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터치! 코리아] 대한민국이 기업이면, 이렇게는 못 한다

Shawn Chase 2019. 6. 29. 23:43




입력 2019.06.29 03:15

돈 못 벌면서 예산은 물 쓰듯 낭비
능력 없는데 내 사람이라 쓰고 시장 평가 폭락해도 변명으로 일관
기업에선 상상도 못 할 일 아닌가


김신영 경제부 차장
김신영 경제부 차장


이 기업 사장님은 임기가 길어야 5년이다. 대신 무소불위 권력을 누린다. 투표로 뽑는다. '한국상회'란 간판을 단 이 회사는 요즘 걱정이 많다. 무엇보다 돈이 잘 안 벌린다. 2년 전 취임한 새 경영진이 세운 전략이 영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부작용이 자꾸 불거진다.

직원과 주주가 불안해하는 와중에 임원급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잘못한 자는 문책하고, 인재를 발탁하고, 적임자가 없으면 스카우트라도 해온다. 이 기업은 아니다. 사장님과 친해서 영입된 자들이 요직을 빙빙 돌아가며 맡는다. 평판이 안 좋은 인사 담당 임원이 더 힘센 법무 담당 부사장으로 간단 얘기도 나온다. 하기야 얼마 전 문책성 비슷하게 그만둔 전략 담당 상무는 요직 중 하나인 중국 지사장으로 바로 발령이 났더랬다.(중국어도 못하는데!) 눈치 빠르면 안다. 실력보단 사장님과 얼마나 '코드'를 잘 맞추는지가 이 회사 인사의 최대 변수다. 교육 경험이 전무한 인사가 교육부장을 하고, 건설이라곤 자기 집 여러 채 산 경험뿐인 이가 회사 부동산 개발 전략을 짜는 지경이니까.

경영진과 친분 구축에 맘이 급한 지사장들은 머리를 굴린다. 사장님과 친한 연예인이 있단 정보를 듣고 공을 들인다. 모셔다가 '한 말씀' 듣고 강연료를 듬뿍 쥐여준다. 경쟁적이다. 동작지점은 1500만원, 논산은 1600만원, 아산은 2700만원을 썼다. 규정을 수십 배 넘어서는 지출이다. 잘못된 업무 처리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 이를 배임죄라 하는데 무서워도 않는다.

이 회사 경영진의 공포는 따로 있다. 차기 사장에 정적(政敵)이 선출되는 것이다. 다른 파(派)가 사장에 뽑히면 전임자를 탈탈 털어 감옥에 보내는 게 이 회사 관례여서다. 다음 선거를 위한 인기 관리가 절실하다. 직원에게 보너스를 꽂아주고 주주들에게 선물도 뿌린다. 영화·공연 할인권도 배포하고 사무실 불 끄기 같은 허드레 직무를 만들어 특별 수당을 주기로 한다. 돈 못 버는 회사가 선심 쓰는 비결은 간단하다. 빌려다가 주면 된다. 누가 갚느냐고? 그게 중요한가. 적어도 '나'는 아니다.

부채 증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적재적소에 쓰면 빚도 성장 지렛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필요조건이 있다. 사용처를 엄밀히 겨냥한 투자 전략이다. 치밀한 계획 없이 돈을 빌려다 허투루 뿌리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경제학자들은 동의한다. 학부생 수준 개론서인 맨큐의 '경제학'에 적힌 내용이다. '(빚을 내서) 거액의 자금을 신속히 지출하려다가 아무 쓸모없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잘못 기획된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유지될 가치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다.' 그래서 뭐? 경영진은 교과서적인 원칙엔 관심 없다. 신입 사원들은 이런 구호를 배운다. "정무적으로! 판단하자!"

시장은 역시 무섭다. 문제가 있음을 감지한다. 전문 평가사들이 기업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린다. 경종(警鐘)으로 여기고 잘못을 따져 고쳐야겠지만 이 회사 임원들이 누군가. '말발'로 일단 버티고 있다. "펀더멘털은 좋다"고 우긴다. 통계 기준을 살짝 바꾸어 눈속임도 해본다. 이런 꼼수가 선을 넘으면 '분식(粉飾)'이 라고 한다. 화장발로 민낯을 가린다는 뜻의 회계 용어로 금융 당국 징계감이다.

이 기업 이름은 대한민국, 주주는 국민이다. 국가와 기업을 똑같이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이 아니라 국가라고 해서 방만한 인사를 하고 빚을 마구 당겨 쓰고 그 돈을 비생산적인 일에 뿌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주주 겁나서 못 할 일이라면 국민 무서운 줄도 알아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8/20190628032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