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태양광 발전

싼 원전 놔두고 비싼 LNG 쓰더니…`적자 수렁` 빠진 한전

Shawn Chase 2019. 5. 15. 23:50

한전 실적 예상보다 심각…1분기 6300억 영업손실

석탄 발전 줄여 연료비 아끼고
원전 이용률 그나마 올랐지만

발전용 LNG가격 등 크게 상승
전력구입비 7000억 이상 늘어

다시 출렁대는 기름값·환율에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 힘들어

  • 전경운, 최희석 기자
  • 입력 : 2019.05.14 17:57:28   수정 : 2019.05.15 15:04:52
  •  한전 1분기 또 어닝쇼크 ◆


    한국전력이 14일 발표한 1분기 잠정 영업손실 규모 6299억원은 최근 1개월 내 국내 증권사들이 예측한 컨센서스 1286억원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실제 영업손실 규모와 가장 가깝게 예측한 KTB투자증권조차도 45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예상했을 정도다.

    한전은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전은 "원전 이용률이 큰 폭으로 개선됐음에도 국제 연료가 상승으로 민간 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가 증가한 것이 영업적자 증가의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전의 1분기 경영실적 악화 주요인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용 증가로 인한 연료비 상승과 원전 이용률 저하가 꼽힌다. 민간 발전사는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데, LNG는 원전보다 발전 단가가 비싸다. 원전 이용률이 하락하면 한전이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대신 민간 발전사에서 사들이는 전력량이 증가하면서 전력구입비가 자연히 증가하게 된다.

    1분기에 한전은 전력구입비 중 LNG 비중이 지난해 1분기 37%에서 올해 1분기 35.7%로 소폭 감소했다. 또 대규모 예방정비계획 종료와 발전 자회사의 석탄발전량 감소로 연료비를 전년 동기 대비 4000억원(7.7%) 절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용 LNG 가격을 비롯해 국제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전력시장가격(SMP)이 크게 상승해 전력구입비가 전년 대비 7000억원(13.7%) 늘어난 것이 비용 절감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국제유가가 LNG 가격에 적용되는 데는 약 5개월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올해 1분기는 지난해 3분기 국제유가가 반영됐다. 지난해 3분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74.3달러로 2017년 3분기 가격인 50.5달러의 1.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발전용 LNG 가격은 지난해 1분기 t당 76만7000원에서 올해 1분기 87만원으로 13.4% 올랐다.

    LNG 가격 상승으로 전력 시장에서 발전사와 한전 등 전력판매회사 사이에 거래되는 전기의 가격인 전력시장가격은 지난해 1분기 kwh당 94.7원에서 올해 1분기 110원으로 16.1% 상승했다. 한전은 원전 이용률 저하는 필요한 정비 때문이었으며 실적에 미친 영향이 다른 요인보다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이번 1분기 또다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한 것이 원전 이용률이 떨어진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한전의 영업적자가 확대됐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자 올해 1분기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은 오히려 개선됐다며 이번의 실적 악화가 탈원전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실제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1분기 54.9%에서 2분기 62.7%, 3분기 73.2%, 4분기 72.8%, 올해 1분기 75.8%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전력 공급 구조를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전 이용률은 2016~2017년 겨울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분기 기준 최고 89%까지 원전 이용률이 올랐던 적도 있었다. 원전 이용률이 작년에 비해 올랐다고 하지만 충분히 높지는 않았고, 그에 따라 막대한 LNG 연료비 부담을 떠안았다는 얘기다.

    정용훈 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발전량이 늘었지만 여전히 과거만 못하다"며 "원전 안전을 내세우지만 격납건물 공극은 정기적인 예방 정비로 충분한데 무조건 가동을 중단시키며 가동률이 예전만 못한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 기에 3조~4조원이면 지을 수 있는 원전을 줄이고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비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다 보니 연료비가 비싼 LNG가 늘면서 한전 적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이용률이 올라간 것은 지난해 8월 한빛원전 3호기 원자로 격납고 설비 문제로 가동을 멈췄던 일부 원전이 올 초 재가동에 들어가는 등 정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원전 가동대수는 평균 13기였으나 지난 3월에는 20기로 늘었다. 한전은 향후에도 원전이 순차적으로 재가동되면서 경영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전은 또 지난해 4분기 이후 국제유가 하락이 올해 2분기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유가와 환율이 상승하면서 대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과 전력 그룹사는 경영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며 "설비 안전은 강화하되 신기술 적용 공사비 절감 등 재무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 최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