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9.05.12 09:31 수정 2019.05.12 12:15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이인영·김수현 밀담
“정부 관료 말 덜 들어” “집권 4년차 같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집권 2년이건만 4년 같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공직자는 개혁의 주체가 돼야지, 대상이 되면 안 된다”며 “장수는 부하의 사기로 승리한다. 청와대도 일하는 곳이지 평가, 군림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10일 오전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 출범 6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수현 정책실장은 회의에 앞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나눈 대화에서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들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대화내용이 방송사 마이크에 녹음되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다.
이 원내대표가 먼저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라고 말하자, 김 정책실장은 “그건 해주세요.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정부가”라고 답했다.
이 원내대표가 “단적으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라고 말하자, 김 정책실장은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 원내대표는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하고…”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방송사 마이크가 켜져 있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김 실장이 “이거 (녹음)될 거 같은데, 들릴 거 같은데… “라고 말하면서 끝났다.
두 사람은 대화에서 정부 관료와 공무원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지적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에서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해당 대화는 사담이었지만 방송사 마이크를 통해 녹음·보도되면서 추후 고위 관료와 정부 부처에 대한 ‘군기 잡기’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1일 “공무원이 말을 안 들으면 여당 원내대표는 팔을 비틀고, 청와대는 박수칠 태세”라며 “이러니 ‘독재’란 소릴 듣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실수를 빙자해 경제 폭망 사태를 공무원 탓으로 돌려보려 한 것인지, 공무원을 통제하고 위에 군림하려는 인식이 새어 나온 것인지 두 가지 경우 모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밀담이라고는 하나 공무원에 대한 ‘갑질 뉘앙스’가 물씬 느껴진다”며 “그저 해프닝으로 지나치기에는 아쉽고 씁쓸하다. (대화 중)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는데선 헛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을’들의 편에 서겠다는 사람들의 대화치고는 참으로 ‘갑스럽다’는 느낌”이라며 "관료사회와 전문가 집단을 무시하는 ‘무식한 운동권 정부’라는 비판이 이래서 나오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슬 퍼렇게 ‘완장질’을 해놓고도 말을 안 듣는다고 하면, 양심이 없거나 무능한 것밖에 더 되겠느냐”며 “당청 두 수장의 해프닝이 그저 ‘덤 앤 더머’ 같지만은 않은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마이크 녹음 대화에 박지원 “레임덕 인정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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