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이재용, 기·승·전·반도체

Shawn Chase 2018. 8. 8. 02:34
최초입력 2018.08.06 17:54:05
최종수정 2018.08.06 19:26:13

김동연 만난 직후 화성공장 찾아…"메모리 1등에 안주하지 말고 차량용 반도체 등 먹거리 발굴"
中추격 속 핵심인재 중요성 강조…연구원들과 사진촬영 등 스킨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오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기도 평택 캠퍼스에서 만난 직후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화성 캠퍼스로 곧장 이동했다. 화성 캠퍼스는 세계 최고 수율의 D램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올해 2월부터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총아라 불리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생산라인이 건설되고 있는 곳이다. 기흥·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연구소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를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 임직원들이 현장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격려하고 "글로벌 반도체 1등이라는 자부심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메모리 반도체 1등에 안주하지 말고 차량용 차세대 반도체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노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이 새로운 도전을 강조한 것은 삼성이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화성 캠퍼스의 핵심 연구소를 방문한 것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힘을 실어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 신사업을 챙기면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삼성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의 경쟁력을 더 강화하고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편중에서 벗어나 비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이 분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그가 화성 캠퍼스 EUV 관련 연구소를 둘러보고 핵심 연구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한 것은 바로 이런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의 핵심 인력을 빼내기 위해 전방위 공세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연구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상당한 자신감과 안정감을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캠퍼스의 EUV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을 의미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이른 시일에 글로벌 2위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미 화성 캠퍼스 EUV 생산라인에 2020년까지 3년간 약 60억달러를 우선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이 내년부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비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 강화는 늦출 수 없는 최대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행보는 중국의 견제에도 비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키워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이에 대한 책임감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EUV 생산라인에서 퀄컴 등 글로벌 기업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은 한편에서는 경쟁, 또 한편에서는 협력 관계에 있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주문을 받아야 하는 민감한 사업인 만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인맥이 넓은 이 부회장이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날 화성 캠퍼스를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깜짝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황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