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동남아 우회노선 공략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집요해지며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의 눈물겨운 생존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더 이상 돈 안 되는 중국 노선은 제외하고 빈자리를 일본·동남아시아로 채워 넣고 있다. 중국행 항공기를 소형기로 교체하고 항공동맹(얼라이언스)을 통해 우회로를 발굴하는 발 빠른 기업도 늘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중국 노선 정기편을 각각 79회씩 감편한다.
그 대신 미주·유럽 등 고수익 중장거리 노선은 크게 늘린다. 대한항공은 28일부터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5회 증편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신규 취항에 나선다. 유럽은 최대 16회, 러시아 등은 최대 11회 늘린다.
아시아나항공도 미주·유럽 노선 증편 검토에 들어갔다. 6~10월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전세기도 투입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선 다변화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단체관광을 많이 유치했던 아시아나는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19.5%로 다른 항공사(평균 11%)에 비해 높은 편이다.
중국 노선 비행기는 크기도 줄인다. 아시아나는 종전까지 중국에서 32개 노선을 운영하며 250~280석 규모 중형기(A330·B767)를 투입했지만 앞으로 170석짜리 소형기(A321)로 대체한다.
저비용항공사(LCC)는 해외 항공사와 제휴를 통해 중국 대체재를 찾았다. 진에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LCC그룹인 젯스타와 협력해 호주 3개 노선을 운항한다. LCC 중 드물게 중장거리로 특화해 수익을 발굴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스타항공은 중국 본토의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콩을 공략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중국계 항공동맹과 협력해 인천에서 홍콩을 오가는 합작 상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도 일본 시장을 강화하고 아·태 지역 항공동맹(밸류얼라이언스)을 통해 동남아 상품 판매에 나선다.
그러나 이런 자구책에도 사드 보복 사태가 길어지면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항공사 대표는 "지난해부터 한중 노선을 줄이고 동남아 대체 노선을 늘려 내성을 키우고는 있지만 비즈니스 수요까지 타격을 받으면 문제가 커진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열리기로 했던 한중 항공회담도 무기한 연기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회담이 타결돼야 신규 취항 등 신시장 개척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노선 확대는 고사하고 있는 시장도 줄여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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