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평로] 中 위안화의 색다른 '화폐 전쟁'

Shawn Chase 2015. 9. 8. 17:43

방현철 논설위원

입력 : 2015.09.08 03:00

방현철 논설위원
방현철 논설위원

 

 

지난 주말 터키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중국은 위안화 정책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지난달 11~13일 사흘 동안 갑자기 위안화 가치를 4.7%나 떨어뜨려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미 며칠 전 위안화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리 총리는 지난달 28일 국무원 회의에서 "위안화 가치를 계속 떨어뜨릴 근거가 없다"며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깜짝 인하'했을 때 세계 각국이 화폐 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 '화폐 전쟁(currency war)'에 뒤늦게 뛰어든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중국은 작년에 200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위안화를 절하(切下)했는데 한 해 하락폭이 2.5%에 불과했다. 올 들어서도 하루 환율이 0.1% 이상 변한 날은 닷새밖에 없었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환율을 관리하다 갑자기 큰 폭의 변화를 주니 전 세계가 놀랐다. 고시환율을 결정할 때 시장환율을 더 반영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결과는 가치 급락이었다. 2010년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우리는 화폐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위기를 경고했던 상황이 재연될 것 같았다.

그런데 리커창 총리는 중국은 그런 화폐 전쟁에 당장은 끼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실은 그간 중국이 치른 화폐 전쟁의 전선(戰線)은 전혀 다른 차원에 있었다. 위안화를 세계 경제 2위, 무역 1위 경제 대국의 화폐라는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게 하겠다며 뛰어다녔다. 이에 2009년부터 위안화의 국제화를 국가 전략으로 삼았다. 내심 미국 달러와 어깨를 견줄 기축 통화로 키우겠다는 목표였다.

그러자면 위안화는 환율 변동이 작아야 했다.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안정되게 묶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다. 어느 정도 강세도 감수해야 했다. 세계 무대에 위안화가 처음 나선 만큼 누구나 갖고 싶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치가 떨어질 화폐를 손에 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 결과 위안화는 이제 세계 5위의 무역 결제 화폐가 됐다. 그러나 수출은 줄고 경제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는 전혀 다른 '화폐 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흘 동안 위안화 가치를 갑자기 떨어뜨리는 걸 보니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 무대에 우뚝 세우겠다는 전략을 잠시 유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홍콩 기업은 위안화로 쟁여 두던 돈을 홍콩달러로 바꾸고 있다. 위안화 예금이나 펀드를 든 사람들도 많은 손해를 봤다. 다시 위안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위안화의 매력은 확 떨어질 것이다.

중국은 이제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시점이 되면 어떤 '화폐 전쟁'으로 방향을 잡을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위안화를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면 고통스러워도 달러 강세를 따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러와 '맞짱 뜨는' 건 잠시 접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양 카드를 다시 꺼내야 한다. 리커창 총리 말의 속뜻도 그때가 되면 분명해질 것이다. 우리 외환 당국과 기업들은 중국의 위안화 정책 급변 가능성까지 고려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응 전략을 짜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