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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눈독들이는 'EUV'…"미래 반도체 기술의 변곡점"

Shawn Chase 2018. 1. 23. 14:05

입력 : 2018.01.23 06:00

“EUV는 7나노 이하 최첨단 기술 경쟁의 분수령”
삼성전자, 대규모 투자로 선제적 도입 나서

한계점을 넘나들고 있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의 새로운 돌파구로 각광받는 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EUV) 노광장비가 올해 본격 상용화 단계에 돌입합니다. 삼성전자 (2,452,000원▲ 40,000 1.66%), 인텔, TSMC 등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이 장비 도입을 준비 중입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EUV 노광장비는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닙니다. 당장 반도체 대량 생산라인에 적용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게다가 한 대당 가격이 한화 15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초고가입니다.

ASML의 EUV 노광장비./ ASML 제공
ASML의 EUV 노광장비./ ASML 제공

그런데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은 이 장비를 자사 공장에 들여놓기 위해 적잖은 투자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선제적으로 EUV 노광장비를 도입해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10여대 이상의 EUV 장비를 주문하며 싹쓸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올해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의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수중에 들어간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EUV가 뭐길래…삼성·인텔·TSMC, 치열한 물밑 경쟁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생산 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꼽히는 노광 공정을 고도화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노광 공정이란 빛을 이용해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공정이 반도체 칩을 좀 더 작게 만드는 한편 생산성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술인 셈입니다.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십수년 동안 사용한 기존의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 193nm) 노광 장비를 개량해 두 번에서 최대 네 번 패터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미세 공정을 10나노 수준까지 발전시켜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업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는 삼성도 지난 수년간 EUV 노광장비 없이 7나노, 5나노 구현을 목표로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시켜왔지만, 결국 EUV 도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UV 노광장비의 강점은 극자외선의 특성을 활용해 5나노대의 미세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에서 네 번까지 패터닝을 반복해 공정수가 늘어나 생산성이 점점 떨어지는 기존 장비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UV 장비를 도입한 기업에서 장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2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EUV 장비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온 생산성 문제도 거의 해결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통상 반도체 생산장비로서 EUV 장비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하루에 2500장 이상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1000장 수준에 머물던 EUV 장비의 생산능력이 최근 2800장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 삼성전자 제공

◆EUV 상용화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 판도는

최근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의 EUV 장비 구매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EUV 장비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올해부터 내년까지 삼성이 10대 이상의 EUV 장비를 손에 넣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장비 10대를 도입하는 데 1조5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셈입니다.

삼성전자는 우선 7나노 공정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 라인에 EUV 장비를 우선적으로 도입할 예정이지만, 머지않아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에도 이 장비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업계 예상보다 1년 정도 EUV 도입 시기를 앞당겼다"며 "이는 EUV 장비를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장비 개량을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같은 전략을 두고 EUV 장비가 향후 반도체 기업 간의 기술 경쟁력을 가늠할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EUV 장비를 몇 대나 보유하고 있느냐, 혹은 EUV 장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최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의 승패가 가려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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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2/2018012202380.html?main_box#csidx54ea7845a89b951afe06b1f278e17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