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이철호 칼럼] 문 대통령이 떠올렸으면 하는 노무현의 고백

Shawn Chase 2019. 4. 24. 14:51

[이철호 칼럼] 문 대통령이 떠올렸으면 하는 노무현의 고백
중앙일보 2019.04.24 00:13 종합 35면 지면보기
잘못된 시기에 얼치기 소주성
눈물 닦겠다던 초심 기억하길
노,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 …
참여정부서 양극화 커졌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한국 경제는 2013년 3월의 경기 저점 이후 4년 넘게 확장해 왔다. 대개 2017년 5월쯤 경기가 꼭짓점을 찍었다는 게 중론이다. 40년 만의 대기록이다. 하지만 통계청은 유독 경기정점 논란에 예민하다. 거듭 펄쩍 뛰며 부인하다 최근에야 “경기 순환변동치를 보면 2017년 2분기, 국내총생산 추이를 보면 3분기가 정점으로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오는 6월 공식 발표를 앞둔 고백이다.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있다. 우선 정치적 상징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경제가 고꾸라졌다면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다. 경제 정책 면에선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경기가 내리막에 접어들었는데도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생체실험을 한 꼴이 된다. 호황 때나 검토할 법한 법인세·소득세까지 올려 버렸다. 아마추어 정권이 한국 경제를 망쳤다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 
  
요즘 경제학계에는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허구를 드러내는 논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통계부터 엉터리라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포인트나 떨어졌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신줏단지처럼 모신다. 하지만 이 비율은 자본과 설비 투입이 많을수록, 제조업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의 해외생산이 증가할수록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또한 이 비율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한국(55.7%)보다 낮은 일본(53.7%)은 촛불을 들지 않았을까. 이 비율이 올라간 이탈리아와 브라질·아르헨티나는 경제가 제대로 굴러간 나라인가. 
  
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00~2017년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4.4% 증가했지만 임금은 5.2% 상승했다. “한국은 10년 이상 사실상 임금주도 성장을 해왔다”(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의미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도 “2010년 이후 양극화 심화 주장은 통계의 착시일 뿐, 오히려 양극화는 완화됐다”고 지적한다. 노동소득 분배율만으로 소주성을 성역화하거나 계급 투쟁을 선동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난봄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는 소주성 이후 주요 거시지표가 나빠지고 소득분배도 악화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경제 지표들은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내일 나올 1분기 성장률 속보치는 0.3%의 바닥을 길 전망이다. 반도체값이 반 토막 나고 설비투자도 마이너스인 데다 지난해 4분기 반짝 성장(1%)의 역(逆) 기저효과 때문이다. 4월 경상수지도 7년 만의 적자가 분명해지고 있다. 수출이 부진하고 해외로 배당금이 많이 빠져나간 탓이다. 눈치 빠른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내렸다. 1년 동안 무려 4차례나 끌어내린 것이다. 
  
요즘 나오는 경제 정책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최저임금을 올릴 때 당연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함께 내놓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니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른 대선 후보들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며 정치적 물타기에만 신경을 썼다. 지난해 고용지표가 나쁠 때도 온갖 핑계를 늘어놓았다. “공무원 시험이 끼인 데다 한파로 건설업이 위축됐다(2월)”“많은 양의 봄비가 내려 건설·농업 일자리가 줄었다(5월)”“인구 구조와 폭염의 영향이 컸다(7월)”…. 무책임하고 비겁한 변명이다. 
  
정부는 낙제 수준의 성적표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초(超)수퍼 예산과 6조+α의 추경을 방패막이 삼아 ‘존버(끝까지 버티기)’를 할 태세다. 덩달아 비난 목소리도 험악해지고 있다. 보수 야당은 “소주성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라고 못 박았고, 진보 출신인 김대호 사회디자인 연구소장도 “소주성은 고용 학살이자 한국 경제의 자살”이라고 비판한다. 
  
심리학에는 ‘더닝 크루거(Dunning-Kruger) 효과’가 있다. 능력이 부족해 잘못된 결정으로 잘못된 결과를 만들고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인지 편향을 가리킨다. 시쳇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뜻이다. 소주성에 대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도 여기서 비롯된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현 정부는 경제 정책에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심각성조차 못 느끼고, 이를 실행할 능력도 없다”는 김종인 전 대표의 지적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지금 복합골절 상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2년이 흐른 지금, 당초 정책 목표와 정반대의 참담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소주성에 소득은 없고 성장도 사라진 지 오래다. 오로지 세금만 늘고 정부만 성장하고 있다. 지금 청와대가 한 번쯤 되새겼으면 하는 글이 있다. “모든 비판을 일일이 반론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에서 양극화는 커진 게 분명한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국정 브리핑에 직접 올린 고백이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논설주간
newsty@joongang.co.kr
 

lwh3****2019.04.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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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병드는 건 기자들의 처방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월남이 망 할 때 기자가 없었겠나 신문사가 없었겠나? 역시 나라가 이 만큼 발전한건 기자들 몫이 아니였다. 문재인은 주사파 개뼈를 물은 미.친개다. 중 환자에게 계속 감기약을 처방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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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y21****2019.04.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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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문재인 만큼 못 하는지 학자들은 연구해서 논문 좀 냈으면 합니다. 아무 소리 하지 말고 기업들에게 그냥 잘 해주세요... 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