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원순과 이명박-오세훈의 차이

Shawn Chase 2015. 9. 4. 23:04

 

이동영 사회부 차장

입력 2015-09-04 03:00:00 수정 2015-09-04 14:27:49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MBC 보도진을 고발하기로 했다. ‘서울시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고발 주체에 ‘서울시’도 포함됐다. 2012년 2월 공개 검진으로 마무리됐다고 봤던 사안이 다시 세상의 관심을 끌 모양이다. 박 시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건 이뿐 아니다. 발표만 하면 대박날 것 같았던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은 1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서울시는 경찰청이 교통 혼잡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을 지적하며 ‘현 정부가 야당 시장의 일을 방해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관할 중구나 지역 상인의 반발이 여전하고 이 사업을 빨리 완수하라는 응원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강남의 한전 터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1조7000억 원의 용처를 두고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감정이 상할 정도로 심한 갈등을 빚는 중이다. 마을 만들기 사업처럼 박 시장이 하고 싶어 하는 정책이 환호를 받는다는 소식도 없다. 희소식은 없지만 박 시장이 ‘야권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로 꼽히는 건 개인 박원순에 대한 시민의 기대감이 아직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 역시 박 시장처럼 재임 중 대선 주자로 꼽혔다. 박 시장이 모든 걸 베낄 필요는 없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시장이 되고 싶다’는 은유적 목표가 현실이 될지 모르는 지금은 두 사람이 뭘 잘했는지 한번 짚어 봐야 하지 않겠나. 이 전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이나 환승 할인, 서울 도시 경쟁력 강화 정책 같은 주력 사업이 시민의 호응을 얻었고 대통령 당선에도 큰 힘이 됐다. 화두는 단연 청계천 복원이었다. 전담 부서를 신설했고,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터전을 옮기지 않겠다고 반대하는 청계천 상가 상인들을 시장이 직접 만나 설득했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상인들은 가든파이브 이주를 결정했고 청계천은 완공됐다.  

박 시장이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 사업을 발표한 이후 당시 관할 중구의 김찬곤 부구청장은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 서울시 후배 공무원들도 몰랐는지, 아무도 한마디 귀띔해 주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요즘도 반대 주민들은 ‘시민참여 경청 없고 대체도로 없는…’이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한다. ‘소통’은 이미지가 아니라 몸이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다.

오세훈 시장 시절엔 도시 경쟁력을 강화해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정책과 ‘그물망 복지’가 화두였다. 추진력 강한 공무원을 실장과 국장으로 발탁해 전권을 줬다. 실국장이 재떨이를 집어던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공무원들은 심한 스트레스 속에 성과 경쟁을 해야 했다. 고된 업무와 경쟁 후에는 승진이란 당근으로 불만을 잠재웠다. 그 덕분에 1000만 명 목표는 달성됐고 서울시의 주요 복지 정책을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속속 도입했다. 물론 전임 시장의 과오도 적지 않았다. 아들이 물의를 일으켰고 측근의 추문에, 과로사 공무원이 나오기도 했다. 

박 시장은 고가도로 공원화는 물론 인권과 도시농업, 각종 복지에 이르기까지 서울시의 주요 정책을 직접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할 때 질문과 지시 사항이 쏟아진다”, “(고위직만 모은) 단체 카톡방에서 시장 질문에 응답하기 바쁘다”고 하소연하는 공무원이 여럿이다. 매사 꼼꼼한 게 리더의 단점일 수는 없다. 하지만 실질 권한을 주지 않고 지시만 쏟아 내면 공무원은 뛰지 않고 시장만 쳐다본다. 시장이 시키는 대로, 시킬 때까지 기다려서야 임기 중에 달성될 정책은 없다. 다행인 것은 박 시장을 지지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는 점이고 대선 때까진 뭔가 이뤄 내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