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입력 2019-05-11 00:00수정 2019-05-11 00:00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거시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G20(주요 20개국),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고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올해 1분기(―0.3%) 마이너스 성장에 대해선 “2분기 이후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분기 미국·중국·유럽 경제가 선방한 것과 달리 우리만 성장률이 10년 만의 최저로 추락하고 투자·생산·소비 등 핵심 지표가 최악을 기록했는데도 대통령이 위기의식은커녕 지나치게 낙관적 인식만을 앞세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수출 부진이 3월부터 개선되고 있다고 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수출은 5개월째 마이너스로 위기 상황이고, 7년 내내 흑자였던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은 또 “청년 실업률이 아주 낮아졌다. 25∼29세 인구가 늘었음에도 고용 상황이 좋아졌다”고 했다. 3월 청년 실업률(10.8%)이 지난해 동기보다 0.8%포인트 하락한 건 맞지만 여전히 10%를 넘는 높은 수준이고, 특히 청년 체감실업률은 25.1%로 역대 최악인 현실은 외면한 것이다. 최근 고용 증가세를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와 농림어업 취업자가 주도하는데도 “고용 질이 좋아진 건 분명하다”고 했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 지표만 인용해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경제 인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용 쇼크로 이어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 효과가 90%”라 했고, 자동차·조선업이 회복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해 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언론 탓까지 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기는 하는 건지, 왜곡된 통계와 해석으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필요 이상의 비관론에 빠져서도 안 되지만 애써 유리한 통계만 보면서 희망적 사고에 젖어 있는 것은 더 위험하다. 대통령이 엄중한 경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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