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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찾는 한국인 관광객 70% 감소...사드보복에 중국 현지인 직격탄

Shawn Chase 2017. 4. 18. 16:49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4.11 06:10

    장가계 일부 조선족 가이드 고향行...윈난 중국인 운영 한식당 영업정지 
    하나투어 “상하이∙황산 찾는 한국인 전년 대비 70% 감소...中 협력사들 애로” 
    사드보복 판매부진 현대車∙오리온 中공장 가동률 조정 현지직원 급여영향 촉각 

    “장자제(張家界∙장가계) 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70%는 한국인이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작년 10월 국경절 연휴에 맞춰 후난(湖南)성에 있는 장자제 관광 현장 기사를 내보내며 한풍(韓風)이 뜨겁다며 이같이 전했다. 실제 장자제 관광국에 따르면 2015년만해도 장자제를 방문한 한국인은 27만명으로 해외 관광객 2위인 대만인(5만명) 보다 5배 많았다. 상점은 물론 호텔 내 화장실 안내문까지 한국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중국 상점 점원의 ‘깍아줄께’라는 한국어가 낮설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장자제의 S투어 관계자는 “3월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60~70% 줄었다”며 “예약 취소가 늘면서 5월엔 작년 동기의 5분의 1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다른 여행사도 사정이 비슷하다며 일감이 줄자 옌볜등 고향으로 떠난 조선족 가이드들도 있다고 전했다. 쓰촨(四川)항공이 동절기에 중단했던 청주 및 대구와 장자제간 전세기 운항을 당분간 재개하지 않기로 한 것도 영향을 줬다.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배치 가속화로 중국의 사드보복이 자기 발등을 찍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드보복으로 한국내 반중정서가 커지고, 이는 중국을 찾는 외국인 1위인 
    한국인의 중국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후난성 인터넷 매체 훙왕은 작년 10월 국경절 연휴 장자제에 한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한풍이 뜨겁다고 보도했다./훙왕
     후난성 인터넷 매체 훙왕은 작년 10월 국경절 연휴 장자제에 한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한풍이 뜨겁다고 보도했다./훙왕

    관광 뿐이 아니다. 중국에서 롯데마트 매장 99개 가운데 90%인 87개가 지방당국의 영업정지 등으로 문을 닫은 상태인데다 현대자동차와 오리온은 반한정서 탓에 판매위축으로 재고가 늘자 야간 조업 중단 등 공장 가동률 조정에 나섰다. 

    이들 업체 현지 직원들은 잔업수당이 사라지는 등 실수령 급여가 줄어들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와 오리온은 중국에 각각 1만3000여명, 현대자동차 그룹은 협력업체를 포함할 경우 현지 직원이 10만여명에 이른다.

    ◆사드보복 후폭풍 한국인 상대 관광업계 한파

    장가계 찾는 한국인 관광객 70% 감소...사드보복에 중국 현지인 직격탄


    장가계 찾는 한국인 관광객 70% 감소...사드보복에 중국 현지인 직격탄

    한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한파가 몰아치는 곳은 장자제가 대표적이다. S투어 관계자는 “연간 장자제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으로 한국인이 안온다고 현지 관광업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한국인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와 조선족 가이드들의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장자제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여행사는 40여곳에 이른다. 장자제만이 아니다. 

    베이징의 B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4,5월 오기로 했던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관광팀들이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에서 2시간 거리의 이곳은 베이징 거주 한국인 사이에도 인기있는 관광지이지만 3월 이후 한국인 방문이 크게 줄었다. 이 관계자는 “반한정서를 우려해 한인 사회에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S투어 관계자도 작년에 한국에서 예약했던 4,5월 베이징 관광 5개 팀이 일정을 취소했다며 일감이 줄어 현지인 가이드 2명을 그만두게했다고 말했다. 상하이도 마찬가지다. 하나투어의 상하이 사무소 관계자는 “3,4월이면 상하이와 황산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한달에 7000~8000명 정도 됐는데 올해는 70% 가량 줄었다”며 “중국 현지 협력업체 3곳이 가이드들을 관리하고 하는데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2015년 444만4400여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 2598만 5400여명의 17.1%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외국인 방문객 1위를 차지해왔다. 

    ◆사드보복에 떠는 중국인 직원들 

    롯데마트 왕징 매장이 새단장을 끝낸 직후인 작년 여름 수산물 코너 /조선비즈
     롯데마트 왕징 매장이 새단장을 끝낸 직후인 작년 여름 수산물 코너 /조선비즈


    9일 롯데마트 베이징 왕징점 수산물 코너에 중국 입점업체 직원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뒷편의 어항은 비어있다. /조선비즈
     9일 롯데마트 베이징 왕징점 수산물 코너에 중국 입점업체 직원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뒷편의 어항은 비어있다. /조선비즈

    베이징 왕징(望京)의 롯데마트 매장.1300만위안(약 22억원)을 들여 작년에 재개장한 직후인 8월 개점 8년만에 처음 월간 흑자를 낸 곳이다. 한국식 즉석조리 식품 코너는 이 매장의 ‘얼굴’이었다. 9일 오후 찾은 이곳의 즉석조리 식품 코너는 불이 꺼져 있었다. 고객이 줄면서 중국인 점주가 3월 중순 이후 문을 닫은 탓이다. 수산물 코너엔 한명의 직원도 보이지 않고, 어항은 비어있었다. 카운터 16개중 계산원이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초콜렛 코너를 정리하던 한 입점업체 직원에게 매장에서 마주친 직원이 10명도 안된다며 왜 이리 없냐고 물었다. “장사가 안되니 해고된 것 아니냐”는 퉁명스런 답이 돌아왔다. 롯데마트측은 “한명도 해고한 사례가 없다. 입점업체 상황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매장 가운데 영업정지 기간이 한달이 지난 곳이 생겨나면서 직원들은 실제 급여가 줄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중국 법에서 영업정지 한달 이후엔 현지 최저임금의 70~80% 수준으로 급여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에 있는 롯데 중국본부 관계자는 “법대로 하기보다는 고생하는 직원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급여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3월말 부터 베이징 공장 야간조업을 중단하고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공장의 경우 이달 4일까지 12일간 가동중단했다. 3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44% 감소하면서 재고 정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주간 2교대로 일하던 직원들로서는 잔업 수당이 줄게 됐다. 

    현대차 공장의 가동률 조정은 협력업체도 영향을 준다. 게다가 중소 협력업체들은 3월 이후 지방당국의 소방점검으로 벌금까지 부과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베이징과 허베이의 한국 협력업체 24곳이 벌금을 부과 받았으며 이 가운데 현대차 협력사만 13곳”이라고 전했다. 일부 회사는 100만위안(약 1억 7000만원) 벌금 통보를 받아 당국과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은 한 때 일부 공장을 중단했다는 설이 돌았지만 재고 정리차원에서 라인 가동시간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베이징의 소식통이 전했다.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판매 추이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하오리요우(好麗友)로 유명한 오리온은 협력업체가 대부분 중국기업인데다 1만3000여명 직원중 한국 주재원은 1%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3월초 롯데 불매 운동이 일어날 때 오리온을 롯데 회사로 오인한 허위 글이 인터넷에 돌자 오리온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롯데 계열 브랜드가 아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중국 할인점에서 오리온 제품을 진열대에서 빼내는 등 반한정서가 확산되면서 판매가 위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까르푸 왕징 매장의 경우 과자코너에서 늘 복도에 가까운 쪽에 집중됐던 오리온 제품이지만 9일 찾았을 때는 껌 등 일부 제품이 뒤로 밀려나 있는 게 확인됐다. 

    ◆한국 이미지 버리는 한식당들...직원들 좌불안석


    베이징 왕징의 한식당 양산박. 조선족에게 가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리중으로 20일 재개장한다는 공고문이 붙어있다./조선비즈
     베이징 왕징의 한식당 양산박. 조선족에게 가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리중으로 20일 재개장한다는 공고문이 붙어있다./조선비즈

    중국에서 한식당 등 한국을 내세워서 사업을 해온 매장 점주나 직원들도 사드보복 후폭풍의 피해자들이다. 베이징 등 중국내 대형 고급 한식당은 매출이 40%, 저가 한식당은 5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한국인 단체관광이나 한국기업의 연수팀 방문과 중국의 젊은층이 발길을 끊은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왕징의 한식당 양산박 문에는 인테리어중으로 4월20일 재개장한다는 공고문이 붙어있다. 장사가 안돼 중국인으로 식당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왕징 한국성에 있는 H 한식당 관계자도 매출이 3월 이후 절반 가량 줄면서 직원 중 10여명을 내보냈다고 전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 직격탄을 맞은 사례도 있다. 윈난(雲南)성의 관광지 다리(大理) 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던 한식당이 최근 영업정지를 맞았다고 현지 요식업소 관계자가 전했다. 젊은 중국인들이 와서 문제를 일으키자 안전 차원에서 식당에 영업정지를 내렸다는 것이다. 다리에 있는 한식당 30여곳중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5곳 정도에 불과하다. 

    다리에 2008년 진출해 한식당 3곳을 운영하는 J사장은 “한식 요리를 배운 중국인 주방장과 중국 채소를 쓰고 있고, 부인과 80여명의 직원 모두 중국인이지만 한식당이라는 이유 하나로 식당 3곳에서 하루에 총 세 테이블만 받은 날도 있다”고 전했다. 매출이 2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직원을 10여명 줄였다. 현지 공안은 다리내 한식당들에 일시적으로라도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고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J 사장은 작년초에 문을 연 한식당 한곳이 5월에 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젠 한국만을 내세워서 돈 벌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올초만해도 한국인이라고 하면 같이 사진 찍자는 분위기일만큼 우호적이었는데 이젠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들이 앞다퉈 간판에서 한국어를 떼낼만큼 반한정서가 커졌다고 걱정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대중 무역제재를 경고할 때마다 “중미 교역액이 수교 초기인 1970년대 20억달러에서 2015년 5500억달러로 늘어난 것은 양국 경제무역이 양국 국민에 모두 이익이 됐기 때문”(루캉∙陸慷∙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라는 식으로 반박해왔다. 

    한중 교역액이 수교 1992년 60억달러에서 지난해 2114억달러(무역협회 기준)으로 늘어난 것 역시 상호 이익에 기반한다. 중국의 사드보복이 제 발등을 찍는 모습은 중국의 주장대로 한쪽만 득을 보는 거래는 드물기 때문에 갖는 경제제재의 한계를 보여준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0/2017041002394.html#csidxd989f8df721a2a5898b2f54035f8c0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