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남녀심리

노래하는 부부, 놀이하는 가족

Shawn Chase 2019. 4. 17. 22:02
“김소현, 손준호 커플은 무대 위에서 부부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이들 부부의 무대를 보고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손준호는 무대 위에서 파트너의 목소리를 감싸 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김소현을 리드하고, 김소현은 그런 남편을 한음 한음 신중히 따른다. 노래하는 부부의 실제 모습도 그랬다. 8세 연하의 남편은 장난스런 꼬마 신랑 같다가도 듬직한 가장으로, 연상의 아내는 애교 만점의 지혜로운 아내로 음정을 맞추듯 발맞춰 나간다.

“12시가 되면은” 아빠가 한마디 부르면 아들이 이어받는다. “문을 닫는다”. 아들이 딴에는 무서운 목소리로 “어흥” 겁주며 뛰어다니면 엄마아빠는 차례로 “아 무셔, 아 무셔” 연기하며 숨는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 손준호 부부와 이들을 꼭 빼닮은 아들 주안. 이 가족이 노래로 ‘노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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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플라워 패턴의 블라우스와 데님 팬츠 모두 토리버치, 블루 포인트 앵클 스트랩 슈즈 알도.
손준호 레더 바이커 재킷 에잇세컨즈, 체크 프린트의 스웨트 셔츠 빈폴맨, 팬츠 프레드페리, 슈즈는 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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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우아한 플라워 프린트의 원피스는 CH캐롤리나 헤레라.
손준호 니트 소재의 셔츠 S.T 듀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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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플라워 프린트 니트 톱과 도트 프린트의 패딩 재킷 모두 토리버치. 라이트 블루 컬러의 모직 플레어스커트 그레이양. 플랫폼 슈즈 마이클 코어스.
손준호 그레이 슈트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블루 컬러의 캐주얼한 셔츠 에잇세컨즈. 슈즈 프레드페리.

손준호 스타일리시한 패치워크 재킷은 시리즈. 카모플라주 프린트 셔츠는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블루 컬러의 치노 팬츠는 비슬로우.

촬영장은 그야말로 떠들썩했다. 뮤지컬 배우 부모를 둔 30개월 주안이의 남다른 목청 하며, 이 방에서 저 방까지 뱃심으로 소리치는 아빠, 이런 손씨 부자를 진두지휘하는 조용한 ‘소프라노’ 김소현까지, 육아 예능 <오 마이 베이비>에서 봐온 ‘노래하는’ 가족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부부는 나란히 앉아 메이크업을 받는 와중에도 아들에게 번갈아가며 동요를 불러줬다. 아빠가 먼저 한 소절 부르면 아들이 다음 소절, 그 뒤로 엄마, 아들이 또 차례로 이어가는 식이다. 8세 연하의 남편은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아들을 훈계할 땐 엄한 가장이 됐고, 연상의 아내는 “아빠한테 혼나요”라며 애교 있게 남편과 아들을 챙겼다. 이 가족을 보고 있자니, 합이 아주 잘 맞는 3인조 그룹이 떠올랐다.

노래하는 부부, 역시 다른데요? 준호 전 집에서도 노래를 자주 해요. 아내에게도요. 막 정색하면서 ‘여보, 사랑해. 앉아봐. 내가 노래 불러줄게’ 이러는 건 아니고(웃음), 설거지할 때라든지 그냥 자연스럽게 노래를 시작해요. 다 하고는 ‘어때? 잘 들었어? 잘하지?’ 이런 식이죠(웃음). 주안이한테는 진짜 많이 불러줘요. 제가 욕심이 생겨서 《손준호 김소현의 모차르트와 세계명작》이라는 책도 냈죠. 동요도 불러서 넣고요. 소현 저는 집에서는 부끄러워서 안 해요(웃음). 밖에서 너무 많이 하니까 좀 쉬고 싶더라고요. 남편이 많이 불러주죠. 두분 다 성악과 출신에 뮤지컬 배우, 전공도 같고 직업까지 같은 부부예요 소현 아이를 키우다보니 같은 일을 하는 게 정말 좋아요. 누군가가 매일 출근을 해야 하거나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면 힘들 텐데, 우리는 쉴 때는 좀 맞춰서 쉴 수 있죠. 또 좋은 건 같이 노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일단 전공이 같아도 목소리가 잘 어울리기는 쉽지 않거든요. 다행히 우리는 목소리가 잘 맞아요. 그래서 같이할 수 있는 무대가 많죠. 준호 저희가 표면적으로는 전공도 같고 데뷔작도 <오페라의 유령>으로 같고, 비슷한 것 같지만 또 굉장히 달라요. 소현씨는 성악 공부를 하더라도 학구적으로 해요. 피 터지게 필기하고 악보도 예뻐야 해요. 일단 악보에 4색이 기본(웃음). 또 배역 하나 맡으면 평소 생활도 완전 거기에 몰입하는 스타일이죠. 요즘엔 막 단두대에 목 날아가고(?) 하는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맡아서 좀 다운돼 있답니다(웃음). 반면 저는 느낌 가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에요. 노래도 음정, 박자, 가사 숙지되면 된 거예요. 오디션 가서 떨지도 않고요. 할 줄 아는 노랜데 뭘 그렇게 떨어요. 근데 소현씨는 준비가 완벽해도 긴장을 많이 하죠. 부부는 달라야 행복하게 산다는 말도 있는데 실제로 좋은 점이 있다면? 준호 소현씨는 완벽주의자라 스스로를 피곤하게 해요. 제가 옆에서 ‘그만해도 돼요. 내일 또 한 번 해봅시다’ 하면서 소현씨에게 여유를 주죠. 반대로 저 같은 경우 틈만 나면 놀려고 하니까(웃음), 소현씨가 옆에서 계속 알람을 울리면서 정신 차리게(?) 하죠. 그런 면이 서로 보완 되는 것 같아요. 소현> 섭섭한 것도 있어요. 전 누구한테 싫은 소리를 대놓고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집에 와서 남편한테 밖에서 힘들었던 일을 하소연하고 싶은데 남편이 안 받아줘요. 언젠가 한번 그랬더니 ‘그 사람도 나름 이유가 있겠죠. 당신도 한번 뒤돌아봐요’ 하는 거예요. 전 완전 거품 물고(웃음). 남편은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마음에 잘 담아두지 않고 남한테 얘기도 안 해요. 그래서 전 하소연할 데가 없답니다. 근데 또 할 사람 없어서 안 하다보니까 금방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웃음). 누나, 동생이 아니라 오빠, 동생 같은데요? 소현 맞아요. 전 그렇게 세지 않아요. 사실 나이 차이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거지 저희는 잘 못 느껴요. 남편은 성숙하고 항상 여유롭고 긍정적이에요. 전 예민하고 쉽게 불안해하는 편이고요. 남편이 결혼을 밀어붙였을 때도, 친정엄마가 이 사람을 보고는 탱크 같다고 그랬어요. 만난 지 2~3일밖에 안 됐는데 저희 집에 찾아오겠다는 거예요.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웃음). 그래서 엄마한테는 같이 노래할 일이 있어서 후배가 와서 연습할 거라고 했는데, 와서 연습은 안 하고 엄마랑 거의 세시간을 얘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가 8세 연하가 아니라 그냥 손준호라는 한 사람으로 보시더라고요. 참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준호씨가 굉장히 리더십이 있는 것 같아요 준호 저는 ‘내가 가장이니까 날 따라와야 해’ 그런 것보다는 좀 현명한 팔로어가 되려고 해요. 팔로어라고 졸졸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고 현명하게 팔로어십을 발휘하면 또 그게 리더십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핵심인 것 같아요. 소현씨도 눈치가 빨라서 제가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본인이 받쳐줄 부분을 알아서 잘해요. 싸우기도 하겠죠 물론? 준호 당연하죠. 요즘은 둘 다 정말 바쁘거든요. ‘손준호는 놀면서 김소현이 벌어주는 돈 갖다 쓴다’고 하는 분도 있던데(웃음), 저도 12월에는 딱 이틀밖에 못 쉬었어요. 소현씨도 바쁘고 둘 다 피곤하니까 서로 주안이에게 뭔가 서운하게 하는 게 싫은 거죠. 만약에 주안이가 떼를 쓰면 주안 엄마는 제가 좀 안아주고 그러면 좋겠는데 저는 혼을 내니까 마음이 안 좋은 거죠. 그래서 저한테 큰 소리를 내고, 요즘엔 이렇게 싸움이 나죠. 싸워도 꽁해 있을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준호 저 원래는 정말 안 그랬거든요(웃음). 티 안 내는 스타일이에요. 결혼 전에는 몰래 커피 한 잔 갖다놓고 그 사람이 먹는 것 보면서 행복해하고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살아보니까 티를 내야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집사람이 공연 가 있고, 전 집에서 설거지하고 스팀청소기까지 다 돌려놨어요. 근데 집사람은 그걸 모르고 넘어가요.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가 어느 날 주안이 때문에 다투기 시작하면, 집사람이 저한테 ‘당신은 뭐 했냐’고 해요. 거기다 대고 내가 설거지 몇 번 하고, 바닥 청소 몇 번 하고 막 얘기할 수도 없잖아요(웃음). 그래서 넘어갔는데 그렇게 1~2년 지나니까 진짜 모르는구나, 알려야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이만큼 노력했는데 그걸 모르고 서로 서운해지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이제는 막 티를 내요. ‘설거지 이만큼 쌓여 있었는데 내가 다 했어!’ 이러면서.(웃음) <오마베> 보면 주안이가 또래에 비해 어휘력도 뛰어나고 알파벳도 벌써 깨쳤어요. 같이 출연했던 강레오씨가 ‘주안이는 특별한 아이’라고 하는 걸 봤어요 소현 원래 세상 모든 부모들이 자기 아이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오마베> 출연하면서 객관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조금 놀랐어요. 그런데 방송을 통해 주목받다보니까 저희는 오히려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처음에도 굉장히 망설이다 출연을 결정했고 지금도 걱정이 되는 편이긴 한데, 가족끼리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주안이가 커서 추억이 될 만한 예쁜 영상을 많이 만들어서 그건 진짜 좋아요. 준호 저도 제 아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하려고 해요. 키가 빨리 자라는 애가 있고 말이 좀 빠른 애도 있고, 언어, 수학을 잘하는 애도 있고 그렇잖아요. 애들이 뭘 잘한다고 해서 ‘천재, 천재’ 하다보면 부모의 희망도 커지고 그만큼 애들도 혹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특별해, 특별해’ 하지 않고 ‘내 아들은 이걸 남들보다 좀 빠르게 잘하는구나’ 하고 넘어가죠. 어떻게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면? 준호 저도 사실 고2 때까지는 꿈이 소아과 의사였거든요. 공부 좀 괜찮게 했어요(웃음). 고2 때 이과, 문과를 정해야 하잖아요. 근데 음악이 하고 싶은 거예요. 음악하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해주셨어요. 지금 제가 이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있고 주안이도 만났잖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주안이가 하고 싶다는 것, 행복해하는 것 하도록 해주고 싶어요. 제가 부모님에게 이미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주안이한테도 그런 부모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라울과 크리스틴은 무대 밖 실제 부부가 됐고, 두 사람을 꼭 닮은 아이와 함께 단란한 가족이 됐다.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주안이의 탁 트인 목청이 귓가에 맴돌았다. 먼 훗날 세 식구가 함께 오르는 무대를 상상해본 건 기자뿐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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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퍼지한 니트 풀오버는 오브제, 네오플렌 소재의 형태감 있는 플레어스커트는 커밍스텝, 부츠는 알도.
주안 귀가 달려 귀여운 니트 톱 쁘띠마르숑.

김소현 선명한 블루 컬러의 롱 드레스 CH캐롤리나 헤레라, 그래픽적 프린트의 니트 톱 미쏘니, 진주 네크리스 엠주.
손준호 다크한 그레이 컬러의 재킷 빈폴 맨, 니트 톱 프레드페리, 팬츠 엠비오, 피치 컬러의 러버 슈즈 멜리사.
주안 프린트 화이트 셔츠 쁘띠마르숑, 곰돌이 패턴의 니트 베스트와 블랙 팬츠 닥스키즈.

"아이를 키우다보니 같은 일을 하는 게 정말 좋아요. 누군가가 매일 출근을 해야 하거나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면 힘들 텐데, 우리는 쉴 때는 좀 맞춰서 쉴 수 있죠. 또 좋은 건 같이 노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일단 전공이 같아도 목소리가 잘 어울리기는 쉽지 않거든요."

아래 김소현 페이즐리 패턴의 페전트 드레스 마이클 코어스.
손준호 울 셔츠 엠비오, 데님 팬츠 캘빈클라인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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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공연이 가장 많은 12월이 일 년 중 제일 바쁜 달이라며,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김소현 손준호 부부. 그래도 <스타일러 주부생활>의 신년호 커버를 꼭 장식하고 싶다고 어렵게 스케줄을 내주었다. 촬영 콘셉트은 신년호답게 희망찬 블루. 그리고 따뜻한 스위트 홈의 분위기를 더했다. 주안이가 친할아버지, 할머니와 촬영장 이곳저곳을 편안하게 장난치고 돌아다닐 때쯤 아빠 엄마는 헤어 메이크업을 마쳤고, 연기파 뮤지컬 배우 부부답게 드라마틱한 표정과 익살맞은 포즈로 화보를 완성해갔다. 주안이가 울 때는 촬영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촬영장 분위기를 돋우는 건 아들 주안의 동작 하나하나와 웃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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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성영주 | 월호:2015년 1월호 | 업데이트:201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