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자신의 집무실로 찾아온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작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3선 임기를 시작한 뒤 처음 찾아온 정무수석에 대한 인사말이었다.
한 수석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각 지방의 현실은 지방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으시죠”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통령을 만나 큰 의제를 결정하는 자리를 만들기 전, 현안 청취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발언은 최근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최저임금 이슈와 관련해서 나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편의점주 등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일어났고, 진보 진영에서도 “자영업자의 점포 임대료, 카드 수수료 부담에 대한 경감 노력 없이 최저임금만 올리려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박 시장이 강조하는 해결책 중 하나가 임대료 인상률 통제다. 박 시장은 2일 취임사에서도 “100만 자영업자의 가장 큰 고통 진원지인 임대차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미국은 시장들에게 특정 지역 임대료가 오르면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데, 왜 뉴욕시장이 가진 권한을 서울시장은 가질 수 없느냐”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임대료 통제권을 ‘자영업자와 서민을 보호할 무기’라고 부른다.
19일 박 시장의 발언은 이 같은 주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 주장 자체는 취임사 때부터 변함이 없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들 사이에선 시기의 민감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영업자들의 반발 등 최저임금 여파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박 시장과 한 수석이 만나기 전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날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율은 61.7%로 집계됐다. 1주 전보다 6.4%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리얼미터는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의 이날 공개 발언이 참모진과 상당한 논의를 마친 뒤 나온 게 아니라는 설도 있다.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달라는 내용의 원론적인 말씀만 공개 발언 시간에 하시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박 시장의 참모진들은 이 같은 해석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다음 대선이 4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청와대와의 작은 균열이라도 생기는 모습이 비쳐지면 박 시장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대외적 입장은 “자영업자가 절박한 상황에서 가맹 본사와 점주의 문제는 서울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여서
정치권에 호소한 것 뿐, 정치적 의도는 절대 없음”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현재로선 박 시장이 청와대 심기를 불편하게 할 의도는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선주자로서 발언과 행동에 대한 온갖 해석을 다 극복해야 할 사람도 박 시장 본인”이라고 말했다.
최선욱ㆍ이승호 기자 isotop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최저임금으로 文 지지율 떨어진 날, 박원순은 靑에 “임대료 통제권 달라”
최선욱ㆍ이승호 기자 isotop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최저임금으로 文 지지율 떨어진 날, 박원순은 靑에 “임대료 통제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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