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집권당 ‘특검 헐뜯기’ ‘김경수 감싸기’는 명백한 수사 외압

Shawn Chase 2018. 8. 7. 00:30

동아일보입력 2018-08-07 00:00수정 2018-08-07 00:00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김진표 이해찬 후보 등 차기 당 대표 후보 3인이 지난주부터 한목소리로 드루킹 특검 수사를 앞둔 김경수 경남도지사 감싸기에 발 벗고 나섰다.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친문재인) 표심’을 노린 전략적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지사가 특검에 소환된 어제는 현 지도부까지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의 행태는 교묘한 언론플레이와 망신주기였다”고 성토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치 특검이라는 오명만 남길 것”이라고 비난했다. 집권여당의 전현직 지도부가 동시에 특검을 비판하고 김 지사를 옹호하는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의한 특검 수사의 독립성 훼손이자 정치적 외압이 될 수밖에 없다.

송영길 후보는 어제 페이스북에 “드루킹의 거짓 진술에 휘둘려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이해찬 후보 역시 그제 페이스북을 통해 “그(김 지사)의 진실함을 믿는다”고 밝혔다. 특검의 김 지사 소환을 앞두고 드루킹의 진술을 미리 거짓으로 규정한 것이다.

추 대표는 또 드루킹 사건을 “신종 정치 브로커의 일탈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자기모순이나 다름없다. 네이버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수사는 1월 추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고발로 시작됐다. 댓글 조작의 배후가 김 지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드루킹인 것으로 드러나자 이제는 ‘정치 브로커의 일탈 행위’로 치부한다. 이런 게 여당이 특검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아니고 뭔가. 

가뜩이나 어제 특검 사무실 주변은 김 지사를 응원하는 이들과 비판하는 이들의 고함이 뒤엉켜 큰 혼란을 빚었다. 특검 수사의 방향과 김 지사의 사법 처리 여부 등을 두고 정치권뿐 아니라 지지자들의 감정이 격해지고 있다. 특검 수사의 핵심은 드루킹 일당의 여론 조작 과정에 김 지사 등 민주당과 청와대의 핵심 인사들의 개입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다. 집권당 인사들의 외압성 발언은 특검 수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침해하고 공정성 시비만 초래할 뿐이다.



[단독]드루킹 “김경수,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 요청” 면담내용 기록

김동혁 기자 정성택 기자입력 2018-08-06 03:00수정 2018-08-06 09:16


특검, 드루킹 작성 문서파일 확보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가 2017년 3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국회에서 만났을 때 ‘(대통령 선거 뒤) 2018년 6월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면담 기록을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입수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대선도 끝나기 전에 1년 3개월이나 남은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했겠느냐”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 드루킹 “김경수, 지방선거 도와 달라 요청” 

김 씨는 지난해 3월 12일(일요일) 오후 3시 42분경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로 김 지사에게 “김 의원님, 이번 주 수요일 또는 목요일에 30분 정도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문자를 못 보신 것 같으면 내일(월요일) 오전 중에 전화를 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시간 28분 뒤 김 지사는 “메시지 지금 확인했습니다. 수요일보다 화요일 오전이나 오후 늦게 5시 이후가 좋습니다”고 답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국회 출입기록에 따르면 이틀 뒤인 3월 14일(화요일) 김 씨는 ‘성원’ 김모 씨(49)와 함께 국회에 들어갔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14일 김 지사와의 만남을 ‘20170314미팅주제정리.docx’라는 제목의 파일로 정리한 뒤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핵심 회원들과 공유했다. 이 파일에서 김 씨는 “(두 달 뒤) 대선을 이길 것을 확신하지만…김 지사로부터 먼저 2018년 6월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고 이에 응했다”고 했다. 이 파일에는 지방선거를 돕는 대가로 김 씨가 김 지사의 요청으로 제안한 재벌개혁 정책과 경공모 핵심 회원의 인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김 씨는 대선 당시 김 지사에게 문재인 후보 캠프 대선 법률자문단에 ‘삶의축제’ 윤모 변호사(46)와 ‘아보카’ 도모 변호사(61)가 들어갈 수 있도록 요청했는데 윤 변호사만 들어갔다.

이 만남 이후 김 씨와 김 지사는 시그널 대화 내용이 일정 시간 후 자동 삭제되도록 설정했다. 그 뒤 두 사람은 시그널 통화를 5차례 했고 이 중 3차례는 김 지사가 김 씨에게 걸었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 29일 김 지사는 김 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대선후보 TV 토론회 기사 인터넷접속주소(URL)를 전송한 뒤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씨는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한 직후 “시그널로 답변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씨는 당시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경공모 회원들에게 “A다 얘들아”라고 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는 김 지사가 보낸 기사(A)에 대한 댓글 작업을 신속하게 하라는 지시였다고 한다. 문 후보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에 ‘접기 요청’을 클릭해 안 보이게 하거나 비공감을 눌러 순위를 떨어뜨리는 작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