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사진보다 생생하게… 1억년 전을 찍어 온 '보석'

Shawn Chase 2017. 6. 17. 22:13

이영환 과학전문기자


입력 : 2017.06.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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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새의 '마지막 사냥' 포착
길이 86㎜ 호박보석 속에 먹잇감 향해 발톱 뻗친 원시 조류의 모습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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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년 전 공룡시대의 새가 갇혀있는 호박과 생전 모습의 상상도. / 중국 과학원


전설의 용이 갇힌 것일까, 호박(琥珀) 속에서 날카로운 발톱이 번뜩인다. 당당한 기세와 달리 호박은 길이 86㎜에 무게는 78g에 불과하다. 주인공도 그만큼 작은 새이다. 중국과학원 산하 고생물학과 고인류학 연구소는 이달 초 국제학술지 '곤드와나 연구'에 "9900만년 전 수지(樹脂)에 갇혀 호박 화석이 된 원시 조류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화석의 주인공은 공룡과 같이 백악기(1억4500만년~6500만년 전)에 살았던 새의 먼 조상 '에난티오르니테스(enantiornithes)'로, 백악기 말기에 공룡과 함께 멸종했다. 연구진은 새에게 미얀마에서 종달새를 부르는 '빌로네(Bilone)'란 이름을 붙였다. 중국 윈난성 텅충시 후포지 호박 박물관의 구왕 첸 관장은 2014년 미얀마에서 이 호박을 구입했다. 그도 처음에는 호박에 갇힌 것이 파충류의 발톱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 지구과학대의 리다 싱 박사가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했더니 날개를 펼친 새의 모습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빌로네는 날개에는 비행에 적합한 깃털이 있고, 몸통에는 공룡에 있는 것처럼 깃축이 없는 솜털 형태의 원시적인 깃털을 가졌다고 밝혔다. 날개 깃털이 벌써 비행을 할 만큼 다 자란 것으로 보아 빌로네는 태어나 자마자 스스로 사냥을 했다고 추정됐다. 하지만 다른 새처럼 둥지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않고 홀로 생존하다 보니 영양상태가 나빠 성장은 더뎠을 수밖에 없다. 결국 천적의 공격을 받기 쉬워 화석으로 남은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빌로네는 날개를 펼치고 먹잇감을 향해 막 발톱을 뻗쳤을 때 송진이 덮쳐 생전 가장 멋진 모습을 남기는 행운을 얻은 셈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6/20170616018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