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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보복으로 저품질 화장품 정리"...아모레·LG생건 입지 더 공고해진다

Shawn Chase 2017. 4. 18. 16:46


  • 안재만 기자

  • 입력 : 2017.04.18 06:05 | 수정 : 2017.04.18 08:00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고조되던 지난 1월,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2016년 11월의 식품·화장품 통관 불합격 통계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중 19개가 한국 화장품이었다. 수입 불허로 반품된 한국산 화장품만 총 11만톤에 이른다는 소식에 당시 아모레퍼시픽 (286,500원▲ 1,000 0.35%)LG생활건강 (819,000원▲ 0 0.00%)등의 주가는 10% 안팎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통관이 불허된 제품은 중견기업 A사, 중소기업 I사 등의 제품이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은 “우리 제품은 정상적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했음에도 모두가 사드 보복에만 집중해 이들의 해명이 묻혔다.

    2월 말 롯데그룹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이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더욱 노골화됐지만 이 위기를 넘기고 나면 품질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화장품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인들의 한국 화장품 선호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자신감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수출 성적이나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주문자개발방식(ODM)업체들의 실적은 예상보다 좋은 상태다. 

     중국 상하이 지우광(久光)백화점에 입점한 한국 화장품 매장. 직원들이 신제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선DB
     중국 상하이 지우광(久光)백화점에 입점한 한국 화장품 매장. 직원들이 신제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선DB
    LG생활건강 한 고위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한 자릿수였으나 현재는 600여개가 넘는다”면서 “이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단순 주문자생산방식(OEM)업체로부터 제품을 받아 판매하고 있는데, 이들이 정리되고 나면 한국 화장품이 더욱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아모레 中법인, 2분기 매출도 20% 안팎 늘듯…“韓 화장품 선호도 여전”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업체 제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사드 보복 국면 이후에도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체 관·광객의 한국 여행 금지로 인해 이들 업체의 면세점 판매 실적은 악화됐지만 중국법인 등 중국 본토에서 생산되는 화장품의 판매량이나 수출 규모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KB증권은 아모레퍼시픽 중국법인의 1분기 매출이 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국내 면세점 채널 매출이 3734억원으로 1% 감소하고, 전체 매출이 5% 증가(1조5584억원)하는 데 그칠 전망인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KB증권은 중국법인의 2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봤다. 

    유진투자증권도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0.2% 감소한 반면 중국 등 아시아 매출은 27.2%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역시 국내 매출은 4.4% 감소하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경우 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신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여행 금지로 면세점 채널은 악화됐지만, 중국 내 판매는 그래도 견조한 수준”이라며 “그만큼 화장품 경쟁력 자체는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분기 실적 예상치 /유진투자증권
     아모레퍼시픽 분기 실적 예상치 /유진투자증권
    한국 화장품 선호도가 여전하다는 것은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주문자개발방식(ODM) 화장품 업체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상당수 중국 화장품 업체가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발주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대투증권은 한국콜마의 2분기 영업이익이 2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내부적으로는 화장품 브랜드 ‘후’에 대한 중국인들의 사랑이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저품질 경쟁사 정리되면 ‘프리미엄 이미지’ 더 강해질 것” 분석도

    반면 상당수 중소형 화장품업체는 중국 수출 난항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통관이 불허된 기업 중 상당수는 한국, 혹은 중국의 OEM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브랜드명을 붙이고 케이스에 담아 파는 단순한 사업 구조다. 설화수, 후 등 인기 제품의 모방 제품을 만들어 파는 중소형 화장품사도 많다. 이들 제품은 애초부터 중국이 검역을 깐깐히 했다면 통관할 수 없었을 제품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 업체의 수출 물량 중에 통관이 불허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한국 브랜드 '더페이스샵' 글로벌 모델인 배우 김수현이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의 최대 복합쇼핑몰 인타임 시티에서 팬 사인회를 하는 모습. /LG생활건강 제공
     한국 브랜드 '더페이스샵' 글로벌 모델인 배우 김수현이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의 최대 복합쇼핑몰 인타임 시티에서 팬 사인회를 하는 모습. /LG생활건강 제공
    이 때문에 저품질로 한국산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는 기업들이 정리되는 것이 한국 화장품 시장 전체적으로는 이득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 매장이 없고 R&D 인력이 없음에도 프리미엄 이미지에 연예인만 고용해 중국 수출을 시도하는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통관 거부는 사실 이들 제품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드 보복을 계기로 저품질 화장품 업체들이 정리될 경우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며, 실제 이런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기업은 빠르면 새 정부가 구성되는 여름쯤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중단될 수 있다고 보고 중국시장 공략 준비에 한창이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최근 외부 컨설팅업체로부터 진단을 받았는데 빠르면 여름쯤이면 사드 보복 국면이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중국 시장 공략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국 배재대 교수는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장기적으로 보면 롯데나 화장품 업체들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전략을 잘 수립해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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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7/2017041701855.html#csidx0fcd46d700ca1f79c9d20593f7df200