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커 끊기자 임대료도 못벌어…한화, 제주공항면세점 손 뗀다

Shawn Chase 2017. 7. 3. 20:36

매출 작년보다 80% 급감…정상 운영 불가능한 상황
호황때 책정 고액 임대료도 사업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인천공항 등 도미노 위기

  • 손일선,지홍구,최승진 기자
  • 입력 : 2017.07.03 17:41:48   수정 : 2017.07.03 20:06:59
  • ◆ 中 수렁에 빠진 면세점 / 사드 후폭풍, 공항면세점 강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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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사드 보복 전엔 이랬었는데…
    제주국제공항에 위치한 갤러리아면세점. 과거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제주를 많이 찾을 때는 면세점 계산대에서 항상 줄을 서야 했지만 최근 유커가 급감하면서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사진 제공 =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업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의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을 전면 금지한 이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시작된 면세점들의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에 면세점을 운영 중인 한화갤러리아는 3일 제주공항공사와 임대차 계약을 중도해지하고 면세점 특허권을 조기 반납한다고 밝혔다. 당초 한화갤러리아의 제주공항 면세사업 특허기간은 2019년 4월까지이지만 다음달 31일까지만 면세점을 운영하고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2014년 제주국제공항 면세사업자로 선정돼 제주공항 3층 국제선 출국장에서 화장품, 패션잡화, 담배, 주류 등을 취급해 왔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들이 빠르게 늘면서 오픈 1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고 매출도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 3월 사드 사태 이후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전체 고객의 80~90%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장에서 사라져갔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80% 가까이 떨어지는 등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지난 3월 이후 월매출액이 17억~19억원을 기록하면서 월임대료(2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돼 더 이상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매장을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한령이 조만간 해제될 것으로 예상했다면 단기간 적자를 감내했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철수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사드 후폭풍은 비단 제주공항 면세점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제주공항 면세점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위기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천공항 면세점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제주공항 면세점보다는 여건이 낫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역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이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84만4000명에 달했던 면세점 외국인 고객은 올 5월에는 102만4000명으로 약 44.5%가 감소했다. 이 때문에 중국인 이용자의 매출도 약 30% 감소했다.

    이처럼 중국인 이용객 수와 매출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높은 임대료가 인천공항 면세점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 측에 면세점 사업자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고 공식으로 건의하기도 했다. 사드 사태가 장기화되면 높은 임대료로 양측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임대료를 낮춰달라는 요구였다.

    당시 한국면세점협회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사업자는 연간 약 9000억원의 임대료를 납부하면서 인천공항이 12년 연속 세계 1위 공항 자리를 수성하는 데 기여했다"며 "면세점 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규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려는 면세점 사업자들도 '신중모드'로 돌아선 상황이다.

    최근 있었던 인천공항 제2터미널 사업자 선정이 대표적이다. 롯데, 신라가 DF1(향수·화장품)과 DF2(주류·담배·포장식품) 구역에 각각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명품·잡화를 판매하는 DF3 구역은 5차례 유찰 끝에 신세계가 수의계약을 했다. 임대료도 인천공항공사 측이 초기에 제시한 가격의 30%가량이 감면된 수준이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국제공항과 비교했을 때 인천공항 수입 중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이로 인해 업체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공항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 측의 높은 임대료 부담 때문에 면세점 사업자들이 입찰을 꺼리는 것은 인천공항뿐이 아니다. 김포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4차례 유찰 끝에 롯데가 사업권을 가져갔다. 신세계가 운영했던 김해공항 면세점은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로 인해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입점 2년 만에 특허권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 요구에 공항 측은 임대료 인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사드 보복으로 어려운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 매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데다 과거 인하 전력이 탈세 논란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어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천공항 측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면세점, 식음료업체 등 500개 업체의 임대료 1300억원 정도를 깎아준 적이 있다. 당시 국세청에서 법인세를 덜 내기 위해 공사의 매출을 고의로 누락했다며 370억여 원을 추징했는데 현재도 불복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서 "이러한 문제와 함께 식음료, 은행 등 다른 임대 사업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있어 면세점만 인하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손일선 기자 / 지홍구 기자 / 최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