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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이 받은 깜짝 선물, 그리고 동료들의 폭풍 칭찬

Shawn Chase 2018. 10. 5. 23:09

조미예 입력 2018.09.30. 07:58 수정 2018.09.30. 08:16




#01. 류현진 향한 폭풍 칭찬, 터너뿐만이 아니다.

‘7승 3패, 시즌 평균자책점 1.97’

LA 다저스 류현진이 2018시즌 정규시즌에서 기록한 최종 성적입니다. 허벅지 내전근 부상으로 3개월 정도 재활에 집중하느라 규정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등판할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시즌 15경기 등판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는데, 충분히 박수받을 기록입니다.

그런데도 류현진은 덤덤했습니다. “투수에게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는 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라고 물으니, “규정 이닝도 못 채웠는데.. 뭐…”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습니다. 곧바로 “당연히 좋다. 기분은 좋은데, 선발 투수는 규정 이닝을 채운 다음에 기록을 이야기해야 한다.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 의미는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상 공백이 있었기에 아쉬움은 남지만, 중요한 경기 때마다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호투를 펼치면서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류현진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한 것 같다”라며 개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터너의 한 마디가 큰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상으로 공백을 가졌던 건 불행한 일이었다. 그 부상이 없었다면 사이영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을 것이다”라는 극찬을 한 것입니다. 이 정도면 정말 초특급 칭찬입니다.


둘은 워낙 친합니다. 화면으로 보이는 거 이상의 친분을 쌓고 있습니다. 하지만 립서비스는 아닙니다. 부상 전에도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고, 복귀 후에도 승리의 발판이 된 호투를 펼쳤으니까요. 팀 동료 입장에서 봤을 때, 그 부상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 했을 거란 믿음이 있었던 거죠.


여담이지만, 터너는 류현진의 투구에만 매력을 느낀 게 아닙니다. 목소리에도 반했습니다. 터너가 알려준 류현진의 또 다른 반전 매력은 바로 ‘천사의 목소리’입니다.

“현진이의 목소리는 정말 천사 같다. 몇몇 동료들과 한국 노래방에 같이 놀러간 적이 있는데, 류현진 노래를 듣고 천사가 노래하는 줄 알았다. 목소리가 천사 같다.”


벨린저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진짜 진짜 진짜 좋은 투수”라고. ‘리얼리’라는 단어를 4번이나 연달아 사용하면서 류현진이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를 표현했습니다.

투수 리치 힐은 “내가 본 투수 중에 (투구) 느낌이 가장 좋은 투수다. 투구에 자신감이 있고, 타자를 공격할 줄 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평소 다저스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류현진에 대한 평이 굉장히 좋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과 잘 지낸 덕도 있지만, 선수가 보기에도 류현진의 야구 감각은 인정할 수준인가 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깨달았습니다. 리치 힐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류현진은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라고 표현했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말이죠.

“준비 과정이 굉장히 성실하고, 운동을 많이 한다. 같은 투수가 봤을 때 눈에 띄는 부분이다.”


류현진만큼 노력하지 않고, 류현진만큼 준비하지 않는 프로 선수는 없을 것입니다.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다 열심히 노력하고, 승리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외향적으로 보이는 류현진의 모습에서 ‘타고난’ 투수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동료 투수도 인정할 만큼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인데 말이죠.


류현진이 이날 가장 돋보였던 건 위기관리 능력이었습니다. 위기 때마다 더블플레이로 실점을 막았습니다.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4회 1사 만루에서도 류현진은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1사 만루에서 타석에 오른 톰린슨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고, 2루수 도져는 유격수 매니 마차도에게 패스, 마차도는 1루로 재빠른 송구를 하면서 이닝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강하게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류현진은 살포시 팔을 들어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02. ‘ML 통산 500탈삼진’ 류현진이 받은 깜짝 선물

류현진의 1점대 평균자책점, 시즌 7승,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클럽 매니저가 류현진에게 다가와 귀한 선물 하나를 건넵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500탈삼진 기념구였습니다. 류현진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500탈삼진. 하지만 그가 남긴 귀한 기록입니다.

사진=선수측 제공.



류현진에게 500탈삼진 기념구를 챙길 수 있게 해준 선수는 3회 선두 타석에 올랐던 매디슨 범가너.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이었지만, 류현진은 범가너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메이저리그 통산 500탈삼진이라는 깜짝 선물을 받은 것입니다.

선수도, 기자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록인데, 클럽 매니저가 세심하게 챙겨줬습니다. 류현진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7승, 1점대 평균 자책점, 그리고 메이저리그 통산 502탈삼진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