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Tech & BIZ] TV인지 액자인지… 인테리어로 퐁당

Shawn Chase 2017. 8. 27. 17:43


신동흔 기자  



입력 : 2017.07.01 03:01 | 수정 : 2017.07.05 14:49

가전제품도 인테리어로… 사용자 개성 드러내 나만의 공간 연출
두께 4㎜, 벽지처럼… 벽면 사이 틈 없이 붙여 TV 화면이 한 폭의 그림


고렌예 원도어 냉장고
고렌예 원도어 냉장고 / 롯데하이마트


가전제품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화면이 꺼져 있을 때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던 TV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고, 복고풍 디자인 냉장고를 찾아 쇼핑몰을 뒤지는 사람들도 많다.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업계에선 "넓은 집에 살든 좁은 집에 살든 가전 제품은 이제 주거 공간에 대한 인테리어 솔루션(해법)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TV 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거실의 벽을 차지하기 위해 또 다른 싸움을 벌이고 있다.

TV의 변신이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25일 출시한 TV '더 프레임'(The Frame)은 벽에 걸면 대형 액자처럼 변신한다. TV를 '아트 모드'로 설정해 방송을 보지 않을 때 검은 화면 대신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회화나 사진 작품을 띄워 놓을 수 있다. 이 작은 '발상의 전환' 하나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17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물론 디자인만 바꾼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다. 더 프레임은 화면에서 예술 작품의 질감(質感)을 구현하기 위해 LCD(액정표시장치) 특유의 반짝거림을 없애는 기술을 적용했다. TV를 보지 않을 때는 센서로 주위 빛의 양을 감지해 화면에 나온 이미지의 밝기와 색감을 조절해서 보여준다. 동작 감지 센서는 사람이 없을 때 자동으로 화면이 꺼지도록 해 불필요한 전력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유재욱 책임디자이너는 "액자 느낌을 내기 위해 TV와 벽면 사이 틈새가 없도록 TV 본체를 벽에 딱 붙여주는 밀착 월마운트 기술도 적용했다"며 "집안 어디든 원하는 곳에 TV를 둘 수 있는 이른바 '스크린 에브리웨어' 콘셉트를 적용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4월 출시한 '시그니처 올레드 TV W'는 액자보다 더 얇아 아예 월페이퍼(벽지) 느낌을 준다. 두께는 4㎜(65인치 기준)가 채 안 된다. 전원 케이블을 벽 속에 숨기면 텅 빈 벽에 그림 한 장만 붙여둔 느낌을 준다. 좋아하는 그림·사진을 TV에 전송해놓고 갤러리 모드로 설정하면 TV 화면이 한 폭의 그림으로 변신한다. 패널 뒤에 별도의 광원(백라이트)을 붙여야 화면에서 색과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LCD TV와 달리, 올레드 TV는 광원이 필요 없어 TV를 훨씬 얇게 만들 수 있다.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TV가 한없이 얇아져 인테리어를 넘어 공간과 하나가 되는 제품"이라며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집안 한가운데에 시커멓게 버티고 있던 TV가 디자인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급 제품들만 인테리어 기능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동부대우전자가 최근 내놓은 '허그TV'(32인치)는 50만원대 가격이지만 실내 분위기에 따라 벽걸이형으로도 스탠드형으로도 설치할 수 있다. 허그란 이름 자체에 부드럽고 따뜻하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전시장에서 개최된 ‘더 프레임’ 공개 행사에서 한 남성이 사진과 회화 작품이 걸려 있는 벽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 가장 큰 액자 형태 제품이 ‘더 프레임’ TV다. / 삼성전자 제공


가전제품 하나로 '나만의 개성' 표현하는 사람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제품도 가전제품을 통해 사용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주변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해졌다. 국내에서 이탈리아 가전회사 스메그 제품이 오로지 디자인 하나로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지 오래다. 스메그는 1950년대 유럽을 연상시키는 복고풍 분위기와 부드러운 곡선, 특유의 색감(色感)으로 젊은 주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젊은 시절 배낭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본 주부들이 이른바 '백색 가전'으로 불리는, 천편일률적 디자인의 제품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유럽 슬로베니아에 본사를 둔 고렌예 제품도 최근 복고풍 디자인 바람을 타고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외산(外産) 제품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유위니아는 김치냉장고 '딤채 마망'과 '딤채 쁘띠'에 이국적 감성을 담았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출시된 딤채 쁘띠의 경우 7가지나 되는 파스텔 톤 색상으로 젊은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김상혁 매니저는 "가전제품 하나로 이국(異國)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했다.

디자인에서 혁신은 기술적 진보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영국 다이슨만 해도 '선풍기에서 날개를 없애겠다'는 디자인에서의 혁신 욕구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다이슨의 '퓨어쿨 링크'는 세로로 길쭉한 형태의 날개 없는 선풍기다. 최근에는 하단에 필터를 장착해 공기 중 유해가스와 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고, 실내 공기 상태를 체크해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체크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30/20170630019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