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朴대통령 왔는데… 외면당한 大邱의원들 '긴장'

Shawn Chase 2015. 9. 8. 17:24

 


 

입력 : 2015.09.08 03:00 | 수정 : 2015.09.08 07:34

與 텃밭지역 대통령 방문에 1명도 참석 못한 건 이례적
親朴 중진 "유승민 파동 때 대구의원들 한 게 뭐 있나"
朴대통령 "개혁 깔딱고개 잘 넘기면 도약할 수 있어"

박근혜 대통령은 7일 방중(訪中) 외교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는 '1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된 곳이기도 하다. 오전 7시쯤 서울을 출발한 박 대통령은 대구시 업무 보고와 청년 일자리 창출 토론회, 지역민과의 오찬, 전통 시장인 서문시장 방문에 이어 경주의 신라 왕경(월성) 발굴 현장까지 하루 종일 이 지역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날 대구 지역 새누리당 의원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여러 해석을 낳았다. 대구 지역 의원은 지난 7월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포함해 12명으로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여당의 핵심 텃밭 지역에 대통령이 방문하는 행사에 여당 의원들이 통째로 빠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대구 서문시장의 한 신발 가게에서 신고 있던 색 바랜 아이보리색 구두를 벗고 새로 산 검정 구두를 신어보고 있다. /뉴시스
특히 박 대통령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의 이종진 의원, 서문시장이 있는 대구 중·남구의 김희국 의원도 불참했다. 의원들의 불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구시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고, 대구시 측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가 중심인 행사라 권 시장이 정치인은 빠져 달라고 일일이 연락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눈치'를 봐야 하는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그런 요청을 먼저 했을 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대구 의원들을 한꺼번에 불신임한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 유 전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 갈등의 결과라는 것이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청와대 내에는 '세월호 국면, 대통령 공약 법안 처리, 유승민 파동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대구 의원들이 한 게 뭐 있느냐'는 분위기가 있다. (이번 일도) 그렇게 보면 된다"고 했다. 이종진·김희국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대구 지역의 또 다른 의원은 "대통령이 아직 마음에 앙금이 남은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대통령이 싫다는데… 굳이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 의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공천받아 당선됐지만 이후 상당수가 '차세대'로 꼽힌 유 전 원내대표 편에 주로 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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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일 대구시 서문시장을 방문,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욱 외교적인 역량을 발휘해 나가면서 국내적으로는 경제 활성화와 국가 미래를 위한 개혁을 이루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역 주민 100여명 등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우리가 산을 오르다 보면 마지막 한고비를 흔히 '깔딱고개'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대구도 바로 그 순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반드시 더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커스 인물정보] 권영진 대구시 시장


 

 

[사설] 대구에선 與 의원 모두 빼고 인천선 野까지 초대한 대통령



 

입력 : 2015.09.10 03:23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인천 송도를 찾았다. 이곳에서 열린 '2015 지역희망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인천시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인천 지역 여야(與野) 국회의원 12명이 초청됐고 그중 상당수가 참석했다. 대통령의 지역 방문 행사에 그곳 출신 국회의원이 동행하는 것은 정치적 관행이다. 그런데도 이날 행사는 여야 의원들을 초청했다는 게 뉴스가 됐다. 바로 이틀 전인 지난 7일 대통령의 대구 행사에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박 대통령은 1998년부터 이곳에서 네 번 내리 국회의원에 뽑혔다. 현재 대구 지역 국회의원 12명은 모두 여당 소속이고, 2012년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이 직접 공천장을 줬던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구시(市) 업무 보고를 받고 청년 일자리 창출 토론회를 가진 뒤 지역 주민과 오찬을 함께 하고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을 찾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대구에서 보냈다. 지역구 의원들이 동행해도 전혀 어색할 게 없는 일정이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통째로 빠지고 대신 이곳 출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무·홍보비서관 등이 함께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맞섰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 때문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대구 출신 3선 의원인 유 전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 등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지난 7월 물러났다. 당시 박 대통령이 직접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구 의원 상당수가 여권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사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대구 지역 여당 의원 모두가 대통령 행사에 초대받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해석들이다. 청와대는 대구·인천 행사 초청자는 모두 지자체장이 알아서 판단한 것이라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대통령의 지역 행사에 국회의원을 초청하고 말고 하는 것은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여당 의원을 모두 뺀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여당에서 왜 화제가 되고 어떻게 해석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당부터가 박 대통령이 여당 위에 군림하면서 공개적으로 벌(罰)을 주는 협량(狹量)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 이후 지지율이 다시 50%대로 올랐다. 이럴 때 대통령이 여야에 손을 내밀면 국정 과제 추진이 한결 쉬워질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이 국회·여야와 불필요한 대립을 만들어가면 당장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눌려 숨죽이겠지만 결국 국회의 협력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박 대통령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협치(協治)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