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열흘 앞으로 다가온 광군제 특수 잡아라'…한·중 해빙무드에 분주한 유통업계

Shawn Chase 2017. 11. 2. 13:20

박수현 기자


입력 : 2017.11.02 06:05

한국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봉합된 가운데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데이 광군제(光棍節)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통업계가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는 매년 11월11일을 기점으로 열리는 온라인 할인행사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지난해 광군제 당일에만 매출 20조원을 올렸을 정도로 중국 최대의 대목으로 꼽힌다. 올해로 9년째를 맞았다.

유통업계는 당초 사드 갈등 때문에 광군제 기간 중국인의 역직구(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직접 구입하는 쇼핑 방식)가 예년 수준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菜鳥)’는 중국 해관의 통관 절차가 강화되자 지난 3월 한국을 상대로 한 직구 물류서비스인 C2C배송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중 두 나라가 교류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왕홍(網紅) 마케팅부터 배송비 할인까지 다양한 행사 준비에 나섰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0시(현지 시간)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 할인 행사를 시작한 가운데,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온라인 쇼핑 페스티벌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매출액을 표시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날 오후 3시 19분 912억위안(15조5678억원)을 기록해 전년 매출액을 넘어섰다. 이날 하루 매출은 1230억위안(20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제공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0시(현지 시간)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 할인 행사를 시작한 가운데,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온라인 쇼핑 페스티벌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매출액을 표시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날 오후 3시 19분 912억위안(15조5678억원)을 기록해 전년 매출액을 넘어섰다. 이날 하루 매출은 1230억위안(20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제공


◆ 유통업계, 중국인 역직구 겨냥한 다양한 할인 행사...화장품업계 ‘왕홍’ 마케팅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글로벌샵은 이달 12일까지 할인 상품 100여 개를 선보이고 최대 50% 상당의 해외배송 할인쿠폰과 신규회원 전용 쿠폰, 브랜드 할인쿠폰 등을 지급한다. 또 홍콩, 대만 등 중화권과 동남아 7개 지역 배송비를 깎아준다.

문지영 이베이코리아 글로벌사업실장은 “한중관계가 개선되면서 중국 내 한국 상품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올해는 보이밴드를 비롯해 케이팝 상품들이 한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어 해당 상품군을 중심으로 상품 가짓수와 혜택을 늘렸다”고 말했다.

올해 9월 ‘글로벌 11번가’를 출범한 SK플래닛은 오는 11일까지 11번가의 상품 데이터베이스와 글로벌 11번가를 연동해 상품군을 확대하고, 중국을 포함한 100여 개국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10일까지는 상품 구매자 중 10명의 주문번호를 추첨해 각 1000만원의 OK캐시백 포인트를 증정한다. 총 1억원의 쇼핑지원금을 주는 셈이다.

위메프는 매월 진행하는 특가데이를 확대했다. 11월 11일을 ‘위메프 1111데이’로 정하고 ‘특가데이’ 1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매월 특가데이 때 소비자의 호응을 받았던 화제의 상품을 기존 판매 가격으로 다시 선보이는 ‘그때 그 상품’을 진행한다. 상품 가격은 11원부터 시작되며 1111데이 행사에 포함된 모든 제품을 무료로 배송한다. 위메프는 ‘위메프 1111데이’에 앞서 할인 상품을 대거 선보이는 ‘1111데이 실전연습’ 행사도 10일까지 연다.

 현대H몰은 광군제를 앞두고 G마켓 글로벌에 몰인몰(Mall in Mall) 형태로 글로벌H몰을 정식 입점했다./ 현대H몰 제공
현대H몰은 광군제를 앞두고 G마켓 글로벌에 몰인몰(Mall in Mall) 형태로 글로벌H몰을 정식 입점했다./ 현대H몰 제공

현대백화점그룹의 온라인 종합쇼핑몰인 현대H몰은 G마켓 글로벌에 몰인몰(Mall in Mall) 형태로 글로벌H몰을 정식 입점하고, 판매 대상 국가를 기존 50여개에서 100여개로 확대했다. 해외에서 G마켓에 입점한 글로벌H몰 상품을 구매하면 국제특급우편(EMS) 또는 중국 국제 특송업체 SF익스프레스 배송서비스도 제공한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 미국, 러시아, 룩셈부르크, 인도네시아 등 7개국 대학생 20명을 통해 해외 현지 홍보에도 나선다.

황선욱 현대홈쇼핑 H몰사업부장(상무)는 “사드 갈등 여파로 주춤했던 중국 매출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글로벌H몰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편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광군제 기간 매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H몰의 지난해 광군제 매출은 전체 연간 매출의 20%를 차지한 바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왕홍을 앞세운 광군제 특수 잡기가 눈길을 끈다. 왕홍은 온라인상의 유명인사를 뜻하는 ‘왕루어홍런(网络红人)’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웨이보’, ‘웨이신’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면서 팔로워를 최소 50만명 이상 거느린 소셜스타를 뜻한다. 마스크팩 업체 리더스코스메틱은 중국 유명 왕홍을 한국에 초청해 광군제 관련 생방송을 진행한다. 또 다른 마스크팩 업체 SNP화장품도 중국 뷰티 콘텐츠 플랫폼인 ‘모차메이좡’, ‘이즈보’에서 뷰티 왕홍을 초청해 생방송에 나선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샴푸 ‘려’는 광군제를 맞아 20~35세 중국 여성을 대상으로 기획세트와 온라인 전용 대용량 상품을 선보인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알리바바의 티몰에서 사전 예약판매를 실시해 광군제 당일 결제시 추가 할인과 사은품을 제공한다. LG생활건강은 후, 숨, 오휘 등 주력 화장품 세트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뷰티박스’를 증정한다.

 신세계인터넷면세점은 광군절 당일인 11일 ‘금괴를 모아라’ 이벤트를 통해 경품을 증정한다./ 신세계면세점 제공
신세계인터넷면세점은 광군절 당일인 11일 ‘금괴를 모아라’ 이벤트를 통해 경품을 증정한다./ 신세계면세점 제공

백화점·면세점 업계도 광군제 맞이에 분주하다. 롯데백화점은 3일부터 12일까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60만원 이상 구매자에게 5% 상당의 선불카드를 제공하고, 롯데백화점의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 계정을 팔로우하는 관광객에는 손난로를 증정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솔로 및 1인 가구를 위한 ‘신세계몰 솔로데이’ 행사를 10일과 11일 이틀간 연다. 1인가구와 생활용품, 간편식 등을 선보이고 최대 11% 추가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태블릿 등의 IT전자기기도 행사 상품으로 내걸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연말연시를 맞아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내점할 것으로 보여 이들을 위한 행사를 다양하게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11일까지 ‘광군제에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한 댓글을 작성한 회원에게 댓글 수만큼 적립금을 높여 경품을 증정한다. 경품이벤트도 준비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투니우 상품권 1만위안(1등)을 비롯해 롯데 시그니엘 숙박권(2등), 롯데호텔 라센느 뷔페권(3등) 등 추첨을 통해 100명을 선정한다.

신세계인터넷면세점은 광군절 당일인 11일 구매 소비자 및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금괴를 모아라’ 이벤트를 연다. 구매 금액에 따라 온라인상에서 금괴를 수집해 개수에 따라 경품을 받는 방식이다. 또 중국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와 제휴를 맺고 이를 기념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11일까지 매일 브랜드 제한 없이 선착순으로 39달러, 59달러, 99달러, 199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11달러 초과 금액을 돌려준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한국에 오기 전 인터넷면세점을 통해 미리 쇼핑하기 때문에 인터넷면세점의 매출 추이를 보면 보름에서 두 달 후의 중국인 관광객 추이를 예측할 수 있다”며 “이번 광군제가 향후 중국인 관광객 복귀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일 매출 20조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빛나는 막대기의 날’을 뜻하는 광군제는 중국에서 11월 11일을 뜻한다. 1이 4개나 되는 날이어서 ‘독신자의 날’, ‘싱글데이(솔로데이)’라고도 불린다. 1993년 난징대학교의 애인이 없는 학생들끼리 챙겨주고 위로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일종의 기념일로 2009년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이날을 마케팅에 처음 활용했다.

대규모 할인판매로 유명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비슷하지만, 광군제는 온라인에서만 쇼핑한다는 차이가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광군제 당일에만 매출 20조원을 올렸으며, 올해는 전년보다 24% 증가한 1500억 위안(약 25조3605억원)의 하루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군제는 중국 뿐 아니라 국내 제조·유통업체들에도 쇼핑 대목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중국 온라인 해외직접판매액은 2014년 3188억원, 2015년 8617억원, 지난해 1조7913억원으로 연평균 139%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해외직접판매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모바일 커머스 티몬은 지난해 광군제 기간 중 역직구 사업을 통해 15억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랜드그룹의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는 같은 기간 전년 보다 89% 증가한 3억2900만위안(약 5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1/2017110102827.html#csidx5e70959967de26ba03a47388f722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