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금남의 벽' 허물기 나선 여대 학내외 '반발의 벽'에 막힐 판

Shawn Chase 2015. 9. 24. 23:53

숙명여대, 동문회 등 반발 대학원 男 입학 일단 철회덕성여대도 남녀공학 제동

완벽한 禁男 이화여대 유일학생수 줄어 생존자체 위협 학교·재학생간 시각차

 

심각파이낸셜뉴스 | 조윤주 | 입력 2015.09.24. 18:36

 

 

숙명여대, 동문회 등 반발 대학원 男 입학 일단 철회
덕성여대도 남녀공학 제동 완벽한 禁男 이화여대 유일
학생수 줄어 생존자체 위협 학교·재학생간 시각차 심각

최근 남녀공학 카드를 꺼내들었던 여대들이 거센 학내외 반발로 벽에 부딪혔다. 날로 줄어드는 학령인구, 대학 구조개혁 등으로 대학이 처한 위기를 '금남 허물기'로 돌파하려했던 여대들은 동문과 학생들의 반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대 정체성 훼손말라" 반발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숙명여대는 올 2학기에 추진하려 했던 일반대학원의 남학생 입학 허용안을 일단 철회했다. 숙명여대는 이 안이 알려진 지난 22일 하루종일 내홍을 겪었다. 오전부터 숙명여대 총동문회와 재학생들은 총장실 복도 점거하고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며 '결사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숙명여대 총동문회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109년 숙명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창학 이념과 교육 이념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교내 르네상스플라자 임마누엘홀에서 오후 5시부터 열린 학생 대상 공청회는 학교 본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로 밤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황선혜 총장을 비롯한 학교 본부 관계자들은 쏟아지는 비판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특히 남녀 공학 대상을 학부가 아닌 일반대학원으로 한정한데다 총학생회 등을 통해 일차적으로 학내 의견을 수렴했다고 판단한 학교측은 생각치 못한 강한 반발에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숙명여대는 완전 철회가 아니라 적극적인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재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학내 비판 여론 극복은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지난 3월 이원복 총장 취임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했던 덕성여대도 답보상태다. 이 총장이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던 만큼 빠른 진행이 예상됐지만 동문과 학생들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학교 관계자는 "당초 빠르면 올해 내에도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동문과 학생들 반대가 생각보다 커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학교 對 학생·동문…시각차 뚜렷

여대에 '남녀공학'은 오랜 딜레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날로 줄고 있는데 여대 명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커지고 있다. "남녀공학 전환을 단 한번도 검토하지 않은 여대는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지역 6곳의 여대 중 완벽하게 '금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이화여대가 유일하다.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를 제외한 4개 여대는 일반대학원에서 남학생을 받고 있고 숙명여대도 직업인 등의 평생 교육을 담당하는 특수대학원은 남성 입학을 20년 전부터 허용해왔다.

문제는 학교측과 동문·학생들이 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덕성여대는 '남녀공학 전환'을 공약으로 내건 총장이 이사회에서 선임될만큼 법인과 학교가 공감대를 이뤘다. 숙명여대도 교수 여론수렴 과정에서 일반대학원의 남학생 입학허용안은 90%의 찬성율을 보이며 대학 평의원회까지 순조롭게 통과했다. 그러나 '명문 여성 사학에서 공부했다는 자부심을 훼손치 말라'는 동문과 학생들의 반발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서울지역 한 여대 관계자는 "사립대가 처한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입학·취업률, 기부금 확보 등에서 여대는 더욱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여대 내에서도 (학교별로) 온도차가 있겠지만 남녀공학 전환은 버릴 수 없는 카드"라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