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보란 듯 유엔 결의 위반 北에 韓 식량 지원, 대북 제재 농락

Shawn Chase 2019. 5. 12. 22:45
입력 2019.05.11 03:14

미 국방부가 북이 9일 발사한 것이 "복수의 탄도 미사일"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란 의미다. 우리 국방부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말하겠다"면서도 "탄도가 아니라는 말은 안 하겠다"고 했다. 이상한 발표를 하는 것은 북한에 쌀을 주지 못하게 될까 봐 북이 유엔 결의를 어겼다는 사실을 애써 흐리려는 것이다.

북한이 정말 식량 사정이 급하고 지원을 간절히 원한다면 두 차례 도발을 할 리가 없다. 북이 대북 식량 지원이 논의되는 이 시점에 굳이 미사일 도발을 한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문재인 정권이 대북 식량 지원에 안달이 나 있기 때문에 미사일을 쏴도 결국 식량을 보내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란 듯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겼는데도 제재가 아니라 반대로 쌀을 받게 된다면 대북 제재 전체를 약화시키고 농락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지만 이런 모순된 상황이 가져올 정치적 효과는 분명하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에 맞춰 두 번이나 미사일 도발을 한 것은 한국 정부를 윽박질러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서두르면 북에 '도발이 통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된다.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미국이 북한의 두 차례 도발 이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 미사일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한다"고 했고 미 법무부는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송한 혐의로 북 화물선을 처음 압류했다.

이럴 때 한국 정부가 식량 지원을 고집하면 한·미 간 균열만 생기고 국내 여론도 분열될 것이다. 이 역시 북한이 노리는 것이다. 굶주리는 북 동포는 도와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이 우리의 선의를 이용하게 할 수는 없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는 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0/20190510034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