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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만지기 모자잡기 성대방 몰래하는 약속

Shawn Chase 2018. 5. 3. 11:47


신문은 선생님
[스포츠 이야기] 귀 만지기, 모자 잡기… 상대편 몰래 하는 '비밀 약속'
입력 : 2018.05.02 03:02 스크랩  메일  인쇄 글꼴  글꼴 크게  글꼴 작게
야구의 '사인(수신호)'

경기 도중 감독이 포수에게 사인을 주는 모습. 
▲ 경기 도중 감독이 포수에게 사인을 주는 모습. /성형주 기자
얼마 전 프로야구 엘지(LG) 대 기아(KIA) 경기에서 '사인 훔치기' 소동이 벌어져 화제였어요. 한 언론사가 LG 쪽 더그아웃(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선수들이 대기하는 벤치)을 촬영했는데, 이곳 복도에 KIA 투수와 포수가 주고받는 각종 손동작(사인)을 분석한 A4 용지가 붙어 있었던 거예요.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상대팀의 사인 정보를 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LG의 이 같은 행동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지요.

야구에서 사인(시그널)은 상대편 모르게 같은 팀끼리 주고받는 의사소통을 말해요. 초창기 미국 프로야구에서 손으로 비밀 신호를 사용한 팀이 승리를 거두면서 이후 보편화됐지요. 현재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상대에게 간파당하지 않고 의사소통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사인이 가장 많이 쓰이는 상황은 포수(던지는 공을 받아내는 선수)와 투수(공을 던지는 선수) 간 의사소통입니다. 포수가 손가락으로 어떤 사인을 지시하면 투수는 이에 대한 일정한 반응을 보이는데 주로 '어느 코스로 어떤 공을 던져라' '알았다' '그건 싫다' 같은 뜻을 나타내지요. 기본적으로 상대편이 모르게 해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의미가 없어요. 일반적인 동작이라 해도 전혀 반대 뜻일 수도 있고, 포수의 사인을 받는 사람이 투수가 아니라 수비수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사인은 경기 전 선수 간 모임을 통해 약속합니다. 따라서 같은 사인이라도 경기마다 달라지기도 하고,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무의미한 동작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코를 만지는 동작이 '번트(타자가 배트를 공에 가볍게 대듯 맞추는 것)', 모자를 잡았다 놓는 동작이 '강공', 귀를 만지는 동작이 '번트 앤드 슬러시(번트를 댔다 기습적으로 강공으로 바꾸는 것)'라고 약속했다고 할게요. 그럼 코치나 선수들은 번트 사인이 나왔을 때 코만 만지는 것이 아니라 박수를 치거나 가슴을 두어 번 치는 등 별의별 동작을 다 취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메시지는 '코를 만지는 것'에만 있지요. 선수는 그 하나만 보고서 번트인 것을 알아차리고 경기에 임하는 거예요. 마치 수화(手話)처럼 대화하는 거지요.

이렇게 사인이 복잡한데 선수들이 어떻게 그걸 다 기억하고 구분할까 궁금하지요? 감독과 선수들은 '진짜 사인은 모자를 만지고 나서 내는 사인' 또는 '진짜는 팔 어디 부위를 만지고 내는 사인' 등으로 약속을 합니다. 상대편이 눈치채기 어렵고 자기편 선수는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러니까 매번 사인을 바꾸기보다는 진짜 사인을 내는 순서나 알아보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조보성·무학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