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남녀심리

억제해야만 고급문화라고

Shawn Chase 2015. 8. 30. 18:27

섹스는 억제해야 하는 고급문화라는데 동의하시나요?

 

올바른 지식에 근거한 성교육이나, 건강한 수준의 性담론조차 저급한 것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있습니다. 이런 사정은 지식인 사회일수록 심각한데 그들은 섹스에 대한 표현을 아예 터부시하고, 그것을 억제해야만 고급문화라고 착각합니다. 겉으로는 도덕의 탈로 무장하고, 뒤로는 음란의 세계를 몰래 탐닉하는 모습도 목격되지요.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그런 심리의 이면에는 성적 열등감이나 자기 방어적 경계심리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 | 김진국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 저자

 

프란시스코 고야, 〈벌거벗은 마야〉, 1803년경, 캔버스에 유채,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에스파냐 궁정 화가로 활약했던 고야는 당시 최고 명문 귀족 알바 공작부인을 사랑했다. 그러나 공작부인은 왕실 수상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는 고통이 따른다.

  칼럼 연재를 마치며 필자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섹스리스(sexless)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에서 저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섹스리스 부부 문제를 통계로 제시하며 그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다룰 섹스리스는 어쩌면 그보다도 더 본질적으로 충격을 주는 젊은 세대의 집단적인 성격의 것입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이 만20세(우리 나이 21세) 남녀를 대상으로 ‘이성교제 상대가 필요한가’라고 물었더니, 2000년 조사에서 90%(필요하다)였던 비율이 2015년에는 62.6%로 격감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교제한 사람의 총 숫자가 21세가 되도록 ‘한 명도 없다’고 답한 비율은 남자가 50%, 여자가 45.7%에 달했습니다.
    
  섹스리스의 사회적 문제
 
  일본 남성들이 이성교제나 결혼에 관심이 없어져 가는 것은 우선 경제적 어려움 때문입니다. 1990년대 초, 거품경제 폭발 전후에 태어난 이들은 주식과 부동산 가격 폭락, 특히 매년 줄어드는 임금, 떨어지는 물가 등 무너져 내리는 현상만 경험한 유일한 세대이지요. 쉽게 말하면 ‘불황 세대’입니다.
 
  일본 내각이 2010년 20대와 30대 남녀 1만명을 조사했더니, 연봉 300만~400만 엔(약 2700만~3600만원)인 남성의 결혼 비율은 27%였으며, 그보다 연봉이 높으면 결혼 비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연봉 300만 엔 이하 남성의 결혼 비율은 9%로 갑자기 뚝 떨어졌습니다. 경제적 벽을 넘지 못한 남성은 결혼할 엄두를 못 내는 현실이지만, 문제는 괜찮은 연봉을 받는 이들도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섹스 경험에도 반영되어, 2010년 일본 정부 기관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30대 이상 미혼 남성의 25%가 성경험이 전혀 없는 ‘동정남’이라 응답했습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경제적 능력과 함께 이성 앞에서의 자신감 상실이 꼽혔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사상 최저의 출산율과 인구 노령화가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거지요.
 
  문제는 부부간 섹스리스의 급증처럼 젊은 세대의 섹스리스 현상이 우리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면에는 실업과 저임금과 비정규직이라는 경제적인 이유가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결혼보다는 홀로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 낫다는 사고의 소유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적게 벌어 적게 쓰되, 가족이나 사회적 부양의 의무로부터 벗어나 소박한 취미와 여가를 홀로 즐긴다는 소위 ‘달관 세대’의 등장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듭니다. 각종 매스컴들은 ‘알바’나 비정규직으로 한 달에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벌어 나름 쪼개 쓰는 이른바 ‘열정 청춘’의 모습을 심각하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연애와 결혼과 출산의 포기라는 소위 ‘3포 인생’이 급증하는 세대에게 우리 역사의 주도권이 맡겨지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많은 인류학자가 30년쯤 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결혼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 성급하게 예견할 정도입니다. 어떤 이들은 부부가 아이를 낳아도 국영육아소에서 국가 주관으로 키우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심지어 적절한 국가 인구조절 정책으로 ‘인공 아기 수정 및 육성 정책’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자조 섞인 예견까지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장 우리 젊은 세대의 집단적인 섹스리스에 대한 문제입니다. 젊은 세대를 인터뷰해 보면 과거 세대에 비해 성에 대해 자유롭고 분방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많은 수가 성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피치 못하게 멀어져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결혼 적령기를 맞이해 가는 젊은이들이 이성과 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좋은 정보를 익히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사회 발전의 한 방편임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성에 대한 건강한 교육담론 필요
 
  네덜란드 공영방송의 TV쇼에는 남녀 출연자들이 나체로 등장합니다. 일체의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남녀의 성기를 그대로 클로즈업하기도 하고, 사이즈나 좋아하는 체위 등에 대해 자유롭게 문답을 하며, 심지어 밀실에서 실제 성행위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공영방송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이 인기 프로가 12세 관람 등급이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영국의 세계적 공영방송 BBC도 포르노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소프트 포르노’를 정규 시간대에 방송합니다.
 
  제가 이런 사례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미 선진국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성에 대한 정보와 소통이 일상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성교육 수준과 구체적 실용성은 우리의 추상적 수준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콘돔 사용률이 꼴찌이고, 낙태율은 1위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전문가들은 연간 낙태 건수가 30만 건 이상으로 추정합니다. 거기다가 미혼모와 버려지는 아이 등으로 인해 해외 입양아 수출 1위라는 오명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경제적 업적과는 정반대의 미개한 현실은 아마도 소극적인 성교육과 닫힌 성담론에서 첫 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서구 선진국은 적극적인 조기 성교육과 자유로운 성적 의사소통을 중요시합니다. 그런 저간의 분위기로 인해 앞에서 예로 든 ‘노골적인’ 공영방송 프로그램도 가능한 것이지요.
 
물론 이런 현상이 과연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올바른 지식에 근거한 적절한 성교육이나, 건강한 수준의 성(性) 담론조차도 그것을 저급한 것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있습니다.
 
  이런 사정은 지식인 사회일수록 더욱 심각한데 그들은 섹스에 대한 표현을 아예 터부시하고, 그것을 억제해야만 고급문화라고 착각합니다. 실제 사회지도층이나 문화적 지성인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면서도, 은밀한 공간에서는 자신들의 속살과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중행태를 보입니다. 겉으로는 도덕의 탈로 무장하고, 뒤로는 음란의 세계를 몰래 탐닉하는 모습도 목격되지요.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그런 심리의 이면에는 성적 열등감이나 자기 방어적 경계심리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젊은이들 중심으로 성에 대한 담론이 비교적 왕성해지는 추세입니다. 어른 세대가 음지에서 은밀하게 행했던 비밀스런 음담패설을 젊은 세대들은 상당 부분 양지로 끌어냈습니다. jtbc의 ‘마녀사냥’ 프로에서 “남자의 신체를 볼 때 어느 부위가 좋으냐”는 신동엽의 질문에 모델겸 방송인 김새롬은 “두꺼운 게 좋다”고 답해 묘한 연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역시 같은 프로에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은 태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올 누드인 남자 모델 20명 정도가 나왔고,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뒤태’가 제대로 나와야 하는 설정이라 팬티를 입지 않아야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남자 하루 19회, 여자 10회 性的 상상
 

에곤 실레, 〈서 있는 소녀의 누드〉, 1910년, 종이에 연필과 물감, 빈 알베르티나미술관. 조화로운 흑백의 명암과 다소 거칠어 보이는 선, 넓은 여백이 에곤 실레의 예술적 감각을 돋보이게 한다.

 
  서른 살이 넘은 나르샤는 자신이 20대 초에는 한 달에 한 명 꼴로 ‘남친’을 바꾸었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는 ‘낮이밤이(낮에도 이기고 밤에도 이기는, 리더십이 좋고 섹스를 잘하는 남자)’ 스타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남자에게 리드당하는 걸 좋아한다는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에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솔직해서 좋다” “멋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얼마 전 방영에서 SES의 바다는 여자들이 거짓 오르가슴을 연출하는 문제에 대해 사랑하는 감정이 만든 황홀경일 수도 있으며 자신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남자가 포경수술한 것이 좋은가 하는 질문에는 축구선수 베컴도 포경을 안 했다며, 사랑하면 포경수술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확실히 우리 사회도 아직은 전반적으로 밀폐되어 있는 편이지만, 여기저기서 변화의 낌새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필자도 저번 작품을 내고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지만, 지인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과 응원을 해 주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놀라움과 호감을 표현했는데, 필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멋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아무튼 건강한 범위에서의 제대로 된 성교육과 정보소통 그리고 사회적 담론의 증가는 우리가 선진 사회로 나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남성의 성적 욕망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여성의 욕망에 대해서는 도외시해 왔습니다. 사실 남자의 환타지는 적절한 면도 있지만, 상당수 부풀려진 면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남녀의 성적 환타지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에 근접한 통계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마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의 피셔 교수가 19~26세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통계가 진실에 가장 근접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피셔 교수는 120명의 남학생과 163명의 여학생들을 집중 연구한 끝에 젊은 남자는 하루에 19회, 젊은 여자는 10회 정도 성(性)에 대해 상상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정도 수치라면, 크게 반박할 여지가 없을 듯합니다.
 
  금년 초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는 흥미 있는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일본의 30대 여성이 20대에 비해 섹스에 대해 더 솔직한 욕망을 표현한다는 것이지요. 조사에 의하면, 30대 여성의 65%가 “현재보다 더 좋은 섹스를 하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녀들의 솔직한 욕구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포르노 영화처럼 농후한 섹스를 해 보고 싶다. 현실에서 섹스의 벽이 너무 두껍다. 애무를 제대로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가끔 택배기사와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무리다. …〉
   
  성에 대한 의식과 본능의 차이
 
  성의학자 메레디스 시버스는 밀실에서 피실험 여성들에게 다양한 포르노 영상을 보여주며, 질내 혈류랑 측정에 의한 흥분도 검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남편이나 안정적 연인끼리의 섹스보다, 낯선 남자나 심지어 동성끼리의 섹스 장면에 더 흥분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지필조사 결과로는 정반대의 설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그녀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이성과 실제 육체의 반응이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오랜 세월의 교육과 관습에 의해 의식적으로 기존의 소중한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얘기지요.
 
이러한 사실은 당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그녀를 위해 여러분이 해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희망적인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그런 그녀의 소망이 궁극에 가서 충족되지 않을 때 어느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로 급변할 수도 있음을 암시합니다.
 
  다니엘 버그너는 《욕망하는 여자》라는 책에서 여성들이 성적 욕망을 품을 때 자신이 낯선 남자를 덮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낯선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을 떠올린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강간 환타지는 죄의식으로부터의 도피를 의미합니다.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옥죄어 온 성적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나아가서는 그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잠재적 심리로 강간 환타지를 꿈꾼다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이런 잠재 심리의 이면에는 그녀들이 아직은 자신이 소속된 가정과 사회의 규범 및 질서를 존중한다는 반증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 사실은 가정의 행복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조화를 원하는 당신에게는 청신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 나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그녀가 가진 성적 환타지를 당신을 통해 풀고 해결할 수 있도록 당신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쨌거나 시대는 많이 변했습니다. 걸그룹의 유명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앞다투어 민몸을 드러내는 ‘섹시 화보’ 찍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퍼스타 K 시리즈에서 청순한 목소리의 대명사였던 장재인이나, 청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김혜림 등도 반라의 야한 섹시 화보 콘셉트로 승부를 걸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녀들의 변신을 보노라면, 순수해 보이는 어떤 여성이든지, 그 잠재적 심리의 이면에는 숨겨진 성적 욕망을 가진 것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여성用 비아그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남성인 당신의 욕망이 그렇듯, 여성들의 욕망 역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여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욕망과 환타지를 이해함에서 출발합니다.
  
‘여성용 비아그라(일명 핑크비아그라)’에 대한 논쟁이 심심치 않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미 시중에서 다른 이름으로 암암리에 판매되고 있는 이 알약에 대해, 실제 여성 성기능의 개선은 없고 오히려 두통이나 안면홍조 등 부작용만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기사 이면에는 핑크비아그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차별의 문제도 숨어 있습니다.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가 성기로 향하는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를 돕는 데 반해, 여성용 플리반세린은 뇌를 자극해 성적 욕망을 강화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뇌의 화학적 작용을 변화시켜 성적 환상이나 섹스에 대한 욕망을 자극한다는 것이지요. 약의 원리와 상관 없이 어떤 방식이든 남성들처럼 여성의 성적 욕망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한 마술사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1996년 친구 하나 못 사귀고 겉도는 중3 아들을 걱정한 엄마는 ‘마술을 배우면 아이의 성격이 활발해진다’는 광고를 보고 마술학원을 찾아갑니다. 엄마에 이끌려 온 소심한 아들은 원장이 펼쳐 보이는 화려한 색깔 마술에 반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두 달의 수강기간이 끝나자, 소년은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사정사정해서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며 학원에서 생활합니다.
 
비디오가 귀한 시절, 세계 최고 마술사들의 라스베이거스쇼를 모은 비디오를 매일 보기 위해서였죠. 학교에서 공부도 안 하고 마술 연구만 하던 소년은 몰려드는 친구들을 보며 처음으로 자기 존재를 인정받은 느낌에 뿌듯해합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이 소년은 4연속 세계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습니다. 마술사 이은결의 얘기입니다. 그가 마술 무대에 선 지 10년 만에 한국에는 프로마술사가 100배가량 늘었고, 마술 동호인도 300만명에 달했습니다.
 
  이전의 마술사들이 음악에 맞춰 말없이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감탄을 자아냈다면, 이은결은 반전과 감동이 있는 드라마를 유려하게 펼쳐 보였습니다. 그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러가 되어 이야기를 잔잔하게 엮어 나갔습니다.
 
구경하는 여성의 달콤한 연인이 되어, 유달리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예상치 못했던 상상력에 뜨거운 감성의 불을 질러 놓기도 했습니다. 장미를 불꽃으로 변신시키고, 손바닥을 펴서 여성의 머리 위로 눈송이를 날려 보내기도 했지요.
 
  “나는 현실에 있을 때보다 상상하고 있을 때 더 행복하다. 어디든 날아갈 수 있고 뻗어나갈 수 있는 상상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은결은 “마술이란 보는 이의 무의식 속에 가능성을 심어 놓는 하나의 씨앗으로, 단순한 눈속임 이상이 되려면, 마술사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들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섹스는 마술처럼
 
  그런데 바로 섹스야말로 당신이 일상에 지친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줄 수 있는 위로이자, 마술처럼 달콤한 환상인 것입니다. 아내라는 반복되는 역할, 혹은 연인이라는 구속된 틀에 지쳐 갈 그녀에게 제대로 위로해 줄 수 있는 환상인 것이지요. 당신의 제대로 된 섹스는 그 순간 정말로 당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 스스로가 이 세상에서 더없이 행복한 여인이란 의식을 뇌리에 각인시켜 주는 훌륭한 비기(技)입니다.
 
당신이 강력하게 던져 주는 극강(極强)의 오르가슴이나 멀티오르가슴의 희열은 그녀에게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예술적 혹은 마술적 행위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최고의 고객은 당신을 믿고 의지하는 아내(연인)입니다. 이제 당신은 그녀를 위해 오랜 시간 갈고 닦아 온 사랑의 기술을 마음껏 펼쳐 주어야만 합니다. 그녀가 당신의 열정에 감복해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쉽게도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미흡한 글에도 성원해 주신 여러 독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성에 대한 건강한 담론을 생산하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창조적 장(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다루기 힘들었던 구체적인 이야기나 스킬 등은 《멀티축제: 120세 시대의 즐거운 성》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올해 10월경 발간할 예정입니다.
 
  필자는 연재를 통해 120세 장수(長壽) 시대가 올 것이며, 성에 대한 시각도 급변하고 있으며,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간의 오랜 욕망인 장수와 섹스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사랑을 거머쥔 채 장수를 꿈꾸는 인간에게 때로는 예기치 않은 혼란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최근 개봉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 〈화장〉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젊은 여자에게 유혹당하는 중년의 심리를 치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금욕의 아이콘이었던 안성기는 부하 여직원 김규리의 젊은 나체를 상상하며 그녀와 섹스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입니다.
 
  올해 80세인 거장 임권택 감독이 이런 갈등을 통해서 우리에게 던져주고 싶었던 화두는 무엇일까요?
    
  무굴제국과 타지마할
 
  저는 이 칼럼을 마무리하며, 그 해답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7세기 인도 무굴제국 제5대 황제인 샤 자한은 사랑하는 왕비 뭄타즈 마할이 열넷째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집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왕비를 그리워하는 절망감이 얼마나 컸던지 며칠 만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셀 정도였다고 전해집니다.
 
샤 자한이 외국에서 초청한 건축가들과 기술자 수천 명, 노예 20만, 코끼리 수천 마리를 동원해 만든 왕비의 무덤이 그 유명한 ‘타지마할’입니다. 각지에서 가져온 엄청나게 많은 대리석과 값비싼 보석으로 타지마할을 22년 만에 완공하였지요.
 
  이 공사에 너무 국력을 낭비한 까닭에 샤 자한은 결국 아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남은 생을 아그라 성에 갇혀 지냅니다. 타지마할이 잘 보이는 이 성에서 항상 왕비의 무덤을 바라보며 말이지요. 하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타지마할의 신비함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인의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 이제 이렇게 외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내 영원한 사랑을 위해!”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