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전슬기 기자
입력 : 2018.07.20 11:43 | 수정 : 2018.07.20 14:50
내년에 근로장려금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 가구가 10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내년 근로장려금 대상자 334만 가구 중 30% 수준이다.
자영업자 중에서는 올해와 내년 각각 16.4%, 10.9% 두자릿수로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 타격을 받는 음식업, 소매업 등 영세 자영업자들에 장려금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일을 해도 소득이 적은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내년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자를 166만명에서 334만명으로 두배 이상 늘리고, 총지급액도 1조1416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세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불고 있는 터라 정부가 수조원대 혈세를 퍼부어 후폭풍 돌려막기에 나섰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내년 EITC 대상자인 334만 가구는 당초 과거 정부가 계획했던 2030년 대상자 규모다. 그만큼 대상자를 과도하게 늘렸다는 얘기다.
◇ 최근 2년간 EITC 대상자 중 30% 자영업자 자구…“내년에도 비슷할 듯”
20일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EITC를 받은 166만 가구 중 자영업자 가구는 56만으로 34%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가구가 받은 근로장려금 총액은 4406억원으로 전체(1조1416억원)의 약 40%였다. 2016년 상황도 비슷했다. 2016년 EITC를 받은 자영업자 가구는 57만으로 전체 157만 가구의 36%였다. 지급 규모는 4212억원으로 전체 1조원의 약 40%였다.
정부는 EITC제도가 확대되는 내년에도 총 대상자의 약 30%가 자영업자일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2016년과 2017년도 현황을 보면 EITC 지급 가구 중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 비중이 대략 3분의 1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내년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 연합뉴스
EITC는 근로자는 물론 자영업자(전문직 제외)가 있는 가구가 일을 해도 소득이 적을 경우 세금 환급 형태로 지원금을 받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EITC 대상자에 자영업자 가구를 추가했다.
내년에는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가 있는 가구 중 배우자와 가족이 없는 단독 가구면 연소득 2000만원,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있지만 혼자 버는 홑벌이 가구는 연소득 3000만원, 맞벌이 가구는 연소득 3600만원 미만이면 각각 최대 연 150만원, 260만원,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업종별로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곳에 장려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EITC를 받은 56만 자영업자 가구 중 절반에 달하는 45.3%(24만2936가구)는 인건비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인적용역 분야에 종사했다. 소매업 비중은 9.98%로 가장 컸다. 소매업 종사자 5만3519 가구가 장려금을 받았다. 그 뒤로 음식업(9.82%), 보험설계사 및 방문판매원(9.47%), 운수·창고·통신업(8.30%), 서비스업(7.53%), 도매업(3.04%), 제조업(2.14%) 등이었다.
◇ 과거 정부 계획 보다 EIC 대상자 증가 속도 11년 빨라져… “최저임금 뒷수습 비판도”
그동안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소득층에 재정을 투입하는 EITC가 최저임금 인상보다 고용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고 영세 자영업자도 지원할 수 있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먼저 EITC를 확대한 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거꾸로 최저임금부터 올려놓은 후 일자리 감소와 영세 자영업자 타격 등의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해 EITC를 대폭 확대하는 꼴이 됐다.
정부가 EITC를 첫 시행한 지난 2009년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EITC 단계적 확대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 대상자가 약 360만 가구로 증가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가 당초 계획보다 11년이나 앞당겨 EITC 대상자를 300만대 가구로 확대한 셈이다.
더구나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일자리안정자금도 내년에 연장할 계획이다. 국회는 EITC를 확대하는 만큼 일자리안정자금 규모를 올해(3조원)보다 대폭 줄이라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일자리안정자금과 EITC는 정책 목표와 수혜 대상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의 지급 대상은 근로자들이지만, EITC는 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가 있는 가구에도 돈을 준다. 일자리안정자금의 목표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사업주가 직원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EITC는 사업주의 임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가 아니어서 해고를 막을 방법은 없다. 자영업자가 있는 가구도 EITC를 받을 수 있지만 지원액을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에 쓴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내년 저소득 가구 지원과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수습에 약 7조원(EITC 확대 3조8000억원+일자리안정자금 약 3조원)의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0/2018072001308.html#csidx561082b7708b880b1213abfe19f78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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