 끼워넣기’ 조사 때도 검증되지 못했다.
해당 논문에는 단국대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를 거쳤다고 돼 있다. 실제론 단국대 IRB 설치 전이다. 당시 IRB 통과가 법적 의무가 아니었지만, 논문상 기재는 허위가 된다. 대한병리학회는 저자 기재의 적절성과 IRB 통과 허위 기재 여부를 따져보고 논문철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일부에선 논문에 실린 실험 내용상 조 후보자 딸이 환자 정보 등을 봤다면 의료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논문 저자 기재 등 학회지 기준을 벗어난 ‘하자’가 곧바로 조 후보자 일가의 책임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조 후보자나 부인 정경심씨가 이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불투명하다. 단, 인턴십 참여를 부인 정씨가 부탁했다는 단국대 지도교수의 발언이 있다. 이에 더해 인턴십 결과로 나온 논문을 부부가 봤다면, 고교생 ‘제1저자’가 된 의미를 몰랐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부부 모두 학술 논문 수록 기준을 잘 아는 학자들이다. 논문이 취소되면 조씨는 결과적으로 대입 과정에서 부정한 경력을 이용한 셈이 된다.
■ 공정하지 않은 ‘선의’
조씨에게는 유독 ‘선의’를 가진 조력자들이 많았다. 단국대 인턴 지도교수는 “해외 대학 입시 준비에 도움을 주고자 1저자로 등록했고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시절 유급에도 자신이 조성한 외부 장학금을 통해 1200만원을 지급한 노모 교수는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면학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선의는 왜 특정집단 안에서만 작동했는가” “그 선의는 정의로운가”이다. 사회 상층부를 차지하는 이들의 ‘네트워크’가 작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들의 ‘선의’는 결과적으로 일반의 상식과 조 후보자가 강조해 온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외면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할 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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