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입력 2017.08.27 01:57 | 546호 14면
[글로벌 뉴스토리아] 중국 vs 부탄·인도 험악한 삼각관계
중국, 부탄 도카라에서 도로공사
부탄 후견국 인도, 군대 보내 제지
대중 무역보복 카드까지 검토
중국 입김 막기 강력한 선제 조치
동북 요충 ‘실리구리 회랑’ 보호도
부탄은 1984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지만, 상주 공관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양국 사이의 국경이 불분명한 곳이 많아 조정을 위한 협상을 계속해 왔으며 1998년 국경협정을 맺고 일단 현상 유지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2005년에도 부탄이 영토라고 주장한 지역에 들어와 도로나 다리를 만드는 등 토목공사를 벌였다. 당시 부탄의 항의에 중국은 서부지역 개발의 일부라는 답변을 내놨다. 중국이 토목공사를 벌인 지역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주하는 주민이 거의 없고 왕래하는 사람도 드물며 자원도 없는 오지 중의 오지다. 이러한 토목공사를 통해 장차 국경을 확정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용도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에 맞서는 ‘히말라야 전선’ 체제 가동
얼마 지나지 않아 부탄에 위기가 찾아왔다. 49년 중국을 통일하고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이 50년 티베트를 합병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을 사이에 두고 양국이 국경을 맞대게 된 것이다. 그러자 부탄은 인도·네팔·시킴왕국(75년 왕정을 폐지하고 국민투표로 인도와 합병) 등과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히말라야 전선’을 결성했다.
인도는 58년 자와할랄 네루 총리가 부탄을 방문한 직후 의회에서 ‘부탄에 대한 공격은 인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선언을 했다. 인도와 부탄은 동맹국으로서 상호방위 체제를 구축했다. 인도가 중국에 대고 히말라야 지역은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 셈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나토 헌장 제5조에서 “한 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즉각 개별 회원국 또는 집단으로 대응한다”고 명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인도는 이번 히말라야 대치를 ‘동맹 보호’와 ‘자국 안보 확보’라는 양날의 칼로서 활용하고 있다. 해상은 물론 육지에서도 인도에 압박을 가해 오는 중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 있다. 인도와 중국이 동시에 체면을 살리고 사태를 해결하는 묘안이 절실하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도 국경을 침범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쪽의 일방적 철수 외에 뾰족한 해결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닭의 목’을 지켜라-실리구리 회랑 방어작전
실리구리 회랑을 통해 연결되는 동북부 지역은 중국과 방글라데시·미얀마에 둘러싸인 내륙 지역이다. 차와 실크로 유명한 아삼(인구 3120만)을 비롯해 트리푸라(370만), 메갈라야(300만), 마니푸르(286만), 나갈랜드(200만), 미조람(200만), 아루나찰프라데시(140만)의 7개 주가 위치하고 4500만 명에 가까운 주민이 거주한다. 특히 동부 히말라야 지역의 아루나찰프라데시는 중국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인도로선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게다가 이 지역에선 일부 분리주의자들의 게릴라 활동도 벌어지고 있어 인도 정부로선 항상 긴장하고 주시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이렇듯 인도에서 가장 예민한 지역인 실리구리 회랑은 방글라데시와 네팔, 그리고 부탄 및 이번에 분쟁이 발생한 도클람에 둘러싸여 있다. 그야말로 인도 안보의 핵심이 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실리구리 회랑은 47년 8월 15일 인도의 독립과 동시에 탄생했다. 하루 전 분할 독립한 파키스탄의 한 부분이던 동파키스탄(71년 방글라데시로 독립)이 인도 동북부와 나머지 지역을 대부분 가로막으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유사시 이 지역의 방어는 인도 정부의 핵심적 안보 문제가 됐다.
부탄의 지정학적 가치 때문에 인도는 부탄의 외교·국방은 물론 경제도 떠받치다시피 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23억 달러에 불과하며 1인당 GDP는 2870달러로 세계 130위의 가난한 나라인 부탄은 인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부탄의 주요 수출품은 인도가 건설해준 히말라야 계곡의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이다. 향신료를 재배하고 목재를 생산하며 수공예품을 만들고 천연석을 보석으로 가공하는 것 말고는 변변한 산업도 없다. 연료·곡물·섬유를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형편이다.
부탄이 74년 국왕 주도로 국민총행복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총생산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더 중시한다는 정책을 편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으로 짐작된다. 부탄은 ‘가치 있는 개발’을 앞세우고 건강, 심리적 만족감, 환경 등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부탄을 ‘행복한 나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부탄을 강제적·일률적·규제 일변도의 나라로 보는 시각도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부탄의 체링 톱게 총리는 2013년 8월 “GNH 개념이 과용돼 가계부채의 증가, 만성적 실업·가난, 그리고 부패 등 나라가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들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포증’이 ‘폐쇄 국가 부탄’ 원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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