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鐵 없는' 비행기·자동차… 철만큼 강하고 가볍네

Shawn Chase 2017. 5. 30. 08:17

곽래건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9/2017052902453.html




입력 : 2017.05.29 19:50


철을 대체하는 첨단소재들
철에 맞서는 첨단 플라스틱
차량 문·펜더·보닛·커넥터 등
車업계, 무게 줄이려 대체 잇따라
260도 견디는 합성 플라스틱도
인장 강도 철의 10배인 탄소섬유
가볍고 탄성률도 철의 7배
충격 받아도 잘 부러지지 않아
송유관 등 산업 전반에 활용

/조선DB



자동차의 문, 차량 바퀴 부분을 덮고 있는 '펜더(fender)', 비행기 동체, 고압 송전선의 심, 풍력 발전기의 날, 해양 시추 시설의 송유관….

전통적으로 철이 장악하고 있던 영역에 플라스틱과 카본 섬유 같은 첨단 소재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갖가지 물건들을 철로 만드느냐, 철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합성 물질로 만드느냐를 놓고 '소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철강 업계에선 이미 '철강 대체재'에 대한 경계심이 퍼져 있는 상태다. 작년 10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의 연례회의에선 '철강 대체재'의 위험성이 공식 석상에서 논의됐을 정도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철에 맞서는 플라스틱

소재 전쟁이 가장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 중 하나는 자동차 업계다. 연비(燃比)를 늘리기 위해 차 무게를 줄이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5년 후 자동차에 쓰이는 플라스틱의 양이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문 기관들은 전망한다. 문과 펜더, 보닛은 가장 빨리 플라스틱 소재로 바뀌고 있다.

작년 초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은 연료 탱크를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경량 소재로 각광 받는 것은 기존 플라스틱의 단점을 극복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보통 100도,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260도 이상의 온도도 견딜 수 있는 합성 플라스틱을 뜻한다. '범용플라스틱→엔지니어링 플라스틱→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단계가 높아질수록 높은 열에도 견딜 수 있고 단단해지면서 금속을 대체할 수 있다. 지금까진 차량에 주로 범용 플라스틱이 쓰였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일부 쓰였으나, 앞으론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용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한 국산 양산차의 차량용 커넥터는 'PCT'라는 소재로 만들어졌다. PCT는 SK케미칼에서 자체 개발한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차량용 커넥터는 제조 공정상 온도가 260도까지도 올라간다. 그러나 PCT는 285도까지도 견딜 수 있어 제품이 변형되지 않는다. 고강도 플라스틱 범퍼나 의자 등받이를 만드는 데는 한화첨단소재의 '스트롱라이트'라는 소재도 쓰인다. 철에 비해 25% 가볍지만 강도는 거의 같아 자동차용 경량 복합 소재로 쓰이는 제품이다.

◇산업용에서 철을 대체해 나가고 있는 탄소섬유

철과 경쟁을 벌이는 또 다른 소재는 탄소섬유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인장 강도는 10배나 높지만 무게는 4분의 1에 그친다. 탄성률도 철보다 7배가량 높아 충격을 받아도 잘 부러지지 않는다. 제작 비용이 비싼 탓에 개발 초기인 1970년대만 하더라도 인공위성이나 낚싯대와 같은 제한적인 용도로만 쓰였다.

그러나 최근엔 생산 단가가 떨어지면서 산업용에서 용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의 엔진 동력을 앞뒤로 전달하는 '프로펠러 샤프트'나 노후 콘크리트 구조물의 보강재, 해양 시추 시설의 송유관, 풍력 발전기의 날 등으로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보잉의 차세대 여객기 '787 드림라이너'의 경우 탄소섬유와 고분자 화합물을 결합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사용 비율이 전체 재료의 50%까지 올라간 상태다. 세계 최대 탄소섬유 제조업체인 도레이에 따르면 2014년 연 5만t 수준이었던 탄소섬유 수요는 2015년 5만8000t으로 매년 15% 이상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의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일부에도 카본 섬유로 만든 연료 탱크가 들어가 있다. CNG 버스의 경우 강철 대신 탄소섬유로 연료 탱크를 만들면 무게를 400~500㎏가량 줄일 수 있다. 지난 2015년엔 전라북도가 탄소섬유 CNG 연료 탱크를 장착한 버스 10대를 시범 보급했고, 올해엔 현대자동차가 양산하는 초저상 버스의 일부에도 탄소섬유를 사용한 CNG 탱크가 적용된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에선 고압 전선에 들어가는 심을 철에서 탄소섬유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 중 이다. 고압 전선은 전선 무게를 지지하기 위해 가운데에 철심이 박혀 있는데, 이를 탄소섬유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선 무게를 줄일 수 있어 고압선 철탑을 좀 더 넓은 간격으로 지을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섬유 업체들은 지금도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쓰임이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9/20170529024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