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브로드컴, 퀄컴 M&A하면 삼성엔 악재, 인텔엔 호재될 듯

Shawn Chase 2018. 2. 27. 01:29

황민규 기자


입력 : 2018.02.19 13:53

브로드컴, 퀄컴에 1460억달러 적대적 M&A 선언
퀄컴 인수 후 비주력 사업 대거 매각할 듯
“인텔 호재,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는 부정적”

브로드컴이 퀄컴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선언한 가운데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마저 퀄컴이 브로드컴과 M&A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퀄컴이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앞서 세 차례 브로드컴의 제안을 거절한 퀄컴이 조만간 M&A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최대의 반도체 업계 '빅딜'인 브로드컴·퀄컴의 M&A에 따른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특히 두 회사는 모바일용 모뎀칩(베이스밴드),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핵심 부품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서 존재감도 크다. 그만큼 이번 M&A가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위치한 브로드컴 본사. / 블룸버그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위치한 브로드컴 본사. / 블룸버그 제공

◇ 잘나가던 퀄컴, 2년간 악재 겹치며 M&A 타깃 신세로

퀄컴은 몇 년 전만 해도 M&A의 타깃이 될 회사가 아니었다. 퀄컴은 자사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모뎀칩 기술력을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결합해 '스냅드래곤'이라는 스마트폰용 칩셋 브랜드를 내세워 승승장구해왔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한 2010년부터 4년간 매출이 2.5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모바일 AP 시장에 대만의 미디어텍, 삼성전자 등 대형 기업들이 뛰어들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서서히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중국, 대만 등에서 반독점 위반 혐의로 3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마저 퀄컴에 2조원대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퀄컴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틈을 노려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를 선언했다. 브로드컴은 2016년 싱가포르의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아바고(Avago)에 인수된 바 있다. 아바고는 전 세계적으로 브로드컴의 회사명이 더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M&A 이후 회사 이름을 피인수 기업인 브로드컴으로 변경했다.

아바고는 원래 휴렛팩커드(HP)에 뿌리를 둔 회사다. HP는 1999년 컴퓨터 이외의 부문을 분리해서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Agilent Technologies)를 설립했고, 다시 2005년 반도체 부문을 분리해 아바고가 탄생했다. 이 회사는 공격적인 M&A로 성장을 모색하는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 브로드컴·퀄컴 M&A 이후 반도체 공룡들 '득과 실'은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퀄컴 본사 전경. / 퀄컴 제공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퀄컴 본사 전경. / 퀄컴 제공


우선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기존 퀄컴의 비주력 사업과 상당부분의 특허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브로드컴이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퀄컴을 인수하면서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코리아를 퇴직한 고위 관계자는 "아바고가 브로드컴을 인수한 이후 한 조치들을 감안했을 때 비주력 사업에 대한 잇단 매각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의 주력 사업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용 모뎀칩 및 특허 라이선스, 스마트폰용 칩셋 브랜드인 스냅드래곤 시리즈다. 비주력 사업으로는 사물인터넷(IoT)용 칩 및 플랫폼 사업, 서버용 시스템온칩(SoC) 브랜드인 센트릭(Centriq) 등이 꼽힌다. 이외에도 퀄컴은 드론, 무선충전, 와이파이 등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퀄컴이 비주력 사업을 대거 매각할 경우 가장 웃게 되는 건 인텔이다. 서버,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벗어나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인텔은 5G를 비롯해 드론, IoT, 자동차용 반도체 등에 집중하고 있다. 또 인텔의 텃밭인 서버용 CPU 시장을 노린 퀄컴의 센트릭 사업이 매각될 경우 잠재적 경쟁자가 사라지는 셈이다. 모바일에 이어 서버 생태계를 파고 드는 ARM 진영의 전체적인 동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악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최대 매출처인 파운드리 분야에서 퀄컴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브로드컴은 통상 대만 TSMC와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해 왔다. 브로드컴이 퀄컴의 모회사가 될 경우 기존 거래선이자 가격 경쟁력이 높은 TSMC의 생산라인을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퀄컴에 제시한 인수가가 1460억달러(약 160조원·부채 포함) 수준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M&A 성사 이후 재무상황 악화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며 "퀄컴은 스냅드래곤 칩셋에 항상 비용이 더 들더라도 최신 공정을 적용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삼성의 첨단 공정을 이용해왔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TSMC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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