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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고점논란'…삼성·하이닉스, 고공행진은 언제까지

Shawn Chase 2018. 8. 19. 23:08

황민규 기자




입력 : 2018.08.16 05:00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산업 '고점' 논란에 불을 지피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국내 증권사,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비관론은 지금까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지탱해온 스마트폰, 서버 수요가 둔화되고,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내년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해에도 “반도체 시장이 수요 초과에서 공급 우위로 돌아설 날이 머지않았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 부정적인 리포트를 낸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메모리 기업의 시장 헤게모니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깎아내리기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왼쪽 위부터)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SK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 마이크론 유타주 리하이(Lehi) 공장. /각사 제공
 (왼쪽 위부터)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SK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 마이크론 유타주 리하이(Lehi) 공장. /각사 제공

◇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된 메모리 시장

우선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를 짚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공급자(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 중심으로 돌아선 터닝포인트를 2013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13년은 일본을 대표하는 D램 업체 엘피다가 미국 마이크론에 합병된 해이기도 합니다.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혀 양상이 달랐습니다. 분기마다 실적 잔치를 벌이는 지금과 달리 업체간 치킨게임(죽기살기식 가격경쟁)이 극심해 각 기업들의 손실 규모도 천문학적이었습니다. 2000년대부터 이어진 출혈 경쟁으로 인해 대형 메모리 기업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가던 엄혹한 시장었습니다.

2009년에 독일 키몬다(Qimonda)가 쓰러졌고 2012년에는 일본 엘피다마저 파산 신청을 했고, 현대전자가 전신인 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되는 격변이 일어났습니다. 한때 세계 D램 시장에서 20%대의 점유율을 구가하던 대만의 난야(Nanya) 역시 이 시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업계의 변방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이 지난한 과정을 딛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살아남아 현재의 독주 시대를 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두 기업의 선제적 설비 투자에 대한 결단과 미세 공정기술의 초격차 기술개발 전략이 큰 밑바탕이 됐지만, 두 기업이 고공행진을 시장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등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요는 폭등하는데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급격히 뛰어올랐고, 이 시기부터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 잔치가 시작된 겁니다. 2012년부터 시장을 주도하던 스마트폰 수요가 서서히 포화상태에 접어든 지금은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함께 성장하는 서버용 메모리가 다크호스로 떠올랐습니다. 인공지능, 자동차용 메모리 수요도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 5년간의 슈퍼 호황…언제까지 이어질까


미국 오클라호마주 메이스 카운티의 구글 데이터센터. /구글 제공
 미국 오클라호마주 메이스 카운티의 구글 데이터센터. /구글 제공

모건스탠리의 지적은 PC, 스마트폰에 이어 새로운 캐시카우로 등극한 서버 시장의 수요 창출 능력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됩니다. 현재 '없어서 못파는 수준'인 서버용 D램 수요가 점점 줄면서 결국 가격 상승이 멈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등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면서 공급여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보탭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전망이 기우에 불과하며 공급부족 시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 시장의 수요 감소를 서버 D램이 상쇄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상향 조정했고, 여러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 정책도 맞물리면서 서버 D램 수요 증가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량 확대가 이전과 달리 쉽지 않다는 점도 공급부족 국면에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보탭니다. 실제 조선비즈가 IHS마킷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의 D램 월별 웨이퍼 생산량이 2분기에 전분기보다 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나노대 D램 공정의 스텝수가 늘면서 웨이퍼당 칩 용량을 늘지만 웨이퍼 생산성 효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고점 논란은 우선 '고점'을 무엇으로 판단하느냐에 대한 견해부터 엇갈리기 때문에 쉽게 진단할 수 없지만,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꺾인다는 분석은 현실적으로 기우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가 확대된 것은 그만큼 현재 생산능력으로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며 특히 서버 분야의 수요 창출 능력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5/2018081500713.html#csidx4d9f19879d1863b9e19c149910bb94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