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기자
입력 2015-10-03 03:00:00 수정 2015-10-03 08:59:28
美 자동차시장 판도 재편 조짐… 한미일 업체 두자릿수 판매증가율
현대·기아車 고급차종 2위 질주… BMW-벤츠, 한자릿수 성장 그쳐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달 한국 미국 일본 업체들이 일제히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유독 폴크스바겐만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자동차 업계가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총 144만2113대로 지난해 9월에 비해 15.7% 늘었다.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는 물론이고 한국 일본 업체들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GM그룹(쉐보레, 캐딜락 등)은 총 25만1310대를 판매해 12.5% 늘었고, 포드그룹(포드, 링컨)은 22만1269대로 23.3% 증가했다. 도요타그룹(도요타, 렉서스 등)은 19만4399대로 16.2%, 닛산그룹(닛산, 인피니티)도 12만1782대로 18.3% 늘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선전했다. 현대차는 6만4015대를 팔아 14.3% 증가했고, 기아차는 4만9820대를 판매해 22.6% 성장했다. 두 브랜드 합계는 11만383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7.8% 늘어난 것이다. 이는 9월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현대·기아차는 8월 미국 최고급 세단 시장에서도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일본 렉서스와 독일 BMW 등을 제친 것이다. 현대차 에쿠스와 기아차 K9은 8월 미국 시장에서 각각 185대와 386대 등 총 571대를 판매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2044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독일 등 유럽 브랜드의 성장세는 제한적이었다. 9월 미국 시장에서 BMW그룹(BMW, 미니 등)은 4.1%, 다임러그룹(벤츠, 스마트 등)은 6.0% 증가했다.
폴크스바겐은 판매량이 늘긴 했지만 ‘성장’보다는 ‘후퇴’에 가깝다.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2만6141대로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나마 한식구인 아우디가 1만7340대 판매로 16.2% 늘어 폴크스바겐그룹 전체의 성장률을 7.3%로 끌어올렸다. 폴크스바겐그룹의 판매량 순위는 이번에 스바루에 밀리면서 9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폴크스바겐 차종의 가격이 떨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SK엔카닷컴은 2일 “폴크스바겐 중고차 매물의 가격 조정 비율과 횟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 발생 직전 열흘간 폴크스바겐 판매자가 가격을 낮춰 조정한 비율은 17% 정도였지만, 파문이 불거진 21일 이후 열흘간은 35%로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SK엔카 측은 “가격 하락 폭은 1.6∼5.7%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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