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10석 중 10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경기도의원 선거에선 142석 중 민주당이 135석을 차지했다. 광역·기초단체의 집행부와 의회가 민주당 일색인 곳은 다른 지역도 수두룩하다. 자유한국당은 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국회 역시 범진보로 넓히면 원내 절반이 넘는 156석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1당 독재’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궤멸적 참패로 감시와 감독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견제받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부패하고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시민들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 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야당 하는 짓이 미워서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후광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다양한 재량을 갖고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다. 개헌이든, 개혁·민생 입법이든 뭐 하나 제대로 이뤄낸 게 없다. 집권당의 책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임승차하듯 청와대에 얹혀왔다. 올 들어 국회는 사실상 제대로 가동된 적이 없다. 법안 심사를 비롯한 입법 기능은 마비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과 적폐청산, 일자리 창출과 소득불균형 해소 등 난제들이 쌓여 있다. 무엇보다 경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른 어떤 화려한 성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더욱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야당이 무너진 상황에서 여당이 스스로 중심과 균형을 잡지 못하면 나라와 시민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선거 결과와 높은 지지율만 믿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선 안된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1년간 국정을 주도한 여당으로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했는지 되돌아보고 여당의 위상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집권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견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청와대만 바라보는 관계로 끌고 가선 안된다. 여당이 중심을 잡고 국정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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