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입력 2015-08-20 00:00:00 수정 2015-08-20 00:00:00
지난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사립고 출신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국공립고를 앞서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그제 공개된 ‘2015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립고는 국어 영어 수학 모든 영역에서 공립고보다 표준점수 평균이 높았다. 특히 영어에서 사립고는 공립고보다 5.2점이나 높았다. 이런 현상이 입시에서 해마다 반복되면서 ‘공립고 열세’가 고착화하고 있다.
학부모에게 수능 성적은 교육의 내실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다. 사립고가 앞서는 이유를 우수 학생들이 사립고인 자사고 등에 몰리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전국 자사고는 49개, 학생 수로는 전체의 2.6%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에서 제주와 광주는 지난해에 이어 전국 시도 가운데 수능 성적 1, 2위를 차지했다. 두 지역의 경우 일반 사립고끼리 선의의 경쟁을 통해 수능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을 교사에서 찾는다. 학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실력과 열정이 좌우한다. 사립고 교사들이 평생직장에서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전력투구하는 데 비해 주기적으로 순환근무를 하는 공립고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책임감과 소속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립고에 근무하는 일부 전교조 교사들이 경쟁과 평가를 금기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국공립고의 학력 저하는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다. 미국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되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차터 스쿨(자립형 공립학교)이 무사안일에 젖은 공립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교조 지원으로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폐지에 앞장서면서 학교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현행 평준화 제도에서 학생들은 공립고와 사립고를 선택해서 갈 수 없다. 공립고에 배정된 학생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보게 된다. 교육당국과 학교, 교사들이 공립고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절박한 인식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공립고가 사립고에 뒤처지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 공립고의 순환근무 제도 등 부정적 원인을 시정하고 경쟁력 강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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