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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행복합니다" 류현진, "존경합니다" 배지현

Shawn Chase 2018. 10. 5. 23:09

조미예 입력 2018.10.02. 14:39 수정 2018.10.03. 23:28




#01. 지고는 못 사는 류현진, 마에다에게 완벽 복수 

제대로 당했습니다. 다저스가 최소 와일드카드 진출을 확정 지은 날. 그러니까 한국 시각으로 9월 30일 샌프란시스코 경기장인 AT&T파크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동료들과 신나게 샴페인과 맥주를 뿌려대며 기뻐했던 류현진은 잠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급습한 마에다 겐타. 인터뷰하고 있는 류현진의 머리에 샴페인 한 병을 모두 부었습니다. 방어할 틈 없이 류현진이 완벽하게 당했습니다. 그렇다고 인터뷰를 중단할 수도 없는 일. 류현진은 한바탕 웃었고, 프로답게 인터뷰를 이어갔습니다. 그렇다고 류현진이 이 사건(?)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라는 한국 속담이 있습니다. 마에다가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류현진은 무조건 정면돌파. 일본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마에다를 발견한 류현진은 어슬렁어슬렁 다가갔습니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한 상황. 타이밍을 제대로 잡은 류현진은 샴페인 한 병을 제대로 뿌려댑니다. 제구가 완벽한 류현진의 능력은 이때도 발휘됐습니다. 샴페인 세례 조준도 완벽했습니다. 마에다 겐타 얼굴에 정면으로 뿌려댔고, 샴페인 한 병을 모조리 비웠습니다. 마에다 주변을 둘러싼 일본 기자만 얼추 10여 명. 류현진 덕분에 마에다도 화끈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장면이 그대로 일본 언론에 보도될 텐데 뒷감당은 류현진의 몫입니다.

하지만 이를 가지고 뭐라 할 언론, 팬은 없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유쾌하고, 즐거운 순간입니다. 이 두 선수가 평소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지구 우승을 얼마나 기뻐하는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둘의 관계는 참 묘했습니다. 두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사정상 선발과 불펜이라는 보직 변동이 있었습니다. 작년 정규시즌에는 류현진이 잠시 불펜으로 이동했었고, 포스트시즌엔 마에다가 불펜으로 변경. 올 시즌에도 마에다는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둘은 여전히 잘 지내는 친한 동료이고, 완벽한 팀 동료입니다.

류현진과 마에다 겐타. 둘은 지금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켄리 잰슨 대신 마에다가 마무리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커쇼 대신 류현진이 1선발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반드시 그렇다가 아니라, 그런 상황이 펼쳐질 수 있을 만큼 두 선수는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잘 이행하고 있습니다.

류현진-마에다 뿐만이 아닙니다. 두 선수의 사랑하는 아내들의 관계도 친밀합니다.


지구 우승이 확정되면 선수 가족들도 필드에 내려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지난해까지는 혼자였던 류현진이 이번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했습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아내 배지현이 필드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류현진은 아내를 보자마자 가볍게 포옹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습니다. 류현진은 “정말 좋다”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습니다. “몇십 년 동안 못 할 수도 있는 우승인데, 6년 동안 계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좋은 날이었고, 좋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류현진은 “팀복이 참 좋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팀복만 좋겠습니까. 마누라 복도 좋습니다.


류현진이 결혼을 하고 2018시즌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자, 알렉스 우드는 류현진에게 “네 아내와 내 아내가 빨리 친해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들이 친하면 선수들도 마음 편하고,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가끔 ‘류현진은 분명 매력이 있다’고 느낍니다. 동료 선수들이 자꾸 다가갑니다. 알렉스 우드와도 별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둘의 친분도 상당했습니다. 덕분에 류현진의 아내 배지현은 알렉스 우드 아내와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다른 선수 와이프와도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아내들은 그저 즐기는 자리는 아닙니다. 선수들이 야구팬들에게 우상이 되고, 영향력이 생긴 만큼 아내들의 역할도 막중해집니다. 이들은 지역 사회 봉사활동으로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도 합니다. 이미 배지현도 다저스 선수 아내들과 몇 차례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다른 선수 아내들과 즐겁게 우승을 축하하고 있을 때, 배지현이 누군가를 보고 반갑게 다가갑니다. 누굴 보고 이렇게 반갑게 인사할까.


다름 아닌 마에다 겐타의 아내였습니다. 뒤늦게 필드에 내려온 마에다를 아내를 본 배지현은 낯설어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설명을 합니다. 지금의 분위기와 선수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미 선수들은 클럽하우스로 들어간 상황이었습니다. 류현진은 선수들과 배지현은 선수 아내들과 잘 어울리며 그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02. "행복합니다" 류현진, "존경합니다" 배지현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포스트 시즌을 보내게 될 류현진. 그는 어느때보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 배지현은 힘든 부상을 딛고 완벽하게 부활한 신랑 류현진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존경한다”라고.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우승이 확정된 경기. 선수들은 우승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팬들 앞에서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선수 가족들이 필드로 내려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눕니다. 메이저리그는 가족 사랑을 강조하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가족을 우선으로 챙깁니다. 류현진이 이번 시즌 몬스터 피칭을 보이는 건 아내의 역할이 큽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류현진은 현재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달라진 위상이 그를 미소짓게 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류현진은 큰 설움을 겪었습니다. 겉으로 크게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소위 말해 그는 이를 갈았습니다. 포스트시즌 로스터 제외. 그리고 월드시리즈 7차전까지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때 류현진은 투구 폼을 수정하고,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하는 등 다부진 각오로 다음 시즌을 기약했습니다. 그랬던 류현진은 이제 포스트시즌 1, 2선발 자리를 다투는 위치가 됐습니다. 

다저스 구단은 커쇼와 류현진 홈에서 던질 것을 알렸습니다. 첫 경기 선발 등판인지, 두 번째 선발 등판인지는 명확하게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선수에게도 홈에서 던질거라는 언질만 줬을 뿐입니다. 

4일 휴식이냐, 5일 휴식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무조건 1선발은 클레이튼 커쇼였던 다저스였고, 류현진은 로스터 제외였습니다. 분명한 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커쇼가 1선발이라고 명확하게 발표하지 못할 만큼 류현진은 위력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샴페인 파티를 마음껏 즐길 자격이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