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23 20:25:00 수정 : 2019.04.23 22:34:21
2016년 총선 때 민주당 의원과 점심을 먹었어. 그는 민주당 의원 중 3대 경제통, 총선 본부 정책 책임자. 나는 당시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민주당에 굴러들어온 외부자. 내가 말했어. 최저임금 공약 문제 있어요. 한국엔 자영업자가 25%가 넘어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네 번째로 많아요.
그의 눈빛이 흔들리던 걸, 나는 알아차려 버렸어. 그가 처음 들어본 얘기라는 걸. 오히려 나에게 물었어. 한국보다 많은 나라가 어디에요? 아 그건요 그리스, 터키, 칠레….
외눈박이들에게 이론을 제공한 사람은 누구? 청와대 정책실장 하던 장하성 교수. 그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그래서 재벌 개혁운동 선구자. <한국 자본주의>로 기업의 양극화 고발, <왜 분노해야 하는가>로 노동의 양극화 고발. 기업이 양극화되어 있으니, 노동도 양극화된다는 얘기. 이론적으로 양극화 입증, 정치적으로 민주당 입당.
그의 이론에서 뭐가 빠졌게? 아예 고용 안된 사람들, 기업의 밖에 있는 자영업자들, 자영업자에게 고용된 사람들…. 그는 자신의 이론에 대해 100% 자신. 나는 그가 이 사람들 걱정 1도 안 했다고 확신.
2018년 최저임금 시원하게 16% 올렸지. 그런데 1분기 저소득층 소득이 줄었단 통계가 나왔지. 대통령은 “그래도 90%는 좋아졌다”고 말했어. 기자들 청와대에 질문, 그 근거가 뭔가요? 홍장표 경제수석 답변, 이 자료를 보세요. 그런데 ‘국민’의 90%가 소득이 늘었단 자료가 아니네? 그 대신 ‘근로자’의 90%가 소득이 늘었단 자료네? 근로에서 탈락해서 물에 빠진 사람들이 걱정되는데, 계속 배에 잘 타고 있는 사람 통계를 보여준 거야. 스스로 외눈박이임을, 불현듯 자백한 거지.
장면 둘, 산업정책. 2015년 국회에서 토론회가 있었어. 유명한 진보 경제학자들이 모였어. 토론회 말미에 내가 물었지. 현대차가 좋든 싫든 국민기업이잖아요. 전기차다 자율주행이다 패러다임이 바뀐다는데, 산업정책이 필요하지 않나요. 탈핵도 재생에너지도 제대로 해내려면, 산업정책이 필요하지 않나요.
발제하던 사람 말씀인즉, 산업정책은 개발독재의 산물. 이제 정부가 그런 거 하면 금물. 정부가 산업을 이래라 저래라 끌고 가면 안됨. 민주당도 집권해서 그렇게 하면 안됨. 옆에 있던 장하성 교수는 적극 동조. 그 옆에 있던 김상조 교수는 침묵. 이제 알겠지? 왜 장하성 정책실장이 물러나고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정책 꺼내들었는지. 왜 탈핵 논쟁에서 밀렸는지, 왜 갑자기 수소차가 튀어 나왔는지.
장면 셋, 부동산. 2017년 8·2 대책, 잘했어. 다주택자 양도세 대폭 높였지. 2018년 9·13 대책, 좋았어. 대출 조여 투기심리 확 꺾었지. 한데 이 둘 사이에 폭탄이 하나 껴 있었어. 임대업자 특혜정책이 슬쩍 놓였어. 8년 넘게만 보유하세요~ 양도세 대폭 깎아드려요~ 다들 앞다퉈 집 사서 임대사업자 등록했지. 서울 집값이 보란 듯 폭등했지. 누가 이 정책을 추진했을까?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
그가 쓴 부동산 책이 있다. 2012년에 나온 <부동산은 끝났다>. 공공임대주택, 늘려야 한대.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대. 그래서 민간임대주택, 늘려야 한대. 공공이 어려우니 민간에서라도 공급해야 한대. 그래서 임대업자에게 특혜를 주다니? 금리 1%대인 역사적인 저금리 시대에? 너도나도 갭투자 달려드는 시절에?
장면 넷, 대입. 김상곤 교육부 장관 되자마자 수능 절대평가 추진했잖아. 과목별로 90점 이상이면 1등급 주자는 거잖아. 당연히 이런 질문이 나오겠지? “등급만 주면 정시에서 동점자가 속출할 텐데 합격자는 어떻게 가려요?” 이건 수능이 좋냐 학종이 좋냐는 얘기가 아니잖아. 누구나 품을 만한 상식적인 의문이잖아.
여기에 답할 방법이 세 가지. 첫째, 면접 허용. 본고사로 비화될 걱정이 있지만 어쨌든 가능. 둘째, 내신 합산. 내신성적을 조금만 섞으면 변별력 생겨. 셋째, 원점수 활용. 우리 대학 공대는 등급으로 동점자 나오면 1순위로 수학 원점수, 2순위로 과학 원점수 깐다는 식으로…. 대선캠프에 첫째, 둘째, 셋째 정리해놓은 보고서도 있었어.
나중에야 알게 됐지, 장관이 아무 생각이 없었단 걸. 국무총리한테 ‘쫑코’ 먹을 때까지, 그저 수수방관했단 걸. 급히 마련한 1안은 절반은 절대평가, 절반은 상대평가. 2안은 대선 공약대로 전 과목 절대평가. 다들 1안이 들러리인 줄 알았지? 사실 2안이 들러리였던 거야. 기본 질문에 대한 답변도 안 만들어 놓았다가, 비판 받으니까 족보도 없는 1안을 급조한 거야. 스텝이 꼬였지. 여론이 폭발했지. 결국 1년 연기하고, 공론화로 갔지. 그 길로 현 정부 대입개혁, 안드로메다로 갔지.
원리주의, 환원주의, 끼리끼리, 외눈박이. 정당정치나 국가정책에서는, 금물 아니겠어? 그런 의미에서 홍준연 대구시 구의원 제명, 적신호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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