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기자
입력 : 2017.06.03 14:07 | 수정 : 2017.06.03 16:41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다르더군요.”
지난 1일 서울시 중구 밀레니엄 서울 호텔에서 열린 ‘3D 익스피리언스 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버나드 샬레(Bernard Charles)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자(CEO)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팔콘9) 제조사 스페이스X 공동 창업자로 유명한 머스크 CEO를 만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생산설비나 마케팅, 영업에서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등 3차원(3D) 디지털 기술 적용이 중요하지만, 대다수 경영진들은 비용과 예산, 효과를 따지며 변화를 거부한다”면서 “머스크 CEO는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임원과 투자사들과 공유하고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문제를 돌파한다”고 말했다.
- ▲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자(CEO). /김범수 기자
프랑스 회사인 다쏘시스템은 다쏘항공에서 1981년 분리돼 3D 설계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3D 모델링부터 증강 현실 시뮬레이션 제작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은 테슬라와는 이 회사 설립 때부터 사업 파트너로 협력해 왔다.
최근 다쏘시스템은 디자인 전문업체 이노디자인과 손을 잡고 서울 역삼동에 스타트업 지원 기관 ‘3D 익스피리언스 랩’을 열었다. 이 랩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설계, 제조, 마케팅 단계에서 다쏘시스템의 3D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고 이노디자인의 디자인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샬레 CEO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들은 무엇이든 하고자하는 열망이 강하고, 혁신 친화적”이라면서 “그들의 역량을 키워 장차 다쏘시스템의 중요한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샬레 CEO와의 일문일답.
- ▲ 버나드 샬레 CEO가 직접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수 기자
一 3D 디지털 역량이 왜 기업에 필요한가.
“앞으로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기차를 탐으로써)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싶거나 차량 내부의 큰 화면(터치 스크린 보드)을 통해 각종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한다. 이따금 수동으로 운전할 수 있는 기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테슬라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차량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공장의 제조공정을 3D로 디지털화 하면 효율이 올라간다. 공장 근로자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VR과 AR을 활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실제로 다쏘시스템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 부품의 조립과정, 설계 방법 등을 훈련하는 기업도 있다.
다쏘가 제공하는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3D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든 서비스)’은 이런 경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기술적 플랫폼이다.”
一 3D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디지털 변화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다. 과거에는 사내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정도만이 무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도입할 지 결정하는 게 디지털화의 전부였다. 오늘날은 다르다. 기업 임원 모두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경영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아직 많은 기업들이 기술 문제보다는 금융과 법률 등 행정적 문제만 생각한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공계 임원들을 많이 뽑고 있다.”
一 기업들이 3D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데 주저하는 이유는.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비용만 따지기 때문이다. 또 투입 비용에 따른 성과만 고민한다. 기업들이 ‘전사적지원관리(ERP)’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보는 것도 문제다. 행정적 차원에서만 보고 디지털화를 비용으로 생각하지 기업의 혁신 도구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업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컨설팅 업체들은 컨설팅 프로그램을 팔면서 기업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테슬라 창업 초기부터 함께 일하면서 지켜본 일론 머스크 CEO는 다르다. 그는 스스로 ‘혁신’을 열망하고 이를 임원들과 공유한다 또 투자 부문 최고 관리자와도 이를 공유한다. 여기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一 그 차이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지난 5년간 실리콘밸리에 많은 전기차 회사가 생겼다. 이들 회사는 모두 다쏘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설계와 제조를 하는 데, 수준 차이가 있다. 새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업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보수적인 기업들은 앞서간 기업들을 따라하기에 급급하다. 디지털 변화를 위한 행동은 혁신을 위한 행동이라고 정의내려야 한다.”
一 다쏘시스템 스스로는 어떻게 혁신하나.
“다쏘시스템의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사회적 혁신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정의하고 제품에 대한 상상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제품을 제공하기도 하고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추가로 제공하기도 한다.”
一 인공지능(AI) 기술도 제공하나.
“물론이다. 다쏘시스템은 이미 지난 20년동안 AI에 투자해 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3D 소프트웨어에 특화해 AI를 적용하고 있다. 세밀한 설계를 부분 인식하거나 새 공정에서 기존 설계를 자동적용하는 데도 이용한다. 또 구글 검색 엔진처럼 좀더 스마트하게 필요한 설계나 디자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AI가 전기 시스템 등 설계나 설비 결함을 자동으로 찾아주기도 하고 3D 모델링할 때 AI가 모양의 각을 잡아주거나 적절한 소재를 추천해준다. 각 공정이나 분야별로 AI를 특화시킨 소프트웨어도 많다.”
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3D 익스피리언스 랩’을 한국에 개소한 이유는.
“다쏘는 한국에서 사업을 오랫동안 해왔고 우수한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 산업계는 이전과는 다른 새 근대화 방법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건비가 비싸진 한국은 인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환경이 필요하다. ‘3D 익스피리언스 랩’은 한국 산업에 개방형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다.”
- ▲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CEO가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와 ‘3D 익스피리언스 랩’에서 기념촬영중이다. /다쏘시스템 제공
一 스타트업 양성이 중요한가.
“한국에는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이 있지만, 3년 이상 생존하는 회사는 드물다. 다쏘시스템은 기업가가 되려는 야심있는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가진 소프트웨어와 노하우를 제공해 이들을 기업가로 성장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고 싶다.
젊은 기업가들은 새 방법을 배우길 원하고 있다. 또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새 방식을 수용한다. 랩은 젊은 기업가들을 연결시켜주고 성공시키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一 이노디자인과 협업하는 이유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김영세 회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나는 디자인 세계에 대한 열정이 공통적으로 있다. 이노디자인은 새 접근법과 방법론을 가르치며 한국 디자이너를 키우는 데 공헌하고 있다.
이노디자인의 접근법이 한국 산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다쏘시스템이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이노디자인은 가전은 물론 여러 장비, 전기자전거 등 여러 영역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다쏘시스템과 이노디자인의 역량이 결합하면 ‘팹랩(Fab Lab·제작실험실)’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一 마지막으로 한국 스타트업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3D 익스피어리언스 랩이 개소한 것은 한국이 유럽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랩에서는 다쏘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서로 협업을 하도록 도와준다. 이 랩이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기관)가 돼 젊은 기업가들의 성공 스토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3/2017060300832.html?right_key#csidxabdac1b729518dab77cd16f74215c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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