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26 03:02 | 수정 : 2017.08.26 09:01
사람 대신 전투하는 킬러 로봇의 시대
고도의 AI·첨단 통신 무장… 상황따라 효과적 공격전략까지
국산 센트리 로봇, 러시아 무인탱크 MK-25, 미국 무인함정 시헌터
무인 스텔스기 타라니스 드론 등 인간 압도하는 전투력으로 무장
◇먹지도, 쉬지도 않고 스스로 판단해 전투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 교수는 지난 2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 AI 콘퍼런스(IJCAI)'에서 "공격 목표만 설정해주면 사람의 조작이나 명령 없이 스스로 전투를 할 수 있는 '자율 살상 무기(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 즉 킬러 로봇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증거로 우리나라의 '센트리 로봇'과 러시아의 무인 탱크 MK-25시리즈, 미국의 무인 함정 '시헌터(Sea Hunter)'와 무인 잠수정 '에코 보이저(Echo Voyager)', 방위산업체 BAE가 생산한 스텔스 무인기 '타라니스 드론(Taranis drone)' 등을 소개했다.
한화테크윈(구 삼성테크윈)이 개발한 센트리 로봇은 고정된 로봇 팔에 기관총이 달린 형태다. 정확한 성능은 비밀이지만 하루 24시간 작동하면서 칠흑 같은 밤에도 최대 4㎞ 내의 적을 포착해 발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무인 탱크는 지형·지물을 스스로 파악해 최적의 공격 루트를 찾아내고, 적병(敵兵)을 저격하는 것은 물론 아군을 엄호 사격하는 것도 가능한 킬러 로봇이다. 러시아는 이 무인 탱크를 대(對)테러전과 시가전 등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헌터는 적 잠수함을 발견해 격침하는 '대잠수함 작전'용으로 개발됐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 보급 없이 한 번에 최대 10주 이상 바다 위를 누비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중국과 필리핀이 영해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시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 보이저는 육중한 유인(有人) 잠수함이 활동할 수 없는 얕은 바다에서 활동하면서 항구를 드나드는 군함과 잠수함을 감시하고, 스스로 공격한다. BAE의 스텔스 무인기는 정찰, 공중전, 지상 공격 등 인간 파일럿이 탑승한 기존 전투 공격기의 기능을 모두 갖췄다. 2030년까지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 공격기인 토네이도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간 압도하는 전투력…핵심은 첨단 IT
킬러 로봇은 겉보기엔 기존의 드론(무인기)이나 자동화 병기(兵器)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속에 적용된 기술은 확연히 다르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핵심 IT 기술의 발전이 킬러 로봇을 가능케 했다"고 분석한다. 첫째는 시각 정보 인식 기술이다. 수백m 밖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고 사람의 옷차림과 행동 패턴, 소총이나 권총 등 무기의 휴대 여부를 알아내 실시간으로 테러리스트와 민간인, 아군을 구분해낸다. 최근에는 정확성이 더욱 높아져 어떤 장비로 무장했는지, 누가 지휘관인지도 구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지형·지물을 인식해 안전한 진격로(進擊路)를 찾아내는 것은 기본이다.
킬러 로봇의 AI는 이렇게 확보한 구체적인 상황 정보를 바탕으로 전투를 할 것인지 여부와 구체적 전술까지 결정한다. 적의 화력과 전투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런 전략·전술 AI가 두 번째 핵심 기술이다. 구글 알파고에 쓰인 AI 기술(강화 학습 알고리즘)이 활용된다. 이미 인간과 겨뤄 승리하는 사례도 나왔다. 미국의 군사 기업 사이버네틱스(Psibernetix)는 지난해 6월 이 회사의 AI 전투 프로그램 알파(ALPHA)가 미 공군 베테랑 파일럿과 모의 공중전을 벌여 완승했다고 발표했다. 정확하고 빠른 상황 판단, 허를 찌르는 기동(機動)에 인간 파일럿은 맥을 못 췄다. 미 공군은 AI의 명령을 받는 F-35 스텔스 전투기와 드론 편대를 구상 중이다.
킬러 로봇의 마지막 핵심 기술은 5G(5세대)급의 첨단 통신 기술이다. 인간 병사와 마찬가지로 킬러 로봇도 서로 협력해 작전을 펼친다. 따라서 킬러 로봇들끼리 빠르고 안전하게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전략적 이유나 돌발적 상황 변화로 인해 언제든지 사람의 통제를 받아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 경우 수백~수천㎞ 떨어져 있는 사령부에서 킬러 로봇이 처한 전장(戰場)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4G(4세대) 통신 기술의 한계를 넘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요구된다. 해킹으로 인해 킬러 로봇의 기능이 무력화되거나 최악의 경우 적으로 돌변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한 보안성도 갖춰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중국 등이 이런 통신 기술을 개발 중이고 일부는 이미 적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력 충돌 잦아질 것” vs “인명 손실 줄여”
킬러 로봇의 실전 투입은 시간문제다. 월시 교수는 “이미 국지전(局地戰)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킬러 로봇이 테스트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사람 대신 킬러 로봇끼리 전투를 벌이는 일도 멀지 않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Musk)와 전 세계 26개국 AI·로봇 업계 최고경영자(CEO) 116명이 지난 21일 “킬러 로봇으로 인해 무력 충돌이 더 자주,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킬러 로봇의 도입과 사용을 당장 금지해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킬러 로봇에 이용된 첨단 기술들을 개발한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원자폭탄의 원리를 발견한 아인슈타인이 핵무기에 반대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장기적으로 방위비 부담을 줄이고 인명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미 조지타운대 로자 브룩스 교수(법학)는 “인간은 전장의 포연 속에 쉽게 무너지는 허약한 존재로, 두려움에 질려 잘못된 판단을 하기 일쑤”라며 “어떤 상황에도 정확하고 냉정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킬러 로봇은 어렵고 위험한 임무에서 병사들의 목숨을 살리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민간인 피해도 줄여 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5/20170825020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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