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베이비 입력 2015.09.24 09:07
나를 잊은 채 온전히 아이에게 맞춰진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 요즘 엄마들.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행복은 짜릿하지만 그만큼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오늘도 혼자서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을 위해 솔루션을 제시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세상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체력뿐 아니라 그만큼 감정적 소모도 크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 나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은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내면을 갉아먹는다. 켜켜이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나는 나쁜 엄마'라는 자책이다."
나쁜 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요즘 엄마들
지난 6월에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나는 나쁜 엄마인가요>는 나쁜 엄마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엄마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다큐멘터리 속 엄마들은 모두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스스로 부족한 엄마라고 자책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육아서를 탐독하고 수많은 정보에 귀 기울이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내내 밑 빠진 독처럼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넘쳐나는 정보가 오히려 엄마의 죄책감을 부채질하는 것.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육아 베스트셀러 7권에서 '양육자'를 언급한 횟수를 체크해봤더니 엄마는 4510회, 부모는 2551회, 아빠는 724회로 아빠에 비해 엄마가 8배 가까이 더 많았다.
각종 정보는 온통 자녀의 성장에 엄마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강조하고 마치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는 건 모두 엄마의 양육 방식 또는 애착 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하는 게 좋은 엄마의 필수조건인 양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러한 죄책감에 기름을 부었다. 고령 임신부와 워킹맘이 늘어나는데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무조건 아이를 위해 엄마가 희생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엄마의 내면이 건강해야만 아이도 건강하게 자란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아이가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아이의 자존감도 중요하지만 엄마 스스로의 자존감을 찾는 것이 우선인 이유다.
이상적인 육아를 꿈꾸는 엄마들 과연 행복할까?
사람들이 흔히 일컫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은 어떤 걸까? 다큐멘터리에서 표현한 이상적인 엄마는 성모마리아 같은 온화한 얼굴에 아이의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은 기본이요, 자연분만으로 낳은 아이에게 최소 1년간 모유수유를 해야 하며,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요리와 놀이에도 다재다능한 말 그대로 슈퍼우먼이다. 문제는 마치 수학 공식처럼 여겨지는 이상적인 엄마의 기준에 실제 엄마들의 어떠한 상황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 엄마가 워킹맘인지, 나이가 많은지, 자녀가 몇 명인지는 상관없이 그저 정해진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그 어떤 엄마도 이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이상적이라고 일컫는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엄마들은 만족감이 높을까?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4세 아이를 둔 엄마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사전 질문지를 통해 흔히 육아서에 나오는 육아법을 실천하고 있는 '이상적인 육아 집단'과 그렇지 않은 엄마를 '현실적인 육아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이상적인 육아 집단에게는 실험 직전 '아이에게 절대 화를 내면 안 되며 자존감을 세워줘야 한다'는 등 기존 육아서의 내용을 좀 더 강압적인 어투로 쓴 가짜 육아서를 제공하고, 현실적인 육아 집단에게는 육아와 전혀 관련 없는 중립적인 글을 읽게 했다. 통제된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엄마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고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한 뒤 엄마의 정서, 말투, 행동, 긴장감 등을 조사한 결과 오히려 불안감은 이상적인 육아 집단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와의 활동이 끝난 뒤 엄마에게 과제를 제시했을 때도 현실적인 육아 집단은 높은 집중력을 보였지만, 이상적인 육아 집단은 아이에게 계속 신경 쓰느라 과제를 대부분 수행하지 못했다. 실제로 관찰 카메라를 통해 지켜본 이상적인 엄마들의 대부분은 하루 종일 아이에게 안테나를 세우고 있었다. 육아서, TV,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에 맞추지 못하면 자신을 부족한 엄마라고 자책하는 빈도도 잦았다. 전문가들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이긴 하나 자신도 모르는 새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본인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아이 키우는 엄마들을 힘들게 하는 5가지 심리 키워드
2011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와 보령모자생활과학연구소에서 만 5세 미만 영유아 자녀를 둔 3067명의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행복감을 조사했다. 엄마들은 친구나 양가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보다 남편과 아이를 볼 때 행복감을 더 크게 느꼈다. 그러나 아이와 단둘이 남겨졌을 때에는 행복감이 평균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생활용품 전문 업체 유한킴벌리에서 블로그, SNS, 육아 커뮤니티의 3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볼 수 있다. 행복감·기쁨·아이의 사랑스러움 등 기쁨의 감정은 14%를 차지했고, 힘듦·미안함·걱정·두려움·슬픔·답답함 등 부정적인 감정은 85%로 훨씬 더 많았다. 데이터만 보면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나서 오히려 더 불행을 많이 느끼는 듯이 보인다. 도대체 엄마들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1. 육체적 피로감
집에서 아이 키우는 게 뭐 그리 힘드냐고 말하는 사람들. 하지만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똥 기저귀 갈고, 울고 보챌 때마다 달래고 재우는 일은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온종일 쓸고 닦아도 잠깐만 방심하면 온 집 안이 전쟁터가 되기 십상. 끊임없이 나오는 빨래와 설거지, 난장판이 된 집 안 청소까지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진다. 남편들의 육아 참여가 이전보다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한 게 사실. 이러한 육체적 스트레스는 우울감으로 이어진다. 혹자는 일곱 여덟씩 애를 낳아 키웠던 어른들도 있는데 뭐 그리 힘드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가족 문화로 육아 품앗이를 했던 이전과는 달리 요즘은 엄마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게 보편적이다. 형제자매가 많지 않다 보니 아이가 노는 것까지도 엄마가 옆에 붙어 일일이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된 것.
2. 늘 행복해야 한다는 부담감
'영유아 자녀를 둔 기혼 여성의 행복감'을 공동 연구한 장미나 박사는 아이를 키우면 행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엄마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내면은 힘들고 우울하지만 겉으로 절대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 연구 자료만 봐도 출산 전보다 불행을 느끼는 여성이 더 많았다. 모두 알고는 있지만 금기시되는 이러한 감정적 왜곡은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3.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오늘도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엄마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완벽한 엄마란 존재하지 않는다. 육아서에서 나오는 매뉴얼이 정답은 아니며 그 매뉴얼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완벽한 엄마가 되는 것도 아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이자 <아이가 자라는 부모>의 저자인 서천석 박사는 예전에는 아이를 낳으면 낳은 걸로 끝나고 아이는 오히려 집안의 재산이 되었는데, 지금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가 잘못 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다 보니 육아에 대한 압박감이 이전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러한 압박감은 엄마에게 더 가중된다. 엄마의 역할이 늘고 그에 따른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늘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이런 압박감이 엄마 스스로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고 양육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4. 나를 잃어버렸다는 억울함과 상실감
외출을 한 지도, 화장을 해본 지도 오래전이고 움직이기 편하라고 쭉쭉 잘 늘어나는 티셔츠와 바지 차림에 머리를 질끈 묶은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들은 이전의 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상실감이 밀려온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모두 내 몫이라 여기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억울함마저 들게 한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엄마들은 다른 어느 나라의 엄마들보다 자존감이 낮다. 실제로 서울, 도쿄, 베이징, 상하이, 타이베이 부모를 대상으로 육아 만족감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엄마들의 경우 '육아는 행복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라는 물음에 8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쿄 36.7%. 베이징 43.2%, 타이베이 54.2%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치. 희생에 대한 압박감은 워킹맘들이라면 대부분 느끼는 미안함과 죄책감과도 연관된다. 지금의 엄마들은 직장을 다니며 직업적 성취를 본격적으로 경험해본 첫 세대. 자신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과 내면의 자아가 끊임없이 충돌하다 보니 이전 세대보다 더 큰 혼란을 느낀다.
5. 엄마를 멍들게 하는 애착·정서 신드롬
요즘 엄마들의 핫 이슈는 '아이의 정서'와 '애착'이다. 정서지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에 아이가 상처받을까 싶어 말 한마디 할 때도 조심스럽다. 이렇게 애를 쓰면 아이는 정말 건강한 아이로 자랄까? 다큐멘터리 속 엄마들은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봐 달래고 허용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정서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아이의 모든 행동을 다 허용하는 것이다. 아이가 하루하루 자랄수록 부모의 역할은 양육자에서 조언자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엄마들은 양육자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40% 정도 감정 보충을 해주고 나머지는 아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마들의 끊임없는 희생이 오히려 아이를 자생력이 없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 나는 정말 나쁜 엄마일까요?
남들이 어떻게 볼까 두려워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속내를 털어놨다. 우리는 정말로 나쁜 엄마일까?
출산 후 모유수유를 시도해봤지만 아이가 빠는 힘이 약하고 제대로 물지 못해 아이도 저도 너무 힘들었어요. 모유수유를 안 하겠다고 산후조리원에 이야기를 하니 마치 노력하지 않은 엄마처럼 대하더군요. 그때는 사람들이 제 맘을 몰라주고 강요만 하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백일도 안 되어 감기에 걸린 아이를 보니 내가 모유수유를 포기해 면역력을 물려받지 못한 건가 싶어 자책감이 듭니다.
→ 모유수유에 성공하지 못한 엄마들 대부분이 이처럼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모유수유를 성공하지 못하면 나쁜 엄마라도 된 양 죄책감을 느끼죠. 여기에 '세균 샤워'라고 불리는 자연분만이 한 세트처럼 따라붙습니다. 물론 모유수유는 아이에게 더없이 좋습니다. 그런데 출산을 하고 나면 모유가 자동으로 콸콸 쏟아질까요? 엄마들도 알다시피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아이에게 한 방울이라도 모유를 먹이기 위해 2시간마다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젖을 물리는 건 엄마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혹자는 그래서 모유를 엄마의 눈물이라고 표현합니다. 혹시 아이가 모유보다 분유수유 할 때 더 편안해하지 않았나요? 모유수유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몸 상태와 체력, 의지뿐 아니라 아기의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아무리 애써도 아이가 거부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분유수유뿐 아니라 모유수유를 한 아이도 백일 전에 감기에 걸릴 수 있어요. 아이는 커가며 수백 번의 감기를 앓습니다. 조금 일찍 겪은 것뿐이죠. 그럴 때마다 내가 부족한 엄마구나 자책하기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쪽쪽 맛있게 분유를 먹는 아이의 표정을 보세요. 아이가 만족감을 느끼고 잘 자라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자신을 의심하지 마세요. 지금도 충분히 잘해내고 있습니다.
7살, 2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업맘입니다. 요즘 부쩍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막내가 편식이 심한데 식탁에 밥을 던지는 걸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 아이 등짝을 세 번이나 힘껏 때렸는데 숨넘어갈 듯 우는 얼굴을 보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나더군요. 아이를 크게 혼낸 뒤 잠든 아이를 보며 울면서 미안하다고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는 저를 보면 엄마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네요.
→ 이러한 행동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건지 평소에도 자주 일어났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다행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왜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해요. 실제로 아이가 아니라 내면에 쌓아두었던 양육 스트레스, 남편과의 관계, 현재 처해진 가정환경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러한 행동은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특히 체벌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 애가 나를 괴롭히려고 태어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마를 시험에 들게 하는 수많은 분노 상황과 맞닥뜨립니다. 엄마도 인간인지라 참고 견뎌내는 데 한계가 있게 마련이죠. 매번 화를 내는 것도 안 좋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참는 것 또한 좋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엄마의 감정을 한번 솔직히 표현해보세요. "○○이가 이래서 엄마가 너무 슬퍼. 눈물이 날 것 같아"라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겁니다. 의외로 아이들은 엄마의 감정과 표정, 반응에 매우 민감해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면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또 감정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잠든 뒤 하루 동안 느꼈던 감정을 글로 써보세요.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자꾸 쓰다 보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두 살 터울인 삼형제를 키우고 있는 전업맘입니다. 요즘은 정말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육아가 힘에 부칩니다. 아이마다 취침 시간이 다르다 보니 제 수면 시간은 하루에 서너 시간 남짓이에요. 잠이 부족하니 매사에 짜증이 나고 싸우는 아이들을 말리다 지쳐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셋이 아니었으면…' 하고 상상하기도 합니다. 이럴 거면 왜 아이를 낳은 건지 스스로를 계속 자책하게 됩니다.
→ 한 명도 아니고 두 살 터울의 아들 셋을 키우고 있다니 말만 들어도 그 노고가 느껴집니다. 사내아이 하나도 힘에 부칠 텐데 삼형제를 돌보려니 그 스트레스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인간을 지탱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잠 그리고 먹는 겁니다. 이 둘 중 한 가지라도 무너지면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도 버티기 힘들지요. 잠을 자고, 먹고, 씻고, 화장실에 가는 단순한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고된 생활을 6년째 하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다고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고민을 조심스레 털어놓으면 책임도 못 질 거면서 아이는 왜 낳았느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를 낳은 게 엄마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러니 몸과 마음이 방전되어 있을 때는 잠시 아이와 떨어져 스스로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아이의 경우엔 엄마가 옆에서 끼고 있는 것보다 오히려 기관에 보내 또래 친구들과 충분히 놀게 하는 것이 더 이로울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육아 부담을 남편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알리세요.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닙니다. 혼자서 끙끙 앓는다고 해서 절대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세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잘 나가던 워킹우먼이었습니다. 첫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뒀는데 요즘 들어 가슴 한구석이 갑갑하고 응어리가 들어찬 것처럼 답답해요. 하루 종일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고 유모차를 밀면서도 머릿속에는 딴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집중하기 힘듭니다. 솔직히 회사를 그만둔 게 잘한 것인지 후회가 많이 들어요.
→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다니 안타깝네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그만큼 미련이 많을 겁니다. 이제 슬슬 육아도 안정을 찾았을 테고 그렇다 보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겠죠. 일하는 엄마의 경력 단절은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일에서 성취감을 많이 얻은 여성일수록 그 상실감은 무척 크지요. 일을 통해 얻는 성취욕은 육아를 하며 느끼는 성취욕과는 또 다른 기쁨을 줍니다. 육아는 피드백이 없지만 회사에는 주변 사람에게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그 노력에 대해 보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일단 아이의 상태를 한번 체크해보세요. 한 번 분리불안을 겪은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는 걸 더욱 두려워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아이마다 다릅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아이를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이 든다면 도전해봐도 괜찮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더 큰 행복을 선택할 자유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불필요한 자책은 금물입니다.
기획: 황선영 기자 | 사진: 한정환 | 도움말: 서천석(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최원호(한국교육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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