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文 지지율 떨어지자 보수 잠룡들 기지개.. 당권 찍고 대권 노린다

Shawn Chase 2018. 9. 8. 18:25

송기영 기자 입력 2018.09.08. 14:00 수정 2018.09.08. 15:08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 대권 잠룡들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잠행하던 이들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저마다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났음에도 한국당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잠룡들의 조기 등판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들 잠룡들은 내년 봄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한국당 대표는 2020년에 있을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한다. 이를 통해 당내 세력을 확장하고 선거까지 승리한다면 대권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된다. 이번 한국당 전대가 보수 진영 권력 구도 재편의 주요 분수령이 되는 것이다.

이미 여러 거물급 인사들이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차기 당권 거머쥔 인사가 대권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황교안 전 총리 활동 재개… 몸 푸는 홍준표·김무성

보수진영 대권 잠룡 가운데 가장 먼저 본격 행보에 나선 것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다. 그동안 정치활동을 자제했던 황 전 총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한국당의 출마 요청도 거절했었다.

그러나 지난 7일 최근 펴낸 수필집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자유한국당 현직 의원들과 박근혜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전직 장관들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전 총리가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정치적인 발언을 최대한 자제했다. 다만 행사 직후 문재인 정부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나라가 어렵고 걱정하는 분이 많아 저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행사가 끝날 무렵 참석자들에게 "지금 나라가 어렵지만 같이 힘내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있도록 중지를 모아나가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원유철·김정훈·유기준·김진태·이채익·윤상직·정종섭·추경호·송언석·강효상 의원 등이 행사장을 찾아 황 전 총리와 인사를 나눴고, 행사장 입구에는 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보낸 축기도 눈에 띄었다.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 미국에 머무는 홍준표 전 대표도 오는 1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발언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내에서는 홍 전 대표의 SNS 정치 재개가 당권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측근들과 향후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원실 제공


김무성 의원의 ‘토론회 정치’도 눈에 띈다. 김 의원은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정부를 겨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관련 토론회를 잇따라 열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부터 ▲벼랑 끝에 몰리는 자영업자·서민과 서민금융제도 개선방안 ▲길 잃은 보수정치, 공화주의에 주목한다 ▲소득주도성장, 왜 문제인가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20일 이후 중단했던 ‘열린토론 미래’ 모임도 지난 4일 재개했다. 열린토론 미래는 김 의원과 정진석 의원이 주도하는 토론 모임이다. 당내에서는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이 ‘당권 찍고 대권’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당 안팎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나경원 의원도 당권 도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4선의 정우택 의원 역시 당 안팎에서 전대 출마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 김태호·오세훈 출마설 ‘솔솔’... 보수 대선 주자 선호도 1위 유승민도 가시권

지난 경남지사 선거에서 김경수 지사와 치열한 승부를 벌이며 존재감을 부각한 김태호 전 한국당 최고위원도 당권 주자로 꼽힌다.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와 박빙의 접전을 벌이며 잠재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최근 선거를 도왔던 인사들과 원로들을 만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초 독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었지만, 지방선거 출마로 일정을 보류한 뒤 현재는 출국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유력 후보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월 바른정당을 탈당한 뒤 현재까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현재는 고려대 융합기술대학원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고, 각 지역에서 지원 유세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 전 시장은 당시 요청이 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유세를 도우면서 선거 이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조선일보DB


당은 다르지만 범보수 진영에서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27~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 범보수 후보군 중 1위(13.5%)를 했다. 유 전 대표는 이 조사에서 보수성향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시장에 밀려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진보성향과 중도성향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만큼 진보와 중도 진영으로 확장성을 갖춘 인사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야권 정계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두 정당의 통합을 가정할 경우 유 전 대표가 통합 전대에 출마해 당권을 거머쥔 뒤 대권까지 도전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당권 도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는 비대위 활동이 끝나고 정치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가 대권까지 꿈꾸고 있다는 분석도 끊이질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줄곧 ‘국가주의’ 등 거대 담론을 던지는 것도 그 연장선에서 보는 시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