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중-일 '험비 짝퉁' 삼총사

Shawn Chase 2019. 5. 14. 20:22

윤지수 입력 2019.05.14 18:05



‘따라쟁이’들 이야기다. 시험지에서 ‘내 답’ 찾지 않고 우등생 답 엿보기 바쁜 존재들. 특히 군용차가 매우 심한데, 미군 HMMWV, 즉 험비의 경우 전 세계 여러 국가가 당당히 따라 했다. 멀리 볼 필요 없이 동북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모두 험비를 따라 쓴다. 세 나라의 가지각색 험비 짝퉁 삼총사를 살펴봤다.

글 윤지수 기자

AM 제너럴 HMMWV(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먼저 원조 험비 간략 소개부터. 험비는 1985년 도입한 미국 군용차로, 정식 명칭은 고기동성 다목적 차 HMMWV(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다. 생김새가 매우 독특한 이유는 안정적인 험로 주행을 최우선으로 만들었기 때문. 변속기와 사륜구동장치 등 주요 장치를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에 욱여넣은 탓에 바닥은 높고 차체는 넓적하다. 너비 2,160㎜ 덩치가 높이는 1,830㎜에 불과하고, 바닥 높이는 410㎜에 달한다.

AM 제너럴 HMMWV(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즉 험로에서 가장 이상적인 낮은 무게 중심, 높은 바닥을 구현했다. 오프로드 성능은 단연 발군이다. 60° 급경사를 오르고 1.5m 깊이 웅덩이를 통과할 수 있다. 실제 걸프전(1991) 등 여러 전장에서 실력을 발휘해 현대전 군용차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민수용 모델은 허머(2002년 이후 H1)다.

토요타 HMV(High Mobility Vehicle)


뒷바퀴 조향하는 일본 토요타 HMV

일본이 가장 빨랐다. 미군 험비 도입 후 10년 만인 1995년 토요타 고기동차 HMV(High Mobility Vehicle)를 생산한다. 대놓고 따라 한 탓에 같은 플랫폼 쓰는 차처럼 비율이 매우 비슷하다. 단지 더 평평한 보닛을 쓰고 헤드램프를 좌우 끝으로 밀었을 뿐이다.

토요타 HMV(High Mobility Vehicle)


나름대로 토요타 HMV만의 특징도 있다. 앞을 바라보고 네 명이 타는 험비와 달리, 이 차는 2열부터는 카고 트럭 적재함이다. 짐칸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으면 운전자 포함 최대 10명이 탈 수 있다. 또 좁은 일본 도로에 맞게 운전대를 꺾으면 뒷바퀴가 방향을 꺾어 조향을 돕는 기능이 들어갔다.

파워트레인은 6.2~6.5L 엔진을 쓰는 험비보다 훨씬 작은 4.1L 터보 디젤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170마력이며, 시속 105㎞로 달릴 수 있다. 1996년 민수용 모델 토요타 메가크루저가 나오기도 했다.

둥펑 EQ2050


험비를 바탕으로, 중국 둥펑 EQ2050

지난 2008년 중국은 험비를 그대로 따라 한다. 개발 과정에서 민수용 험비 허머 H1을 참고해 둥펑 EQ2050을 만든다. 그래서 험비 부품이 그대로 맞을 만큼 거의 ‘판박이’다. 단지 험비와 달라 보이기 위해 네모난 헤드램프를 달고 문짝 스타일을 바꾸는 등의 변화를 거쳤다. 나름대로 부품은 최대한 중국화 했다.

둥펑 EQ2050(왼쪽)과 장갑차


그래서 조금이나마 다른 토요타 HMV와 달리 험비보다 잘난 특성은 없다. 파워트레인은 V8 6.5L 터보 디젤 엔진 또는 4기통 엔진을 쓰며, 변속기는 5단 수동과 4단 자동 중에서 고를 수 있다. 험비처럼 다양한 차체 스타일로 활용하며, 민수용으로도 판매한다.

이 밖에 험비를 따라 한 중국차는 샤오롱 XL2060 등이 있다.

기아 K-151


한국형 험비, 기아 K-151

일본,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지난 2017년 험비 모양 군용차를 만든다. 이름은 기아 K-151. 묘하게 작아 보이지만, 사실 원조 험비보다 덩치는 더 크다. 단축형의 경우 길이 4,900㎜, 너비 2,190㎜, 높이 1,980㎜로 길이는 330㎜, 너비는 30㎜, 높이는 150㎜ 씩 더 긴 수치다. 이보다 큰 장축형은 길이만 최대 6m에 달한다.

기아 K-151 엔진룸. 모하비 엔진을 손봐 넣는다


파워트레인은 모하비 V6 디젤 엔진을 손봐 넣었다. 최고출력 225마력, 최대토크 51㎏·m 성능을 내며, 8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린다. 최고속도는 시속 130㎞다. 험로 주파 성능 역시 험비 구조를 모방한 덕분에 뛰어난 편이다. 바닥 높이는 420㎜며, 760㎜ 깊이 물길을 건널 수 있다.

기아 K-151 실내.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넣었다


가장 큰 특징은 민수용 차 버금가는 편의 장치다. 후방 모니터와 함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이 들어가며, 뒷좌석 전용 별도 에어컨과 히터를 넣었다. 심지어 운전병의 쾌적한 주행을 위해 AUX 단자도 마련했다.

기아 K-151 라인업


험비와 디자인이 비슷한 이유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험비와 맞는 여러 군용 부품과 장비의 적재 및 호환을 고려해 험비 규격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인 크기와 연결 고리 등이 험비와 같다”고 말했다. 한·중·일 세 나라 군용차가 모두 험비를 따라 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셈이다.

베네수엘라 티우나 UR-53AR50


한편, 험비 아류작은 한·중·일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다. 스페인 우로 VAMTAC(Vehículo de Alta Movilidad Táctico, 고기동 전술차), 베네수엘라 티우나 UR-53AR50, 폴란드 AMZ tur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