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北석탄 추적… 떨고있는 韓電

Shawn Chase 2018. 8. 6. 11:52

조선일보

  • 임민혁 기자
  • 최현묵 기자


  • 입력 2018.08.06 03:00 | 수정 2018.08.06 09:04

    자회사 남동발전, 용의선상에
    美 '북한산 알고도 반입' 판단땐 제재 위반으로 거래 막힐 수도

    북한산(産) 석탄 국내 반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정부가 독자 제재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일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미국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와 별개로 제재 위반 '용의 선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당 기업들은 국제사회에서 신용도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북 제재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5일 "밖으로 드러난 것보다 미국이 석탄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한국전력공사다. 한전의 자회사인 남동발전은 작년 11월과 올 3월 러시아산으로 위장한 북한산 석탄 9700t을 들여온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한전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외부 자문을 했다. 결과는 '미국 제재 시스템상 남동발전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한전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최대 공기업이 용의 선상에 오르면 국가 신인도 및 경제 전반에 파장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취할 제재 조치의 종류와 파장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과 남동발전은 러시아 정부가 발행한 원산지증명서 등을 근거로 "러시아산으로 확신하고 석탄을 수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동발전과 함께 북한산 석탄 수입에 연루된 국내 기업 한 곳과 은행 두 곳도 미국의 제재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 수준을 넘어 실제 제재 위반으로 판명돼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경우 국제 거래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 정부가 제3국 기업의 달러 거래를 막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면 사실상 국제 금융거래에서 배제된다. 최근 중국 통신 장비 업체 ZTE는 북한·이란 거래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받아 회사문을 닫기 직전까지 갔었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워싱턴에 간 것은 이런 사태로 확산되지 않도록 미리 수습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6/2018080600136.html



    한전, 정부 조사만 받아도 직격탄주가 떨어지고 원전 수주에 악영향

    조선일보 
  • 최현묵 기자

  • 입력 2018.08.06 03:00

    [北석탄 반입 파장]
    외국 투자자, 정부에 소송 가능성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란 제재 위반 기업에 대해 가차없는 처벌을 해왔다. 중국 2위 통신장비 업체 ZTE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미 상무부는 ZTE 가 2010년부터 6년간 이란·북한과 거래한 사실을 적발하고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 제재를 내렸다. 미국산 핵심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ZTE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중국 정부가 중재에 나섰고, 결국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조치는 풀렸다. 하지만 ZTE는 미국 정부에 10억달러 벌금을 내고, 경영진을 교체하며 미국인 준법팀을 운영하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미국의 제재 칼날 앞에 미리 몸 사리는 글로벌 기업들도 적지 않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일방적으로 재개한 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은 이란 내 가스전 사업에서 철수했다. 토탈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받으면 미국 은행을 통한 달러화 금융이 중단되고 미국 내 사업도 잃게 된다"고 밝혔다.

    정부와 북한산 석탄 반입 연루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 위반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남동발전의 모기업인 한전은 1994년에 뉴욕 증시에 DR(예탁증서)을 발행해 상장했으며, 현재 한전 발행 주식 총수의 5.56%가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제재 위반 조사를 개시할 경우, 한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미국과 한국 주식 시장에서 주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한전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수도 있다. 신인도 하락으로 최근 한전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한전과 자회사인 한수원·발전자회사들이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되는 최악의 경우, 우라늄·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5일 "미 국무부가 최근 '한국은 안보리 결의 이행에서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입장을 내는 등 우리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외교 소식통은 "정무적 판단을 하는 국무부와 달리 제재 주무 부처인 미 재무부는 훨씬 기계적인 접근을 하기 때문에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6/2018080600159.html



    와중에 또석탄 의심 선박, 평택항 유유히 떠났다

    조선일보 
  • 이민석 기자

  • [北석탄 반입 파장]
    남동발전 관련 '샤이닝 리치'호 2일부터 사흘 머물다 중국으로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국내에 반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외국 선박이 최근 평택항에 정박했다가 4일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 등 관계기관은 이 선박에 대해 검색을 시행했지만 특이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 선박을 어떤 방식으로 검색했고, 왜 문제없다는 결론을 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5일 민간 선박 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벨리즈 선적의 '샤이닝 리치'호가 2일 오후부터 평택항에 머물다가 한국 시각으로 4일 오후 중국 톈진(天津)항으로 떠났다. '샤이닝 리치'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상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혐의로 우리 세관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른 외국 선박 5척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작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는 안보리 결의상 금지된 품목의 이전에 연관돼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은 자국 항구 내의 모든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북한 석탄 국내 반입에 연루돼 있는 선박은 샤이닝 리치호 외에 '리치 글로리' '스카이엔젤' '진룽' '안취안저우66' 5척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배들은 북한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수십 차례 우리 항구를 드나들었고,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자유한국당 북한 석탄 대책 태스크포스(TF) 유기준 단장은 이날 "북한 석탄을 해외에 밀수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선박들까지 포함하면 최소 10척이 국내에 아무런 제한 없이 드나들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석탄은 인민군 100만명 먹여살릴 돈줄… 제재 뚫고 수출 안간힘"

    조선일보 
  • 김명성 기자

  • 입력 2018.08.06 03:00

    北군부 산하 탄광 前지배인 밝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석탄 수출에 매달리는 것은 석탄 수출 의존도가 큰 군부 등 특수 기관들의 외화 고갈과 주요 탄광들의 가동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군부 산하 탄광에서 지배인(사장)을 지내다 2008년 탈북한 H씨는 5일 본지 인터뷰에서 "석탄 수출이 안 되면 특수 기관의 외화벌이는 물론 탄광 가동까지 멈추게 될 수 있다"고 했다.

    H씨는 "김정일 시대부터 석탄은 북한의 주력 수출품으로 외화벌이 효자 역할을 했다"며 "2000년대 중반 석탄 수출이 큰돈이 되자 수출탄을 생산하는 대형 탄광 주변에 인민군 총정치국을 비롯한 군부와 특수 기관들이 무분별하게 탄광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당시 박봉주 내각 총리가 김정일에게 "자원을 팔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자 조명록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박봉주를 불러 "석탄 수출을 중단하면 총리 당신이 인민군 100만명을 먹일 식량과 군복, 기름을 대라"며 석탄 수출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 수출을 주도했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처형(2013년 12월)된 이후에도 북한 군부와 특수 기관들은 단가를 낮춰 석탄 수출을 계속했다고 한다. 북한이 석탄의 가격 하락에 따른 외화 수입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크게 늘렸다는 것이다. H씨는 "수출용 석탄의 경우 열량이 ㎏당 5500~6500㎉ 정도인데 이런 고열량 석탄은 평남 순천탄광·개천탄광·덕천탄광·직동청년탄광에서 생산한 무연탄"이라고 했다.

    H씨는 "수출을 못 하면 외화 부족으로 석탄 생산에 필요한 벨트·갱목·전차·레일·폭약·뽀베지트(텅스텐 합금) 등의 자재를 수입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석탄 수출을 못 하면 탄광 가동이 멈춘다는 것이다.



    40% 저렴한데다, 석탄 분석하면 원산지 알 수 있는데


    입력 2018.08.06 03:00

    [北석탄 반입 파장]
    북한산 석탄 알고도 수입했나… 美, 한국 대북제재 위반 의심

    국내 기업의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들여다보려는 핵심은 '사전 인지 여부'다. 북한 석탄이 러시아 항구에서 제3국 배에 실려 한국에 들어왔는데, 해당 기업들이 이 석탄이 북한산인 줄 알고 수입했느냐는 것이다. 해당 기업들 주장처럼 러시아산 석탄으로 알고 들여왔다면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실제로 사전 인지가 없었는지, 모기업은 관리 책임이 없는지 등에 대한 미 제재 당국의 수많은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이 매우 길고 까다롭다"며 "그 과정 자체가 기업으로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이를 제때 파악했고 적절한 조치를 내렸는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 가격 40% 싸

    한전의 자회사 남동발전이 북한산 석탄임을 알고도 수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수입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훨씬 싸다는 점 ▲석탄의 수분·발열량 등 성상(性狀)을 분석하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동발전은 작년 11월과 올 3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석탄 수입 회사인 'H'사를 통해 무연탄 총 9700t(약 87만달러)을 들여왔다. 작년 10월 말 러시아 나홋카항·홈스크항에서 무연탄 5141t을 나눠 선적한 '샤이닝 리치'호는 11월 초 동해항에 입항해 무연탄을 남동발전에 인도했다. 올 3월에는 나홋카항에서 선적한 무연탄 4584t을 '진룽'호를 통해 동해항으로 수입했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남동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산 의심 석탄 구입 가격은 두 차례에 걸쳐 t당 90달러, 93달러였다. 남동발전이 작년 12월 다른 중개업체를 통해 수입한 러시아산 무연탄 가격(t당 148달러)에 비해 최대 39% 저렴했고, 이에 따라 총 34만달러(약 3억8300만원) 정도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남동발전이 얼마 안 되는 이익을 좇다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발전 관계자는 5일 "무연탄 국제 시세는 한 달에도 20~30%씩 널뛰기한다. 특히 무연탄은 국제 거래 규모가 작아 가격 등락 폭이 매우 큰 시장이기 때문에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산지 확인 가능성과 관련해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무연탄은 국제적으로 거래가 많지 않고, 광산별로 스펙(성상)이 뚜렷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남동발전이 이를 확인했다면 북한산인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화력발전소에서 원료 구매와 공정 투입(피딩)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라면 석탄의 성상을 보고 원산지를 구별할 수 있다"며 "다만 같은 광산이라 해도 광구별로 성상이 다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발전 관계자는 "무연탄 구매를 위한 입찰 공고를 낼 때 '북한산 석탄은 입찰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며 "원산지별로 상이한 석탄의 성상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연탄 수입 당시 러시아 정부가 발행한 원산지 증명서를 관세청에 제출해 정상적으로 수입 통관이 됐기 때문에 해당 물량은 러시아산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정부 감독·처벌 적정성도 쟁점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 수입 기업들뿐 아니라 정부의 감독·처벌 조치가 적절했는지도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안보리 전문가 패널이 위법 행위 사실을 명시한 선박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 의지가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보리나 미국의 독자 제재가 아니더라도 5·24 조치 등 국내법에 따라 북한산 석탄은 들여올 수 없다.

    이에 대해 러시아산 무연탄이 1년에 350만~400만t 수입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별 기업을 일일이 감시해 사전에 불법 수입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또 불법행위와 관련된 선박을 억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합리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당 선박들은 일본에도 수십 차례 드나들었지만, 일본 정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가 자체 판단에 따라 선박을 억류할 수 있지만, 이를 풀어줄 때는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수 있다"며 "파장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