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핵심증거인 김경수 휴대폰, 왜 그냥둘까

Shawn Chase 2018. 4. 25. 13:38
  • 김정환 기자
  • 안상현 기자
  • 안영 기자



  • 입력 : 2018.04.25 03:01

    [드루킹 게이트]

    경찰 압수않고 머뭇… 데이터 계속 덮어쓰면 복구 불가능
    다른 사건선 신속 압수… 이번엔 수사 ABC도 안지킨 셈


    경찰은 24일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이 운영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회계 업무를 담당한 회계법인과 파주세무서를 압수 수색했다. 담당 회계사는 김씨가 만든 인터넷 모임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날 김씨와 김씨 측과 돈거래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 등의 금융 계좌도 압수 수색했다. 지난달 21일 김씨 등을 체포한 지 35일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댓글 조작 범행에 사용된 자금 출처와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증거 '김경수 휴대전화' 확보는 언제

    경찰의 '드루킹 게이트' 증거 확보 조치들


    경찰은 관련자들의 자금 흐름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나 사건 실체를 밝혀줄 핵심 증거인 김 의원 휴대전화는 여전히 확보하지 않고 있다. 검찰에 김 의원을 대상으로 한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김 의원에게 임의 제출하라는 요구도 없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김 의원과 드루킹은 '시그널'과 '텔레그램' 등 휴대전화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문자와 기사 목록을 주고받았다. 김 의원 보좌관과의 500만원 돈거래를 언급하며 김 의원을 협박한 것도 메신저를 통해서였다. 휴대전화가 사건의 핵심 현장인 것이다. 일선 수사 담당자들은 "김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를 밝혀 줄 주요 증거들은 휴대전화에 모두 있다고 보면 된다"며 "휴대전화부터 확보하지 않은 것은 수사의 ABC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경찰청 수사팀 관계자는 "아직 김 의원의 드루킹 일당과 공모했다는 명확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차례로 혐의를 밝혀 나가야 김 의원 수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사 출신 변호사는 "혐의를 찾기 위해 하는 게 압수 수색"이라며 "두 사람 메시지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은 만큼 수사 초반 김 의원 휴대전화를 확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 수사관은 "금융거래는 시간이 지나도 증거가 남아 있지만, 휴대전화는 시간이 지나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데이터를 지우고 덮어쓰는 과정을 여러 차례 하면 포렌식(디지털 증거 확보)을 해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다른 사건에서 경찰은 관련자 휴대전화를 신속하게 압수해 왔다. 최근 사건의 특성상 휴대전화에 많은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언론에 공개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사건의 경우 경찰은 수사 일주일 만에 조 전 전무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작년 7월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자유한국당 소속)의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해 강남구청 집무실과 일부 공무원들 휴대전화를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했다.

    ◇월 10만원에 세무 업무만 맡겨

    경찰은 이날 오전 느릅나무 출판사의 세무 업무를 맡은 서울 강남구 중앙회계법인을 압수 수색해 출판사 회계 장부와 세무서 신고 자료를 확보했다. 담당 회계사인 박모(51)씨는 이 법인의 공동대표로 경찰에 자신이 '경공모'의 회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출판사의 회계 감사는 맡지 않고 세무 신고 등을 대행했을 뿐"이라며 "(출판사의)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해 수 수료는 한 달에 10만원 수준이었다. 사실상 수익을 내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한 세무사는 "세무 대행 수수료가 10만원 정도면 연간 매출이 3억원 이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경공모는 한 해 운영 예산이 11억원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느릅나무 출판사는 세무 업무만 맡기고, 구체적인 자금 내역은 우리에게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공모 계좌의 8억, 어디서 왔는지 출처조사 안했다


    입력 : 2018.04.25 03:01

    선관위, 이중 2억5000만원은 문재인 후보 홍보글 대가로 의심
    검찰 국정원 댓글수사와 대조적

    드루킹, 선관위·검찰 조사 한창일 때도 여론조작 계속
    검찰 "드루킹 서신통해 증거인멸"… 법원, 서신교류·접견 금지 결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작년 대선 직전 김동원(필명 드루킹)씨 등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인사들의 금융 계좌에서 8억원대 자금 흐름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그중 2억5000만원이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 지지·홍보성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사람들에게 지급됐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출 내역만 확인하고 드루킹과 연결된 계좌 추적은 하지 않아 '8억원'의 출처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검찰이 석연치 않은 수사를 했다"며 "특검을 통해 규명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대선 당시 2016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5개월에 걸친 경공모와 운영진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조사했다. "당시 선관위가 경공모 명의의 4개 계좌를 조사했다"고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밝혔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중앙선관위가 의심했던 2억5000만원은 드루킹 등 경공모 운영진 2명의 계좌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선관위는 이를 바탕으로 작년 5월 5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수사 의뢰를 했다. 그러나 검찰은 6개월 뒤 "2억5000만원 지출 내역 대부분이 경공모 운영진 급여, 건물 임차료, 강의료 등으로 나갔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8억원의 자금 출처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경공모 인사들의 연결 계좌에 대한 추적과 통신·이메일 내역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이 두 번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양지청 수사가 진행되던 작년 5~11월은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던 때였다. 법조계에서는 "전방위로 파헤치던 국정원 댓글 수사에 비하면 선관위 사건은 형식적으로 처리됐다"며 "경공모 운영진 급여라고 했던 돈의 성격도 더 규명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드루킹은 선관위 조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기간에도 여론 조작 활동을 계속했다.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드루킹은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인터넷 기사 주소(URL) 10건이 포함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드루킹이 김 의원 보좌관에게 인사 청탁 대가 등으로 의심되는 500만원을 건넨 것도 작년 9월이었다. 야당 관계자는 “드루킹이 그처럼 대담하게 행동했던 배경이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경공모는 회계 보고 자료 등에서 8억원의 출처에 대해 비누 판매 수입과 회원들의 회비 등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5개월 동안 8억원을 비누 판매와 회비로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선관위가 사건 초기엔 검찰 수사 의뢰 내용을 밝히지 않다가 지난 23일에야 야당에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왜 이제 밝히는지 의심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이 가시화되자 ‘당시 할 일을 다 했다’는 변명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김씨에 대해선 24일 외부 접견과 서신 교류 금지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김씨가 서신 등을 통해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법원에 피고인 접견 등 금지 결정을 내려달라고 청구했고,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본지가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 문건에 따르면, 김씨는 체포된 지난달 21일 이후 지난 19일까지 총 18번의 접견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5/20180425002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