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국내 첫 인공망막 이식… 20년만에 되찾은 빛

Shawn Chase 2017. 6. 30. 07:20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 2017.06.30 03:04

망막색소변성 환자 이화정씨, '아르구스2' 이식해 시력 회복


국내 첫 망막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이화정(사진 왼쪽)씨와 수술을 집도한 윤영희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
국내 첫 망막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이화정(사진 왼쪽)씨와 수술을 집도한 윤영희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유전성 망막 질환으로 실명(失明)한 환자에게 인공망막을 이식하는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했다. 아주 강한 불빛 정도만 희미하게 감지할 수 있었던 환자는 수술 후 움직이는 차를 감지하고, 시력표의 큰 글씨 윤곽이 보일 정도로 눈이 밝아졌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윤영희 교수팀은 지난달 말 망막색소변성 환자 이화정(54·여)씨에게 인공망막 기기인 '아르구스2'를 다섯 시간에 걸쳐 이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9일 밝혔다. 환자 이씨는 20년 전 시력을 잃기 시작해, 10년 전엔 시력을 완전히 소실했다. 이씨가 기억하는 딸(30)의 모습도 고등학교 시절에서 멈췄다. 이씨는 "차가 움직이거나 눈앞에 문이 있는 것도 알겠다"면서 "내가 다시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느끼면서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고 말했다.

인공망막 '아르구스2'는 안구와 안구 내부 망막 위에 시각 정보 수신기와 백금 칩을 이식하고, 안경에 부착된 외부 카메라와 시각 중추에 빛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유럽, 중동 등지에서 230여 명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시행된 바 있다.

망막색소변성(變性)은 가장 흔한 유전성 망막 질환이다. 태어날 때는 정상 시력이지만 이후 망막 시세포 기능에 점진적으로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4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초기에는 밤에 시력이 떨어지는 야맹증을 호소하고 시야 손상이 진행된다. 말기가 되면 중심부 망막이 변성되면서 중심 시력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아 실명에 이른다.

최근 30년간 인공망막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지만, 미국과 유럽 식품의약품안전청 승인을 획득한 인공망막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안과 연구소에서 개발한 '아르구스2'가 유일 하다. 윤영희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고 인공망막 이식 수술이 유일하다"면서 "이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함에 따라 망막색소변성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국내 환자 1만여 명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식 비용은 2억원 정도다. 병원 측은 연구기금 10억원 등을 통해 이화정씨를 비롯한 5명 환자에게 순차적으로 이식 수술을 할 예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30/20170630002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