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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고등학생때 대기업 직원 연봉 받았죠"

Shawn Chase 2017. 12. 22. 12:21

김진석 입력 2017.12.22 10:00 수정 2017.12.22 11:33



[일간스포츠 김진석]
한달심. 듣기 싫은 별명이겠지만 호탕하게 받아들인다.

톱모델로 세계를 누비던 한혜진(34)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긴 팔다리 때문에 달심(게임 캐릭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감정 없는 표정이 대부분이라 까칠해 보이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예능에 출연하면서 친근한 '이웃집 언니'로 중화됐다.

1999년 서울콜렉션으로 데뷔한 한혜진은 올해 19년차다. 이후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세계적인 패션쇼 런웨이에 많이 섰다. 동양적인 눈매와 얼굴 선을 지녔지만 몸의 비율은 서양 어느 모델보다 뛰어나 '오리엔탈 히로인'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명품 브랜드 G사 패션쇼에 섰다.

"힘든 것도 많았죠. 여기까지 오면서 지금도 매 분마다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 다시 시즌이 되면 몸 만들겠다고 그 좋아하는 술도 안 마시고 공복에 운동하고 있어요. 20 여 년 해 온 게 모델이다보니 이젠 지치면서도 정이 가기도 하고요."

모델의 일상은 특별할 줄 알았다. 한혜진이 '나 혼자 산다'를 나오기 전까지. 별반 다를 게 없었고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유지하는 그가 피자나 파스타를 두 접시씩 해치울 줄 누가 알았을까.

한혜진은 알아주는 애주가다. 술을 잘마시고를 떠나 좋아하고 즐긴다. 이날은 장트러블로 많이 마시진 못 했지만 음식으로 달래며 잔을 부딪혔다. '센 언니'는 선입견일뿐.

>>②편에 이어

-모델 서바이벌도 많았는데 지금은 사라졌어요.

"아이돌과 모델 서바이벌은 너무 달라요. 모델은 춤과 노래를 할 수 없잖아요. 우리가 보여줄 건 워킹과 사진, 퍼포먼스 정도니깐요. 말을 하지 않고 표현하는게 한정적이에요. 확실히 재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여러 장치를 넣고 우스꽝스러운게 나가죠. 과장되고 자극적인 내용이 들어가니 보기 쉽지 않죠. 본인이 가진 재능만 갖고 방송하기엔 밋밋한거죠."

-후배들이 조언을 많이 구하나요.

"저는 언니들 찾아가서 많이 물어봤는데 요즘은 알아서도 잘해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선배들이 한 걸 따라하며 좇더라고요. 모델은 오롯이 혼자하는 직업이에요. 아주 외롭고 극히 개인적인 직업이에요. 누군가를 만나 회의하고 방향성이 맞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없어요." -정말 군기가 센가요.

"방송에서도 몇 차례 얘기했지만 군기라고 해도 뭐 없어요."

-코미디언과 모델이 군기가 세다고 하잖아요.

"그것도 다 옛날 얘기에요. 저는 군기 당하는 마지막 세대였어요."

-그걸 끊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군기를 없애자' 이게 아니라 그냥 남한테 관심이 없어요.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되잖아요. 지각하는 것도 고용주가 판단할 몫이지 그걸 동료들이 어쩌고 저쩌고 뒷말하는거 웃기잖아요. 쇼에 지장이 있으면 선배로서 뭐라고 하는게 맞지만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걸로 꼬투리 잡을 필요 없죠. 요즘 친구들 다 잘해요. 메이크업 받을 시간, 리허설 시간 알아서 척척 체크하니깐요."

-모델들은 SNS를 잘 이용해요.

"SNS는 선택이죠. 소속사에서 권유해 만들었거든요. 나를 보여줄 것인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인지는 개인적인 성향이죠."

-런웨이에 서면 지금도 떨린가요.

"긴장되진 않고 설레죠. 실수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웃음) 한 번도 넘어진 적은 없어요. 구두가 망가진 적은 있었지만 넘어지진 않았어요."

-넘어지는게 흔한가요.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아요. 트레이닝 과정이 길고 혹독하기 때문에 넘어지는게 있을 수 없죠. 외국은 신발이나 의상에 무리가 많아요. 외국은 트레이닝 과정도 없죠."

-한국 모델이 세계시장에 경쟁력이 얼마나 되나요.

"너무 좋아요. 친구들이 더 발전하고 타고난 몸도 좋아지고 있어요."

-수입이 괜찮죠.

"벌기도 많이 벌지만 쓰기도 많이 써요. 술·밥값도 주로 제가 지불해요."

-런웨이 수입도 좋나요.

"어떤 모델이 오르냐에 따라 다르지만 몸값 높은 모델은 많이 받죠. 수입은 광고가 가장 높아요. 화보 촬영은 거의 없는 편이고요. 전 고등학생때 이미 대기업 직원 연봉은 받았어요."

-옷으로 선물 받을 때도 있나요.

"그런 경우도 많아요. 유명한 쇼의 옷은 수 천 만원이 넘으니깐요. 그럼 한 벌씩 나눠줘 받았는데 다 주변 사람 줬거든요. 집에 고이 뒀다가 팔걸 그랬어요.(웃음) 하나도 남은 게 없더라고요." -입기 싫은 옷도 있나요.

"한 번도 '이거 안 입을래'라고 한 적 없어요. 선택권이 있다면 고를 땐 있지만 한 번도 입기 싫다고 한 적은 없어요. 돈을 받고 일하는거면, 시키는대로 해야죠."

-모델을 관두고 싶을 때도 있죠.

"매일 매순간이요. 짜증날 때마다요. 매번이 고비에요. 녹화가 마음에 안 들면 다 때려치고 싶다는 마음을 수 백번해요. '지긋지긋해' '언제까지 해야돼'라는 마음을 늘 먹어요."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사진=박세완 기자 장소=가로수길 테이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