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김혜경 입력 2015.09.24. 08:54
【워싱턴=AP/뉴시스】김혜경 기자 = 미국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막말 세례를 받고 있는 '앵커 베이비'가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10년 전 멕시코에서 건너온 불법 체류자 부모를 둔 '앵커 베이비' 소피 크루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피는 교황을 만나기 위해 아빠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까지 날아왔다. 23일(현지시간) 아침 워싱턴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교황을 만나기 위해, 소피는 예쁜 드레스를 차려 입고 머리를 곱게 땋아 묶었다.
교황께 드릴 선물도 마련했다. 노란색 티셔츠와 편지다. 티셔츠에는 "교황님, DAPA를 구해주세요"라고 써 있었다. DAPA는 '미국 불법체류자 부모 추방유예'를 뜻하는 행정 조치로, 미국 불법체류자의 자녀가 미국 시민권자이면 추방을 유예해 주는 제도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제도다. 그러나 미국 내 26개 주에서는 이 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시행이 중지된 상태다.
소피의 부모는 불법 체류자이지만, 소피는 미국에서 태어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자동출생권을 부여 받은 이른바 '앵커 베이비'다.
앵커 베이비에서 앵커는 닻이라는 뜻으로, 자동 시민권 제도를 이용해 아이를 미국인으로 만들어 불법 이민자인 부모들까지 미국에 정착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중남미에서 건너온 불법 이민자 계층을 비방할 때 쓰이는 말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는 "불법 체류자들을 추방해야 하며 자동출생권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최근 막말 타깃이 되어왔다.
얼마 전에는 젭 부시 공화당 경선 후보까지 가세해 아시아계 '앵커 베이비'에 대해 "조직적인 사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비난한 바 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워싱턴에서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서 카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었다. 퍼레이드카에 탑승한 교황을 만나기 위해서 큰 덩치의 교황 경호원은 소피를 들어 올렸다. 카퍼레이드 중이던 교황은 소피의 볼에 키스를 하고 볼을 어루만지는 등 따뜻하게 '앵커베이비'인 소피를 대했다. 소피가 준비한 티셔츠와 편지는 경호원에 의해 전달됐다.
이날 소피 뿐 아니라 6명의 앵커베이비들과 19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교황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을 찾았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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