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23 20:55:01 수정 : 2019.04.23 20:56:24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3일 각각 의총을 열어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합의안을 추인했다. 바른미래당은 일부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이었지만 진통 끝에 가결됐다. 이번주 안에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선거법 개정안은 내년 총선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4당의 추인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87년체제’의 제도적 유산인 선거제와 검찰개혁을 위한 역사적 발걸음은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당은 “의회 쿠데타”라는 등의 거친 비판을 쏟아내며 총력 저지투쟁을 선언했다. 황교안 대표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면 거리로 나갈 것이고,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장외투쟁 방침을 분명히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회 민주주의의 사망선고”라고 했다. 한술 더 떠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결국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훈을 조선반도에 실현해서 소위 고려연방제를 하겠다는 게 목표”라며 “이번 패스트트랙 시도는 좌파정변이자 좌파반란”이라고 했다. 참으로 황당한 색깔공세다.
패스트트랙은 2012년 한국당이 여당일 때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심의한다’는 명분으로 국회 선진화법에 새로 만든 제도다. 이미 세월호 참사 2기 특조위 구성과 ‘유치원 3법’을 지정한 2건의 선례도 있다. 이번 패스트트랙 추진 역시 국회법에 규정된 입법절차에 한치 어긋남이 없다. 더구나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 간에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다른 4당이 한국당을 ‘패싱’한 건 선거제 개혁을 외면해온 한국당이 자초한 면이 크다. 여기에 좌파 딱지를 붙여 비난하는 건 명분도 없고 납득하기도 어렵다.
절차를 떠나 선거제도 개혁은 사표를 줄이고, 지역주의를 완화하며, 승자독식형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 개혁을 위한 시대적 과제다. 결코 정치적 유불리나 지지층 결집 여부를 따질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선거제는 게임의 규칙인 만큼 모든 정당의 합의를 토대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한국당도 협상 테이블에 앉아 반대든 보완이든 자신의 주장을 법안에 반영하면 될 일이다. 앞으로 본회의 처리까지 최장 330일간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 이도저도 해보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외치며 장외로 나가겠다는 건 시민들에게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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