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입력 2018.05.04. 10:28 수정 2018.05.04. 10:36
등판 경기 수, 소화 이닝, 투구 수, 연투로 살펴 본 불펜 투수 혹사 현황
2018 KBO리그 초반 판세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시즌 역시 중상위권 중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신흥강호' NC 다이노스는 3일 기준 14승 20패 승률 0.412로 9위에 처져있다.
NC 추락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최근 수년간 리그 정상권 활약을 보이던 불펜이 붕괴된 탓이 크다. NC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76으로 리그 최하위다. 김경문 감독 특유의 불펜 중심 야구를 경고하던 이들의 반응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의견이다.
2018시즌 KBO리그 팀 불펜 ERA 순위 (5/3 기준)
NC는 지난해까지 외국인 선발 투수를 제외하면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컸다. 지난해의 경우 NC 불펜은 587.2이닝으로 10개 구단 불펜진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2일 NC 마무리 임창민의 팔꿈치 수술 및 시즌 아웃이 결정되었다. 임창민은 2015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3년 연속으로 정규 시즌에서 매해 60경기 및 6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여기에 포스트시즌과 프리미어 12 및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소화한 임창민은 팔꿈치 인대 손상을 피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불펜 혹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KBO리그 각 구단
‘출석 체크’ 내몰린 불펜 투수들
불펜 투수의 혹사는 비단 NC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2018시즌 초반부터 상하위권 팀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혹사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5월 2일까지의 기록을 기준(이하 동일)으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석 체크’한 불펜 투수는 3명이다.
19경기에 등판한 박치국(두산), 이명우(롯데), 강윤구(NC)다.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소화 이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명우(13.1이닝)와 강윤구(9.2이닝)에 비해 사이드암 박치국은 17.2이닝을 소화해 이닝 부담도 적지 않았다. (박치국은 5월 3일에도 등판, 리그에서 가장 먼저 20경기에 등판했다.)
18경기에 등판한 불펜 투수는 곽빈(두산)과 서균(한화)이다. 곽빈은 17.1이닝, 서균은 11.1이닝을 던졌다. 고졸 신인으로 만 19세에 불과한 곽빈의 경우 잦은 등판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육체의 성장이 완료되지 않은 고졸 투수의 경우 데뷔 초창기 혹사는 선수 생명를 단축하게 된다는 것을 과거 숱한 사례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5/2 기준 KBO리그 최다 등판 불펜 투수
이어 17경기에 등판한 불펜 투수는 유원상(NC), 김지용, 정찬헌(이하 LG), 임현준, 최충연(삼성)이다. 최다 등판 10걸에 포함된 10명의 투수는 모두 소속팀이 치른 경기의 절반 이상 마운드에 올랐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등판을 이어갈 경우 올 시즌 72경기 이상 등판이 예상된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요구된다.
한화 송은범, 깜짝 반등 유지하려면
올시즌 순수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23.1이닝을 소화한 송은범(한화)이다.
그는 올시즌 주무기로 활용하는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그간의 부진을 털고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특별한 보직도 없이 1군과 2군을 들락거리는 신세였지만 올 시즌에는 당당히 필승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만 34세의 베테랑인 송은범의 초반 잦은 등판은 이미 부작용을 보이고 있다. 4월 1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0.1이닝 2피안타 1볼넷 1실점 패전을 기점으로 최근 6경기 중 5경기에서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송은범의 평균자책점은 9.00, 피OPS(피출루율 + 피장타율)는 0.915로 부진하다.
송은범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 투수는 삼성 선수들이다. 최충연(20.1이닝)과 심창민(19.2이닝)이다. 특히 최충연은 최근 5경기 중 3경기에서 불펜 투수로는 부담스러운 1.1이닝 이상을 던졌다. 그 사이에 해당하는 4월 22일 kt전에는 1이닝 3피안타 2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다.
심창민 역시 최근 5경기 중 3경기에서 1.1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2일 대구 SK 와이번스전에는 1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실점으로 부진했다.
KBO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 투수는 함덕주(두산)로 3일 경기까지 포함 20이닝을 던졌다. 그는 당초 마무리 김강률에 앞서 등판할 셋업맨으로 낙점되었으나 김강률의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갑작스레 마무리 보직을 맡게 됐다.
하지만 함덕주는 1이닝 마무리가 아니라 소위 ‘중무리’에 가깝다. 최근 6경기 중 5경기에서 1.1이닝 이상을 던졌다. 24일 문학 SK전에는 2이닝을 던져 세이브를 거둔 뒤 다음날인 25일 경기에 등판해 이틀 연투하기도 했다. 결국 25일 경기에서는 아웃 카운트를 전혀 잡지 못한 채 2피안타 1피홈런 1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다.
서진용의 355구,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투구 수 또한 투수 혹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송은범은 423구로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다. 구원 등판으로만 400구 이상 던진 투수는 그가 유일하다. 송은범은 이닝과 투구 수 모두 리그에서 가장 많은 불펜 투수다.
투구 수 최다 2위를 기록한 불펜 투수는 서진용(SK)으로 5월 2일 기록 기준 355구를 기록했다. 16경기에서 17이닝을 소화하는 가운데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다.
그는 이닝 당 출루 허용(WHIP)이 1.71, 피OPS가 0.932로 부진한 상태다. 상대 타자들을 누상에 자주 내보내니 투구 수가 불어날 수 밖에 없다. SK 힐만 감독은 서진용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기 위해 많은 기회를 주고 있지만 투구 수에 입각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 다음으로 투구 수가 많은 투수로는 함덕주(345구), 진명호(롯데, 338구), 최충연(330구)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한 진명호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4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56로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진명호의 많은 투구 수는 경계가 필요하다.
롯데는 시즌 초반 선발진의 붕괴와 필승조 박진형의 부상 이탈로 현재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롯데 불펜은 123.2이닝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2018시즌 KBO리그 팀 불펜 이닝 순위 (5/3 기준)
1위 두산, 불펜 영건 혹사의 그늘
혹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표는 사실 연투다.
불펜 혹사에 대한 우려가 공공연해진 이후 4일 연투는 찾아보기 어렵고 3일 연투가 마지노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틀 연투라도 자주 누적될 경우 불펜 투수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경기 중반 이후 상황에 따라 불펜에서 몸만 푸는 경우까지 공식 기록에는 포함되지 않기에 연투를 하는 불펜 투수의 부담은 기록으로 드러나는 수준보다 더욱 큰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 3연투를 가장 많이 기록한 투수는 임현준(삼성)이다. 그는 3번의 3일 연투를 기록 중이다. 좌완 사이드암의 희소성과 시즌 초반 최하위로 처진 삼성의 마운드 사정상 자주 호출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시즌 3일 연투 불펜 투수 명단 (5/2 기준)
3일 연투 2회를 기록한 투수는 LG 마무리 정찬헌이다. 그는 9개의 세이브로 해당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지만 투구 내용은 매 경기 살얼음을 걷는 듯 불안하다. 급기야 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0.1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블론 세이브 패전을 기록했다.
3일 연투 1회를 기록한 투수는 이명우, 배장호, 구승민(이하 롯데), 김지용(LG), 최충연이다. 구승민은 2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경기 도중 갑자기 옆구리 통증을 호소해 자진 강판되었다. 김지용은 최근 2경기에서 3피홈런으로 부진하다.
팀 당 평균 33경기를 소화한 상황이이지만 이틀 연투를 6회씩 소화한 투수들이 적지 않다. 곽빈, 박치국, 이명우, 강윤구가 그들이다. 5회는 서균, 박주홍(이하 한화) 함덕주, 김강률(이하 두산), 진명호가 이름을 올렸다. 이틀 연투 5회 이상 기록한 투수 중 9명의 투수 중 4명이 두산 소속이다.
올시즌 통합 우승을 노리는 두산은 32경기에서 22승 10패 승률 0.688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박치국, 곽빈, 함덕주 등 불펜 영건의 혹사를 ‘두산이 시즌 초반 이기는 경기를 자주 했기 때문’으로 정당화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투수의 어깨는 쓰면 쓸수록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2015년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상대 불펜 에이스 조상우의 혹사를 우려했던 두산 김태형 감독의 야구관이 달라진 것인지 궁금하다.
불펜 활용, 거시적 관점이 필요해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타고투저 추세가 지속되면서 불펜 투수들의 혹사 역시 되풀이되고 있다. 시즌 초반, 보다 많은 승수를 벌어놓고 후반기에는 여유 있는 레이스를 한다는 각 팀 감독들의 의중도 엿보인다.
하지만 금번 임창민이나 과거 권혁-송창식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많이 던진 불펜 투수가 부상의 위험을 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불펜 투수의 혹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각 팀 별로 소수 필승조에 편중되는 불펜 운영을 피하고 보다 많은 숫자의 투수들이 체계적으로 이닝을 분담해야 한다.
눈앞의 승리에 급급해 불펜 투수 혹사를 당연시한다면 그 대가는 빠르건 늦건 결국 청구서 처럼 날아오게 마련이다. 당장의 1승이 아닌 페넌트레이스 대장정 전체를 관통하는 거시적 관점의 불펜 운용이 필요한 이유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관련 칼럼: 한용덕표 한화, 번트와 연투가 사라졌다 )
글: 이용선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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